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이후 공생을 위한 22가지 질문 탈석탄 시대

 

지난 11월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마무리된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의 주제는 ‘석탄을 어떻게 할 것인가’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인류는 일보 전진하지 못하고 반보 정도 전진했다. 기후변화를 심화하는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해서 에너지 전환이 필요하고, 제1 과제로 석탄 사용을 줄이자는 주장은 수년간 이어져왔다. 석탄을 줄여야 한다는 말은 많았지만 세계 1백97개국이 참여하는 국제 협상에서 석탄을 줄이자는 약속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러나 중국,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여전히 석탄이 경제성장을 위해 필요하다는 국가들은 석탄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퇴출을 못 박지 못하겠다고 저항했다. 미국과 영국의 주도로 그나마 40여 개 국가가 석탄을 줄여가자는 데 합의했지만,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름으로 서명한 한국은 퇴출 시점을 확정하는 데는 동의할 수 없다는 매우 당황스러운 답변을 내놓았다. 석유와 천연가스 등 또 다른 화석연료도 쓰지 말자는 선진국과 석유와 천연가스는커녕 석탄도 계속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중국, 인도, 러시아 등의 국가 사이에서 앞으로 우리나라는 탈석탄 속도를 정해갈 것이다. 정부는 2050년까지 석탄 화력발전소를 0개로 줄인다고 했지만, 국제사회는 한국 수준의 경제력이라면 2030년, 늦어도 2030년대 안에는 탈석탄을 이뤄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언제쯤 석탄 없는 삶이 가능할까. 정부가 서명에 서약하고도 딴소리하듯, 이 질문에 답하는 것은 사실 쉽지 않다. 석탄을 이용한 증기기관의 출현은 인간의 활동 범위를 확장했다. 나아가 현대 문명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산업혁명을 뒷받침하며 약 2백 년 동안 성장을 지속할 수 있게 해줬다. 더욱이 현재 기준으로 포스코, 두산중공업 등 우리 대기업들은 석탄 없는 신산업으로 변화해가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기후변화에 관해 취재한 지 2년 가까이 되는 기자 입장에서 볼 때, 기업과 정부의 변화 속도를 결정하는 것은 시민들의 요구에 달렸다. 탈플라스틱 운동에 열심인 에코 피플은 많지만, 석탄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저조하게 느껴진다. 석탄 발전소를 짓는 기업과 이들 기업에 재정 지원을 하는 금융기관과 보험 회사를 상대로 한 기후 단체의 시위에 시민들의 호응은 적다. 이 때문인지 강원도 삼척에서는 2050년 이후까지도 운영이 가능한 신규 석탄 화력발전소가 지어지고 있다. 맹방 해변이 침식되고 있다며 주민들은 서울까지 직접 발로 걸으며 시위를 하고,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지에 한국 기업들이 투자한 석탄 화력발전소가 있지만, 시민들은 이 문제에는 크게 관심이 없다.

석탄 없는 삶을 시작한 나라는 이미 많다. 석탄 대신 재생에너지 혹은 원자력발전을 이용할지 판단하려면 에너지에 대한 공부도 해야 한다. 한국도 석탄 없는 삶이 가능하냐고 질문하기 전에, 석탄 화력발전으로 지탱해온 우리 삶을 바꿀 준비가 되었는지 먼저 질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