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효율’은 최선을 다하되 자책하지 않을 때, 그리하여 내가 가장 나다워지는 순간에 발휘된다. ‘미혼남녀의 효율적 만남’ 이후 전북 고창에서 빵을 굽고, 인도에서 길을 걸으며 배우 이기택이 배운 것들.

어느덧 드라마 ‘미혼남녀의 효율적 만남’이 막을 내린 지도 한 달 정도 흘렀어요.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최근 인도에서 ‘법륜로드 – 스님과 손님’(이하 ‘스님과 손님’)이라는 프로그램 촬영을 마쳤고, ‘봉주르 빵집’이라는 프로그램도 곧 공개를 앞두고 있어요. 둘 다 예능 프로그램이고요. 지금은 오랜만에 일상으로 돌아와서 복싱도 하고, 헬스도 하고… 그렇게 지내고 있습니다.
예능 프로그램에 연달아 도전하게 됐군요. 각각 어떤 프로그램인가요?
‘스님과 손님’은 법륜 스님과 함께 인도에서 불교문화의 근원지를 탐방하면서, 동시에 제 자신을 들여다보는 과정을 담은 프로그램이에요. ‘봉주르 빵집’은 전북 고창에서 지역 특산품으로 만든 디저트를 어르신들께 내어 드리는 프로그램이고요.
어떻게 참여하게 됐는지도 궁금해요.
‘봉주르 빵집’에서는 차승원 선배님이 메인 파티시에를 맡으셨고, 제가 보조 역할로 함께했어요. 예전부터 ‘삼시세끼’랑 ‘스페인 하숙’을 보면서 언젠가 차승원 선배님의 보조 셰프 같은 역할을 꼭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미혼남녀의 효율적 만남’ 방영을 앞두고 ‘봉주르 빵집’ 섭외 연락이 온 거예요. 그래서 바로 “하고 싶어요!”라고 했죠.(웃음) ‘스님과 손님’은 빵집 촬영을 하던 중에 제안을 받았어요. 다만 제가 기독교 신자라 처음에는 고민이 있었죠. 어머니가 “네가 또 다른 너를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이 될 것 같아”라고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실제로 경험해보니 정말 그랬고요. 저라는 사람이 이를 계기로 조금 더 넓어진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작품 속 인물을 연기할 때와 다르게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나 자신’으로서 카메라 앞에 서야 하잖아요. 그러면서 새롭게 느낀 점도 있을 것 같아요.
제가 느끼는 것들이 훨씬 더 진실되게 다가온 것 같아요. 연기를 할 때도 캐릭터 안에서 다양한 것들을 느끼긴 하지만, 그래도 그건 제가 아니라 캐릭터의 모습이니까요. 특히 원래 제가 가지고 있던 선이 많이 부드러워진 것 같아요. 예전에는 계획이 틀어지면 ‘이게 왜 안 됐지?’, ‘다음엔 어떻게 해야 할까?’ 하면서 계속 붙잡고 고민했거든요. 그런데 인도에 다녀온 뒤로는 ‘정말 최선을 다했는데도 안 됐네? 그럼 이건 내 것이 아니었나 보다’하고 조금은 내려놓게 된 거예요. 법륜 스님이 항상 “무질서 속에 질서가 있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정말 그렇더라고요. 무질서 속에 질서가 있고, 또 그 질서 속에도 무질서가 있고요. 되는 일이 있으면 안 되는 일도 있다는 걸 배웠죠.
당연한 것 같으면서도, 마음에 와닿기가 쉽지는 않은 말인 듯해요.
차승원 선배님도 고창에서 이런 말씀을 해주셨어요. “기택아, 네가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건 좋지만, 그것 때문에 쓰러지면 안 된다. 채찍질은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는 거다.” 결국 법륜 스님 말씀과도 다 통하는 이야기더라고요. 오디션도 사실 많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요. 내가 정말 몰두했고 준비도 충분히 했다고 느꼈는데도 안 됐다면 ‘이번에는 나와 이미지가 맞지 않았나 보다’, 아니면 ‘보는 상대의 관점에서는 내가 안 맞았나 보다’ 하고 받아들이면서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자신에게 조금 더 너그러워진 걸까요?
다들 각자의 자리에서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잖아요. 그래서 스스로를 너무 깎아내리거나 비관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특히 어떤 관계 안에서 더 그렇고요. 이건 제가 ‘미혼남녀의 효율적 만남’을 찍으면서 느낀 부분인데요. 저희 드라마는 소개팅을 소재로 다루고 있었지만, 사실 꼭 소개팅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늘 상대에게 잘 보이려고 너무 많은 노력을 하잖아요. 물론 최선은 다하는 건 중요하죠. 그렇지만 나를 잃어가면서까지 힘들어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내 내면을 단단하게 채우고, 스스로를 잘 가꾸다 보면 주변에서도 자연스럽게 내 가치를 알아봐 주는 것 같거든요. 그럴 때 비로소 ‘효율적인’ 관계가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리고 그렇게 최선을 다하고도 안 되면 어쩔 수 없는 거고요. 그러니까 우리 모두 너무 지치지 않았으면 해요.


‘봉주르 빵집’에서는 직접 디저트를 만들어야 했어요. 원래 제과제빵을 할 줄 알았나요?
아니요. 이번에 처음 배웠어요. 일주일에 세 번씩 3주 정도 배웠죠. 처음에는 꽤 어려웠어요. 오븐의 온도나 굽는 시간 같은 것도 절대적으로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 주위 공기의 온도 같은 외부 컨디션에 맞게 그때그때 세심하게 조절해야 하더라고요. 굽는 동안에도 빵에서 계속 눈을 떼면 안 되고요. 근데 점점 익숙해지니까 만드는 과정도 재미있고, 결과물도 너무 예쁘고 맛있어서 더 재미있더라고요.(웃음)
예능 촬영을 통해 많은 것을 즐겁게 배운 것 같아요.
배우라는 일이 참 감사하죠. 배우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다양한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수 있고, 그 안에서 새로운 것들도 배울 수 있으니까요. 무엇이든 하나쯤 할 줄 안다는 건 아무리 작은 거라도 결국 자신만의 무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모든 경험이 언젠가는 반드시 자신만의 가치를 발휘한다고 믿거든요.
연기에서든, 다른 분야에서든 앞으로 또 배우거나 도전하고 싶은 영역이 있나요?
기회만 된다면 뭐든 다 해보고 싶은 마음이에요.(웃음) 저는 현장 자체가 정말 좋거든요. 어떤 매력이라고 딱 하나로 정의하기 어렵지만, 그냥 현장에 있는 시간이 너무 재밌어요. 드라마든, 영화든, 예능이든, 기회만 주어진다면 어떤 작업이든 다 즐겁게 해보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