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내일을 향해, 엄정화는 나아갈 것이다.

여름, 좋아하죠? 마침 해변에 다녀오셨던데.
몇 달 전에는 하와이의 마우이섬에 갔다왔고, 얼마 전에는 일본 미야코지마에 가족들과 다녀왔어요. 사계절을 모두 좋아하지만, 서핑을 시작한 뒤로는 여름이 유난히 반가워요.
가수로서 보여주는 모습을 포함해, 우리가 사랑한 엄정화의 모습에는 여름과 잘 어울리는 장면이 아주 많아요.
제가 한때 ‘썸머 퀸’이었거든요.(웃음) 특히 여름에 앨범을 자주 냈고, ‘Festival’을 포함해 여름을 대표하는 곡들도 있으니까요.
지난 6월, 칠포재즈페스티벌 무대에 올라 그 여름의 음악들을 잔뜩 들려주었죠.
꽤 오랜만에 무대에서 노래를 했어요. 사실 노래하기에 목 컨디션이 좋지 않은 적도 있어서 페스티벌을 비롯해 가수로서 무대에 오르는 건 끝이 아닐까 생각한 적도 있는데, 몇 년전에 용기를 내서 콘서트도 다시 하게 됐고, 그 결심이 이번 페스티벌 무대까지 이어진 것 같아요.
수많은 히트곡 중, 유독 애착이 가는 노래도 있나요?
행사에 가면서 가만히 생각해봤어요. ‘오늘 부를 곡 중 나온 지 20년이 넘은 것도 있는데, 관객이 이 노래를 알까?’ 강산이 두 번은 바뀌었을 시간이 지난 셈이라 걱정도 되더라고요. 그런데 막상 무대에 오르니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항상 오르던 그 무대 맞구나, 관객의 표정도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구나, 하고. 지금이 2026년인지, 20년 전인지 혼동이 올 정도로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아, 저 그날 관객에게 미안한 일이 있어요. 준비한 무대를 모두 마치자 엄청난 함성과 함께 앙코르 요청이 쇄도했는데, 미처 앙코르 무대를 준비하지 못해서 죄송하다고 말하며 내려왔거든요. 그런데 댄서 친구들이 그러더라고요. “누나, 요즘은 앙코르로 이미 부른 곡을 몇 번 더 불러도 사람들이 좋아해요.” 요즘 공연 문화가 그런 줄 몰랐던 거죠.
가수로서 욕심이 남았나요?
컴백을 기다리는 팬도 많은데. 정말요? 거짓말···. 사실 용기를 못 낸 것 같아요. 성대결절을 겪고, 9년 만에 낸 앨범이 (2017)이고, 그중 ‘Ending Credit’라는 곡을 유독 아껴요. 아직 정한 건 없지만, 새로운 앨범을 내고 싶다는 생각이 부쩍 들기는 해요. 새로 합을 맞출 프로듀서나 뮤지션도 눈여겨보게 되고요. 요즘 젊은 뮤지션 친구들의 음악을 들어보면, 제가 좋아하던 테크노도 하고 그러잖아요. 그런 모습을 보면 반갑기도 하고, 결국은 뮤지션으로서 무작정 새로운 걸 시도하는 것보다 스스로 좋아하는 걸 하는 게 중요하구나 싶어요.


이제 영화 얘기를 해볼까요. <오케이 마담 2>가 8월 12일에 개봉해요. 6년 만의 새 시리즈라는 점에서 반갑고 설레는 마음이 들 것 같아요.
배우로서 항상 액션영화를 해보고 싶었는데, 6년 전에 <오케이 마담>의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무척 반가웠어요. 제목이 ‘오케이 마담’이라는 점도 좋고, 열심히 해서 통쾌한 액션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
으로 임했거든요. 그런데 개봉 시기가 코로나19와 맞물려 관객을 거의 만나지 못해서 아쉬웠는데, 마침 차기작 제안이 와서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전작 촬영 당시 스태프들과 이런 말을 나눴거든요. “우리 열심히 해서 꼭 차기작을 만들자!” 그런 마음으로 시작해서 그런지 <오케이 마담 2>는 기획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했어요.
시리즈를 함께해온 이철하 감독과 이 작품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요?
액션 신이 더 많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전작의 배경이 비행기인데, 이번 작품의 배경은 크루즈거든요. 액션뿐 아니라 영화의 흥미를 돋울 요소를 촘촘하게 잘 배치하려고 여러 이야기를 나눴죠. 배우로서 기획 단계부터 참여하는 경우가 많지는 않은데, <오케이 마담 2>는 그런 면에서도 애정이 큰 작품인 것 같아요.
사랑스러운 액션 히어로 ‘이미영’이라는 인물의 변화가 있나요?
캐릭터가 극적으로 변하진 않았어요. 미영은 그 자체로 매력적인 인물이니까요. 다만 1편보다 좀 더 억척스러워졌달까요? 녹록지 않은 삶에 좀 찌든 느낌. 전작보다 시간이 꽤 흘렀고, 딸 나리(정수빈)는 어느 정도 컸다고 엄마와 대화하는 걸 좋아하지 않고, 남편 석환(박성웅)은 전작처럼 천덕꾸러기 같거든요. 미영은 시장에서 꽈배기를 파는 상인으로 계속 살다가, 전작에서 만난 승무원의 결혼식 때문에 크루즈 여행을 가게 되며 삶의 생기를 되찾아요.
액션 연기는 어땠나요?
촬영하며 체력적으로 유독 힘들었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전작보다 액션 신 분량이 부쩍 많았어요. 특히 빌런으로 나오는 안야(최수영)와 대립하는 액션 신은 굉장히 강렬해요. 호흡이 긴 액션 신도 있고, 총을 다루는 장면도 있고, 아직 개봉 전이라 자세히 얘기할 순 없지만 전편보다 훨씬 다채로운 매력의 작품일 거예요.



<오케이 마담 2>는 한국 영화 최초로 여성 주연 액션 프랜차이즈이기도 해요. 최초라는 수식이 엄정화 배우를 더욱 빛나게 하는 한편, 수많은 액션영화가 나왔음에도 여성 주연 액션 프랜차이즈 작품이 이제야 처음 나온다는 사실이 아쉽기도 해요.
맞아요. 이 작품에 임하며 ‘한국 최초의 여성 주연 액션 프랜차이즈 배우가 되겠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어요. 다만 작품이 좋고, 함께하는 배우와 스태프들을 믿은 것뿐이죠. 앞으로 이런 작품이 더 많아질 거라 믿어요.
올해로 배우 데뷔 35년이 되었어요. 출연한 영화와 드라마만 50여 편에 이르고, 수상 경력도 수십 번에 이릅니다. 이러한 궤적을 돌아보면 어떤 감상이 드나요?
가수로서 무대에 오르기 직전과 무대에서 내려온 직후에 이런저런 생각이 드는 것처럼, 배우로서도 종종 비슷한 생각이 들어요. 35년 차···, 긴 시간이지만 지나온 모든 순간이 다 실감 나진 않아요. 다만 주어진 일들을 충실하게 해내며 지금까지 왔고, 여전히 그러고 있을 뿐이니까요.
지난 출연작을 다시 보기도 하나요?
거의 안 보는 것 같아요. 그런데 얼마 전에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방은진 감독님의 작품을 다시 보는 자리가 있어서 <오로라 공 주>(2007)를 보고 왔는데, 새삼스러운 마음이 들더라고요. 20년 가까이 된 영화이기도 하고, 당시의 저는 참 치열했던 것 같아요. ‘잘 못 해내면 안 돼!’ 하는 각오가 표정에 보이더라고요.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는데 여러 감정이 들었어요.
요즘은 어때요? 2년 전 한 인터뷰에서는 “시간이 흐르면 데뷔 초반의 뜨거움이 옅어지는 경우가 많잖아요. 저는 오히려 열정이 점점 진해지는 느낌이 들어요. 더 넓어지고, 더 깊어져요”라고 말했어요.
요즘은 좀 달라요. 여전히 연기를 사랑하고 열심히 하지만, 필요 이상으로 치열하진 않다고 할까요? 좀 더 자연스럽고 편안해진 느낌. 그런 생각과 태도가 <오케이 마담 2>에도 꽤 담겼어요. 배우이기 이전에 사람 엄정화의 장점이나 장난스러움이 곳곳에 배어 있을 거예요. 장르가 코믹 액션인 만큼 잘 안 하던 애드리브도 종종 했고요.
작품을 고르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그건 항상 변하지 않았어요. 제 기준에 재밌는 작품일 것. 시나리오만 봐도 배우로서 가슴이 뛰는 작품이죠. 앞으로도 배우로서 그런 영화와 드라마를 만나면 기쁜 마음으로 몸을 던질 거예요.


이효리, 선미, 화사, 천우희, 이하늬 등 많은 후배 아티스트들이 롤 모델로 꼽는 선배예요. 이런 후배들의 존중은 어떻게 다가오나요?
감사하죠. 다만 대단하게 여기거나 그런 칭찬에 취하진 않으려고 해요. 돌아보면 저 또한 계속 새로운 무언가를 해내야 한다고 생각한 적이 있고, 한 살 한 살 나이를 더 먹는다는 걸 크게 느낄 때도 있었어요. 어떤 절박함을 동력 삼아 나아간 적도 있는 것 같고요. 저 또한 멋진 선배들을 보며 더 열심히 하게 되고, 안도감을 느낀 적도 있고요.
그럼 엄정화의 롤 모델은 누구인가요?
자신만의 매력과 개성으로 앞을 향해 나아가는 모든 여성이요. 특정할 수는 없어요. 매번 다르고 멋진 결과와 과정을 보여주는 동료들이 많으니까요.
독보적 배우, 아이코닉한 디바, 배우와 가수로서 지평을 넓힌 시대의 아이콘. 활동한 모든 분야에서 정점을 찍은 셀러브리티. 세상에 내놓은 작업물과 더불어 예술가로서 많은 것을 보여준 만큼 충분히 인정받고 있다고 생각하나요?
어떤 면에서는 충분히 인정받는 것 같고, 한편으로는 서운할 때도 있죠. 하지만 주변의 시선과 인정만이 중요한 건 아니니까, 제게는 주어진 오늘이 있고, 나아갈 내일이 있으니 그걸로 충분한 것 같아요.
문득 상상해봤어요. 엄정화라는 아티스트가 지금 20대라면 어떤 배우이자 가수일까하고.
생각해본 적은 없는데, 엄청 연습하고 있지 않을까요? 요즘은 잘하는 친구들이 너무 많으니까요. 그러게요. 질문을 받고 생각해보니, 새로 시작하면 꽤 신날 것 같아요.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면 그때처럼 힘들고 막연하겠지만, 너무 좋을 것 같아요. 제 세대와는 또 다른 무대와 작품이 주어지는 시대니까요.
늘 다짐하듯 마음에 품고 있는 문장도 있나요?
거창하게 생각하는 편은 아니에요. 다만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는 생각은 해요. 멈추고 싶지 않다, 고여 있고 싶지 않다.
마지막 질문이에요. 훗날 사람들이 ‘엄정화’라는 아카이브를 딱 한 단어로 기억해야 한다면, 어떤 수식어이길 바라나요?
글쎄요. 음···. 어느 지점에 머문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진 않은 것 같아요. 언제 어느 시점에도 앞으로 나아가는 현재진행형의 사람이면 좋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