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산업혁명이 그랬듯, 디지털 전환은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다. 특히 주택, 건강, 교육 등 복지 측면과 관련해 긍정적이다. 하지만 디지털 전환 때문에 일자리를 잃는 노동자가 생길 것이며 정보를 가진 자와 그렇지 않은 자 간 부의 양극화도 첨예해질 것이다. 개인의 모든 사생활이 거울에 비친 것처럼 고스란히 노출될 위험성도 있다. 2021년 11월에 발생한 아파트 월패드 해킹이나 지하철 승무원이 CCTV로 여성 승객들을 불법 촬영한 사건처럼 말이다. 이렇듯 개인정보 유출은 사이버공간에서 지금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으며, 심지어 세계 최대 SNS인 페이스북에서도 5억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어 불법 앱에서 거래되는 등 2차 범죄로 이어지고 있다.

2021년 8월 영국의 경제 분석 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발표한 ‘안전한 도시 지수 2021’에 따르면 세계 60개 주요 도시 중에서 서울은 디지털 보안 순위 31위에 랭크됐다. 한국이 ‘국가 산업 디지털화 순위’, ‘디지털 정부 평가’, ‘디지털 삶의 질 지수’ 등 각종 디지털 분야에서 매년 1~2위를 다툰다고 자랑하지만, 디지털 안전 측면에서는 불안한 상태인 것이다.

그러니 디지털 전환의 장밋빛 청사진만 마냥 그릴 수는 없다. 만약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발생한 시스템의 취약점이 해커들에게 노출된다면 신호등이 멈춰 도시 교통이 마비되고, 쇳물이 용광로에서 굳어버리며, 온실의 난방장치가 가동을 멈춰 농작물들이 시들어버리는 사태가 생길 수 있다. 국제전기전자기술자협회(IEEE)가 발행하는 학술지 <IEEE 스펙트럼>은 2021년 3월 스마트 농장은 해킹에 쉽게 노출되므로 보안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해커에 의해 많은 사람이 굶주리거나 농부들이 파산하는 지경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은 2조3천억 달러(약 2천7백30조원) 규모의 일자리 계획을 마련하면서 안전한 디지털 전환을 주요 핵심 과제로 선정했고, 중국은 2025년까지 ‘디지털 발전 가속화와 디지털 중국 건설’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우리나라도 막대한 재정 지출을 감당해서라도 안전한 디지털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좋겠지만, 이는 언감생심일지도 모른다. 디지털 전환의 시대, 보다 안전한 삶을 위해서는 스스로 사이버 범죄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비밀번호 관리 같은 개인의 노력이 사소해 보이지만 가장 효과적인 보안 대책이자 더 나은 삶을 위한 방법 중 하나다. 2021년, 미국을 혼란에 빠뜨린 대표적 사건인 솔라윈즈 오리온 해킹의 시작은 서버 관리자의 비밀번호가 지극히 상식적이고 누구나 추측 가능한 ‘solarwinds123’이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