생과 사의 틈새에서, 지나온 삶을 복습하며.
연극 <비밀통로>의 무대에 선 배우들이 빚어낸
치열하고도 순수한 찰나들.


워치 Vintage Patek Philippe by Beantique, 벨트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강승호 재킷, 베스트, 팬츠 모두 Coach, 슈즈 Differ Shoe.
양경원 재킷 StU, 팬츠 Noice, 슈즈 Coach, 안경 Balenciaga, 안에 입은 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시형 재킷과 베스트 모두 Etro, 슈즈 Clarks Originals, 셔츠와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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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원 재킷 StU, 팬츠 Noice, 슈즈 Coach, 안경 Balenciaga,
안에 입은 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양경원 & 김선호
양경원, 김선호, 김성규 배우가 ‘동재’ 역을 맡은 연극 <비밀통로>가 2월 13일부터 관객을 만납니다. 어떤 마음으로 공연을 준비 중인가요?
선호 아우가 먼저 말할까요?(웃음) 우선 무척 설렙니다. 무대에서 관객을 마주하는 건 긴장되면서도 흥분되는 일이니 그 경험 자체에 대한 기대가 커요. 열심히 준비한 작품을 어떻게 보실지도 궁금하고요.
경원 아쉬움도 느낍니다. 하아.(웃음) 연습 기간은 늘 소중하거든요. 매일 연습 전후로 ‘체크인’과 ‘체크아웃’이란 걸 하면서 각자의 상태를 공유하는데, 시작할 땐 즐겁고 끝날 땐 서운하더라고요. 연습을 모두 마치면 <비밀통로> 동료들과 이만큼 함께할 수 없을 테니 개막이 다가오는 게 마냥 좋진 않아요. 물론 선호 말처럼 연극의 궁극적인 목적은 관객과의 만남이니까 기쁨이 제일 크죠. 음, 모르겠어요. 하루에도 수십 번 마음이 바뀌어요.
연습하는 동안 정이 많이 들었나 봐요.
경원 네. 많이 들었어요.
선호 형님이 워낙 정이 많으세요.
경원 아무래도 제가 제일 나이가 많아서…(웃음) 그런데 동생이자 동료들이 전부 좋은 사람들이에요.
두 분이 한 작품에서 함께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죠?
선호 맞아요.
경원 전 예전부터 김선호 배우의 팬이었습니다.
선호 어휴.(웃음) 저도 형님을 알고 있었어요. 대학로에서 워낙 유명한 배우잖아요. 객석에서 멀찌감치 본 적은 있는데, 이번에 실제로 처음 마주했죠.
경원 실물 보고 깜짝 놀라더라고요.
선호 멋있어서.
경원 야.(웃음)
선호 아니, 진짜예요.(웃음)
<비밀통로>는 마에카와 도모히로의 연극 <허점의 회의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죠. ‘낯선 공간에서 생의 기억을 잃은 채 마주한 동재와 서진이 생과 사의 틈새를 통해 읽어낸 인연과 죽음, 반복된 삶에 대한 복습’을 다룬다고요.
경원 대본을 정확히 요약한 구절이라고 생각해요. 삶에 대한 복습을 어떻게 하는지, 삶을 복습하면 뭐가 달라지는지 궁금하게 만드는 설명 같고요.
선호 대본을 읽고 연습을 이어가다 보니 이번 연극이 관객마다 다르게 가닿을 거란 생각도 들어요. 과거의 복습을 넘어 현재에 관한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싶거든요. 지금의 삶에 대한 후회나 행복, 만족감 등 저마다 다른 고민거리를 안겨주는 작품이에요. 그러니까 세 번 정도는 관람하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럴 만한 공연입니다.(웃음)
양경원 배우가 <비밀통로>와 관련해 “고민거리가 많은 대본”이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주요한 고민은 무엇이었나요?
경원 음… 보통 작품 속 인물들이 처한 상황은 어느 정도 유추가 가능하잖아요. 그런데 동재는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아요.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채 비밀통로라는 이상한 공간에 있는 동재가 되기 위해 저의 어떤 부분을 가져다 써야 할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만약 나라면?’이란 질문이 적용되지 않는 거죠. 사실 아직도 완전한 해답을 찾지 못했는데, 요즘 드는 생각은 그냥 모르는 상태로 연기해보면 어떨까 싶어요. 동재는 제가 뭔가를 단정 짓고 연기하면 안 되는 인물인 것 같아서요. 물론 지금은 연습 단계라 시험 삼아 그렇게 해볼 수 있겠죠. 우리 동재들, 참 많이 어렵습니다.(웃음)
김선호 배우는 어떤가요? 무엇에 중점을 두면서 동재라는 인물을 표현 하고 싶은지 궁금합니다.
선호 비밀통로 안에서는 인물들의 자아가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아요. 누가 동재이고, 누가 서진인지 정의할 수 없거든요. 지금의 제 생각으로는, 관객에게 동재가 본인이 가장 아끼는 주변 사람처럼 보이면 좋겠어요. 너무 사랑하거나, 혹은 사랑하는 만큼 애정을 주지 못해 자책하게 만드는 지인들을 떠올리도록 하는 거죠. 그런 동재를 어떻게 해야 설득력 있게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삶과 죽음이란 묵직한 소재를 다루는 연극이지만, 일상과 맞닿은 지점이 있을 거라 짐작되는 말이네요.
선호 맞아요. 작품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그다지 무겁진 않아요. 동재와 서진의 일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다가 비밀통로에 왔을 땐 진중한 대화를 나누는 식으로 전개되죠. 그런데 대사 한 마디마다 깊은 의미를 담아내는 게 아니라, 장면이 끝난 이후에 어떤 메시지가 툭툭 던져지거든요. 그런 지점이 재미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원 또 <비밀통로>의 인물들은 여러 생을 오가기 때문에 지난 삶에 온전히 이입되면 안 되지만, 그렇다고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것도 아니거든요. 일인칭시점도, 제삼자의 입장도 될 수 없는 거죠. 이런 애매한 상황이 ‘웃픈’ 장면들을 만들어내지 않나 싶어요.

슈즈, 벨트와 링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벨트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비밀통로> 포스터에 ‘도대체 우리는 언제 완전히 죽을 수 있는 걸까?’라는 문장이 있죠. 이 질문도 다른 무게감으로 받아들일 수 있겠다 싶어요.
경원 그렇죠. 죽음은 여러 의미를 지닐 수 있잖아요. 존재의 소멸일 수도, 기억의 사라짐일 수도 있죠. 그래서 ‘언제 완전히 죽을 수 있는 걸까?’란 질문은 이런 의문으로 이어질 수 있을 거예요. ‘죽음이 대체 뭔데? 완전하게 죽는다는 건 어떤 걸까?’
선호 맞아, 맞다. 형님 말씀처럼 연극에서 말하는 죽음이 우리가 흔히 정의하는 죽음과 다를 수 있어요. 어쩌 면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삶과 관련한 메시지로 다가올지도 모르죠. 그러니까 포스터의 질문은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의 일부에 해당해요.
경원 연극을 보고 나면 그 질문이 상당히 다르게 와닿을 거라고 봅니다.
삶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이끌어내는 이야기를 연극 형태로 전할 때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선호 연극은 다른 매체보다 ‘약속’의 값이 커요. 극장은 대체로 삼면이 벽면, 나머지 한 면이 객석이고 무대에 선 배우들은 객석을 바라보면서 연기하잖아요. 그러면 초반 10분은 어색해요. 이후부터는 ‘이 인물은 정면을 보고 말할 수 있다’는 약속이 규칙처럼 딱 세워지고요. 관객이 무대에 펼쳐진 장면들을 굳게 믿기 시작하는 순간, 상상의 틀이 깨지더라고요. CG를 쓰지 않아도 배우의 연기와 연출 등을 통해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거죠. 그 효과가 무척 크다고 생각해요.
경원 동의합니다. 연극은 다른 매체에 비해 물리적 한계가 있고, 동시간에 접할 수 있는 사람 수도 미미하지만 그걸 감수해야 발현되는 힘이 분명 있어요. 관객이 작중 인물과 본인을 동일시할 지점을 더 많이 기대할 수 있거든요. 배우들이 이런 지점들을 공연에 흩뿌려두었을 때, 관객이 각자 상황에 맞게 취사선택하기를 바랍니다. 그러다 보면 연극이 관객에게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거라고 봐요.
두 분 모두 배우 활동의 시작점이 연극이죠. 지금 본인에게 무대란 어떤 곳인가요?
선호 영화와 드라마가 제 안에 있는 것들을 불현듯 꺼내 쓰는 작업이라면, 연극은 제 안에 무언가를 쌓아가는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인물을 구현해 무대에서 검증하기까지, 굉장한 공을 들이면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에 충분한 시간을 가지니까요. 선후배들과 이 과정을 함께하면서 배움을 축적하고, 그걸 다른 곳에서 펼칠 수도 있죠. 그래서 즐거운 공부를 하러 오는 느낌이 들기도 해요.
경원 아마 다들 선호와 비슷한 생각을 할 거예요. 서로의 장점을 발견해주고, 시행착오도 겪으면서 함께 서는 무대가 마치 놀이터 같아요. 그런데 좀 살벌한.(웃음) 몸과 마음이 잘 준비되어야 제대로 뛰어놀 수 있거든요. 재미있게 놀기 위해 노력을 쏟는 배우들을 보고 있으면 어른 같지 않아서 좋더라고요.
선호 순수한 거죠. 본능적으로 치열하게 준비하고, 가장 즐겁게 앞에 나서고.
그렇게 꾸준히 무대에 설 수 있는 힘은 어디에서 얻나요?
경원 일단 저를 찾아주시니까 할 수 있어요. 제작사 대표님, 감사합니다.(웃음)
선호 우리의 동력은 제작사 ‘콘텐츠합’입니다! 이 말 꼭 써주세요.
경원 외부적인 동력은 그렇고요. 내면적으로는 동료의 힘이 커요. 연극 한 편에 임하는 동안, 오직 이 사람들과 작품 이야기만 신나게 나눌 수 있다는 게 축복 같아요. 사석에서조차 우리 연극 얘기를 자꾸 하게 되더라고요.
선호 각자의 열정을 부딪어가면서 무언가를 함께 창조할 때 느끼는 희열이 진짜 있어요. 그 에너지가 즉각적이고, 일방적이지 않아서 좋아요. 관객의 숨소리, 극장의 온도와 습도 같은 것들이 그날의 제게 큰 영광이 되어줘요. 도파민이 터져서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그게 연극 무대를 계속 찾을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경원 무대에 있으면 관객이 이 공연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확 느껴지거든요. 그러니까 연극이란 배우와 관객이 함께 시간을 걸어가는 장르라고 생각해요. 그게 무대예술의 가치를 느끼게 하고요. 그래서 연극을 좋아하고, 다시 살아도 이 일을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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