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가 늘면서, 그리고 인테리어에 관한 관심이 늘면서 보고 읽을 수 있는 인테리어 콘텐츠가 늘어났다. 각자 방을 어떻게 꾸며야 하는지에 관한 고민에 힌트가 되어줄 레퍼런스는 매체뿐만 아니라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SNS에서도, 요즘 늘어난 커머스 채널에서도 자주 볼 수 있다. 원룸마트나 오늘의집, 집꾸미기 등 1인 가구를 위해 생겨난 곳들은 단순히 물건만 파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작은 공간을 알차게 활용할 수 있을지 여러 가지 힌트를 준다. 그렇지만 읽고 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이상적인 공간에 대한 이해는 쉽지만, 그것을 내 것으로 구현하는 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직접 경험하고 만지는 것, 공간의 규모를 가늠하는 것이 아닌 직접 몸으로 느끼는 것은 좀 더 빠르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살림과도 직결되지만 동시에 라이프스타일, 삶과 관련된 것이 자신의 공간을 구성하는 일이다.

전시 knock,knock 포스터

코리빙 하우스 맹그로브 신설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 <노크노크(knock, knock)>는 좀 더 현실에 가까우면서도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부분을 채워주는 데 있어 좋은 힌트가 될 것이다. 밀레니얼-MZ세대와 가까운 이곳은 국내 최대 규모의 코리빙 하우스이기도 하지만 곳곳에서 친환경이나 지속 가능성, 다양성을 고려한 흔적이 느껴진다. 1~2인 가구가 거주할 수 있는 수많은 방이 각자 살아가는 이에 맞게 다양한 모습을 할 수 있도록 전시는 좋은 예시가 되어 주기도 한다.

이 전시에는 총 열 명의 크리에이터가 참여했다. 이 중에는 f(x)부터 NCT127까지 케이팝 그룹의 사진 작업부터 신세계 빌리브를 비롯한 공간 사진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송시영 작가의 방부터 국내 서브컬처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인 장스터(Jangster)의 방, 영화 <레토>와 <최선의 삶> 같이 좋은 영화를 맡아온 엣나인필름, 최근 공간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유튜버 예진문, 북튜버 김겨울 등 다양한 사람이 구성한 방이 있다. 이중 단연 인기가 많은 방은 예진문의 방. 탐나는 아이템도 많고, 작은 공간에 그 사람의 아이덴티티를 비롯해 ‘이렇게 하면 작다고 생각했던 공간이 편안하면서도 풍요로워질 수 있구나’ 생각하게끔 많은 정보를 제공한다. 물론 그만큼 공간을 유지할 수 있는 부지런함이 필요하겠지만, 공간 자체에 에너지가 담겨 있는 것은 물론 어딘가 친근한 타인의 방을 구경한다는 재미도 준다.

요리사 겸 칼럼니스트 요나의 방.

반면 작물과 음식에 관하여 공부하고 또 팝업 식당을 운영하며 칼럼도 쓰고 워크숍도 하는 요나의 방은 상대적으로 미니멀하게 느껴지지만, 그만의 특징이나 매력은 풍부하게 드러난다. 그래서 공간 안으로 들어서면 따뜻함과 행복이 느껴지며, 약간의 여유도 되찾을 수 있다. 북튜버 김겨울의 방은 조금 더 심플한 편인데,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특히 미니얼리스트라면 여백에서 오는 사색의 여지와 편안함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송시영 작가의 방은 여러 관심사와 취향이 정갈하게 모여 있어 그 사람의 특징을 짐작할 수 있기도 하고, 소셜벤처 동구밭이 꾸며 놓은 방은 실제로 동구밭에서 일하는 직원의 방처럼 느껴진다. 곳곳에 생활 감각이 묻어나 있고, 각자 어느 포인트에 중점을 두었는지도 보인다. 그러다 보면 그 포인트가 각자의 삶 중 현재 초점을 두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영화사 엣나인필름의 방.

거창하게 들릴 지도 모르지만, 어쩌면 혼자 살아가는 이에게 이번 전시는 삶에 있어서도 좋은 레퍼런스가 되지 않을까 싶다. 특히 사회 초년생이나 이제 막 독립을 시작하는 이들에게는 크리에이터가 살아가는 모습이 곧 자신의 삶 전체에 영감을 주기도 한다. ‘이렇게 꾸미고 싶다’에서 한, 두 가지의 고민만 더해지면 ‘어떻게 살아야겠다’까지 이어지는 데에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그 점에서 전시 <노크노크>는 보다 현실적이고 재미있는 영감이 되어준다. 어쩌면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이 공존하는 코리빙 브랜드에서 열리는 전시이기에 더욱 의미 있고 현실성 있게 다가오는 기획이 아닐까 싶다. 크리에이터의 방을 즐겁게 들여다볼 수 있는 전시는 여름 내내 계속되며, 전시장에서는 마치 집들이에 온 듯 간단한 식사와 맥주, 제철티 판매해 즐길 수 있다.

 

기간: 8월 31일까지
장소: 서울시 동대문구 왕산로22, 맹그로브 신설 7층
운영시간: 12:00~18:00(화~일요일), 월요일 휴무
참여진: 송시영, Atnine Film, Universal Music Korea, 김겨울, yona, n5bra, 동구밭, Jangster, Yejin Moon, MSCH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