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개최 기간
2021년 10월 6일(수)~15일(금)

상영관
6개 극장 29개 스크린
영화의전당, CGV 센텀시티,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롯데시네마 대영, 소향씨어터,
BNK부산은행 아트시네마

상영작
초청작 70개국 223편
월드 + 인터내셔널 프리미어 96편
월드 프리미어 91편
인터내셔널 프리미어 5편
커뮤니티비프 상영작 63편

뉴 커런츠 상영작
월드 프리미어 10편
인터내셔널 프리미어 1편

특별기획 프로그램
원더우먼스 무비 – 아시아 여성 감독
특별전
중국 영화, 새로운 목소리 – 중국 신진
감독 특별전

수상자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임권택(감독/대한민국)
한국영화공로상
故 이춘연(영화인회의 이사장/대한민국)

 

부산국제영화제는 올해 색다른 시도를 하고 있다. 뉴 노멀 시대, 영화제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새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했고 바이러스 확산을 방지할 수 있는 만반의 환경을 갖췄다. 10월 6일부터 10월 15일까지, 보다 안전하고 풍요로운 영화 축제를 위한 분주한 발걸음을 부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총 70개국에서 2백23편의 작품이 초청된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의 문을 여는 작품은 월드 프리미어로 첫선을 보이는 임상수 감독의 <행복의 나라로>. 시한부 인생을 살게 된 탈옥수가 예상치 못한 동행인을 만나며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다. 최민식, 박해일, 윤여정 등 ‘믿고 보는’ 배우들의 출연도 기대를 높인다. 폐막작으로 선정된 렁록만 감독의 <매염방>은 홍콩의 전설적인 가수이자 배우 ‘매염방’의 일대기를 다룬다. 성공의 이면에 외로움과 아픔을 지닌 채 국내외 상황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던 그의 삶을 조명하며 뜨겁게 영화제의 폐막을 책임진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아시아 영화를 다루는 두 개의 특별전이다. 먼저 ‘원더우먼스 무비’는 여성 감독이 만든 최고의 아시아 영화 10편을 소개한다. 미라 네어 감독의 데뷔작 <살람 봄베이!>부터 가와세 나오미 감독의 <수자쿠>, 정재은 감독의 <고양이를 부탁해>까지 여성 감독들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작품들을 상영한다. 국내외 여성 영화인들과 함께하는 프로그램들도 준비되어 있다.

최근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중국 신진 감독들의 작품은 특별전 ‘중국 영화, 새로운 목소리’를 통해 만날 수 있다. 디아오이난 감독의 <백일염화>, 비간 감독의 <카일리 블루스>, 리뤼준 감독의 <미래로 걸어가다>를 포함한 7편의 작품을 상영하며 새롭게 등장한 중국 감독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장이머우, 첸카이거, 지아장커 등 거장을 맥을 잇는 중국 영화의 새로운 흐름을 살펴볼 기회다.

아시아 최초로 새롭게 신설한 ‘온 스크린’ 섹션도 눈길을 끈다. 점차 영역을 확장해나가는 영화 산업의 현재를 반영해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OTT)에서 선보일 드라마 시리즈를 소개한다. <지옥> <마이 네임> <포비든> 세 편의 작품을 올해 부산에서 월드 프리미어 또는 아시아 프리미어로 상영한다.

갈라 프레젠테이션에서는 마리옹 코티아르와 아담 드라이버가 주연한 뮤지컬 영화 <아네트>를 선보인다. 레오 카락스 감독이 9년 만에 공개하는 신작이자 2021 칸 국제영화제 개막작이다.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화제가 되었던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드라이브 마이 카>와 <우연과 상상>도 함께 상영하며 봉준호 감독이 참여하는 스페셜 토크도 예정되어 있다.

남포동을 중심으로 출발했던 커뮤니티비프는 올해 부산 전역으로 뻗어 나간다. ‘동네방네비프’를 신설해 14개 구·군 공동체에서 상영하며 부산 시민을 비롯한 모두가 영화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한다.

올해의 선정작은 모두 극장 상영을 원칙으로 한다. 지난해와 달리 한 작품당 여러 회 상영하고 상영관 수도 늘어났다. 단, 전체 좌석의 50%만 운영하며 실내외 극장을 비롯한 모든 행사장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행된다.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어려운 상황임에도 방역 지침을 철저히 준수하며 관객 맞을 준비를 마쳤다.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이라면, 설렘과 즐거움을 품고 부산으로 향해도 좋다.

 

개막작과 폐막작 

부산국제영화제 BIFF 임상수 감독 행복의 나라로
<행복의 나라로>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은 임상수 감독의 <행복의 나라로>다. 2020년 칸 국제영화제 오피셜 셀렉션에 선정되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영화제가 취소되며 세상에 나오지 못한 이 영화는, 올해 부산에서 월드 프리미어를 갖는다. 1998년 <처녀들의 저녁식사>로 데뷔한 후 10여 년 동안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며 끊임없이 논쟁적 작품을 선보인 그는 <나의 절친 악당들>(2014) 이후 단편 <뱀파이어는 우리 옆집에 산다>(2015)를 내놓았지만, 그의 아홉 번째 장편이 나오기까진 6년의 시간이 걸렸다. <행복의 나라로>는 그에게 일종의 복귀작인 셈이며, 여전하면서도 조금은 변화한 그의 작품 세계를 감지할 수 있는 영화다.

독일의 토마스 얀 감독이 만든 <노킹 온 헤븐스 도어>(1997)를 리메이크할 예정이었으나 많은 각색이 이뤄지면서 원작과 거리를 두게 된 <행복의 나라로>는 두 남자의 여정을 담은 로드무비다. 탈옥수 ‘203’(최민식)과 환자인 ‘남식’(박해일). 우연히 동행자가 된 그들은 역시 우연히 거액의 돈을 손에 넣게 되고, 화려하게 인생을 마무리할 꿈을 꾸며 여행을 떠난다. 감독의 전작에선 볼 수 없던 목가적 풍경과 여유로운 감성이 느껴지는 이 작품은 최민식과 박해일의 만남으로 화제가 되었지만, 두 배우 외에도 탄탄한 출연진이 영화를 채운다. 먼저 임상수 감독과 <바람난 가족>(2003)부터 작업하고 있는 배우 윤여정이 ‘윤 여사’ 캐릭터로 등장한다.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그가 이 영화에선 어떤 존재감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이 외에도 <내부자들>(2015)의 이엘, 최근 가장 주목받는 10대 배우 이재인이 <행복의 나라로>에 출연하며 김여진은 <처녀들의 저녁식사> 이후 20여 년 만에 임상수 감독과 만난다. 그리고 조한철, 노수산나, 윤제문 등이 출연한다. 사회적 모순과 역사의 아이러니를 짚어온 임상수 감독이 ‘행복’에 대해 이야기하는 <행복의 나라로>는 배우들의 하모니와 감독의 연출력이 어우러진 작품으로, 2018년 <뷰티풀 데이즈> 이후 3년 만의 한국 영화 개막작이다.

 

부산국제영화제 BIFF 폐막작 렁록만 매염방
<매염방>
부산국제영화제 BIFF 폐막작 렁록만 매염방
<매염방>

이번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의 주인공은 홍콩의 감독 렁록만, 아니 전설의 배우 매염방(메이옌팡)이다. 2012년 <코드네임 : 콜드워>로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의 영예를 안았던 렁록만은 9년 만에 폐막작으로 다시 부산을 찾았다. 그의 최근작 <매염방>은 2003년 12월 30일에 세상을 떠난 홍콩 배우 아니타 무이, 즉 매염방의 전기영화다. 가수이자 배우로서 1980년대부터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중화권을 대표하는 엔테테이너였던 매염방은 단순한 연예인을 넘어서 ‘홍콩의 딸’로 불릴 정도로 사회적 이슈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낸 셀러브리티였다. 장국영(장궈룽)과 공연했던 스탠리 콴 감독의 <인지구>(1987), 역사의 비극 속에서 노래를 부르던 <하일군재래>(1991) 그리고 허안화(쉬안화) 감독의 <반생연>(1997) 등은 여전히 우리 마음속에 남아 있는 매염방의 영상들. 렁록만 감독은 팬들의 마음속 스타를 다시 스크린으로 불러온다.

영화는 그의 마지막 모습으로 시작한다. 2003년 11월, 매염방이 세상을 떠나기 한 달 전. 그는 결국 그의 마지막 공연이 될 무대에 섰다. 웨딩드레스를 입고 긴 면사포를 늘어뜨린 채 높은 계단을 오르는 매염방. 그는 그렇게 무대 뒤로 사라졌다. 그리고 영화는 매염방의 어린 시절로 이어진다. 가수였던 어머니를 따라 생계를 위해 무대에 섰던 유년기와 연예계 데뷔 그리고 가수와 배우로서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성공해가는 과정이 연대기로 펼쳐진다. 하지만 이 영화가 보여주는 진짜 매염방의 모습은 스포트라이트 이면에 감춰진, 외롭고 상처받은 스타의 모습이다. 그리고 여기에 20년에 걸친 장국영과의 우정과 관계 그리고 홍콩을 둘러싼 변해가는 상황에 소신 있게 발언하던 그의 모습이 겹쳐진다.

모델 출신으로 독특한 마스크를 지닌 신인 배우 왕단니는 이 영화에서 전설의 여배우를 근사하게 재현해냈다. 극영화지만 과거의 공연 장면이나 자료 화면 등을 삽입해 다큐적 성격을 더했다. 위대했던 한 예능인에 대한 전기영화인 <매염방>. 이 영화는 이젠 사라져버린 낭만적이고 아름다웠던 시절의 홍콩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며, 수많은 스타들이 각자의 빛깔로 스타덤을 이끌던 홍콩 엔터테인먼트계의 화양연화를 추억하는 영화다. writer 김형석(영화평론가)

 

지금, 아시아 여성 감독

부산국제영화제 BIFF 아시아 여성 감독 살인자 말리나의 4막극
<살인자 말리나의 4막극>
부산국제영화제 BIFF 아시아 여성 감독 고양이를 부탁해
<고양이를 부탁해>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아시아 여성 감독이 만든 최고의 영화 10편을 소개하는 ‘원더우먼스 무비’ 특별전을 마련했다. 서로 다른 시대와 국가적 배경을 가진 여성 감독들이 만든 다채로운 주제와 형식의 작품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다.

먼저 다양한 생애 주기를 지나고 있는 여성의 이야기가 눈에 띈다. 한국 여성 성장영화의 대표작으로 여전히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는 정재은 감독의 <고양이를 부탁해>(2001)는 갓 스무 살이 된 다섯 친구가 세상속으로 첫발을 내딛는 순간을 그린 영화다. <고양이를 부탁해>의 주인공들과 영화가 동갑이 된 올해, 개봉 20주년을 기념해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기획한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을 부산국제영화제가 이어받아 또 한 번 상영한다.

 

부산국제영화제 BIFF 아시아 여성 감독 와즈다
<와즈다>

성장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수자쿠>(1997)와 <와즈다>(2012)도 놓치지 말 것. 가와세 나오미 감독의 <수자쿠>는 한 소녀의 불안과 우울, 이별, 사랑과 성장 등의 감정을 쇠락한 산간 마을을 감싸는 여름의 색채 속에 서정적이면서도 단단하게 그려냈다. <와즈다>는 이웃집 남자애는 자전거를 탈 수 있지만 여자인 자신은 탈 수 없다는 암묵적 규율에 순응하는 대신, 자전거값으로 치를 상금을 타러 꾸란 암송 대회에 나가는 열 살 소녀 ‘와즈다’의 이야기다. 사우디아라비아 최초의 여성 감독 하이파 알 만수르 감독의 작품이며, 이 영화의 반향으로 사우디 여성들에게도 자전거가 허용되었다고 한다.

 

부산국제영화제 BIFF 아시아 여성 감독 내가 여자가 된 날
<내가 여자가 된 날>
부산국제영화제 BIFF 아시아 여성 감독 심플 라이프
<심플 라이프>

허안화 감독의 <심플 라이프>(2011)는 평생 한 가족을 위해 돌봄 노동을 해온 여성 ‘아타오’와 중풍에 걸려 은퇴한 그녀를 보살피게 된 ‘로저’의 이야기로, 노년기에 이른 여성을 중심으로 사적 문제로 치부되던 보살핌의 가치, 노령화에 직면한 사회의 모습 등을 담았다. 이란의 마르지예 메쉬키니 감독은 아예 여성을 세대별로 등장시킨다. <내가 여자가 된 날>(2000)은 각각 나름의 자유를 만끽하던 청소년, 중년, 노년의 세 사람이 ‘여자’라는 이유로 억압과 구속의 상태에 놓이게 되는 과정을 묘사한다. 이란뿐만 아니라 어느 국가의 여성이라도 자신의 상황에 대입해볼 법한, 예측 불허지만 자유로운 바다와 익숙하지만 척박한 땅의 대비 가 인상적이다.

여성이 주인공인 영화는 아니지만, 여성의 시선으로 사회적 부조리를 풀어낸 작품들도 포진해 있다. <칠판>(2000)은 앞서 소개한 마르지예 메쉬키니 감독의 딸이자, 당시 스무 살 신예였던 사미라 마흐말바프 감독에게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안겨준 작품이다. 칠판을 지고 이란과 이라크의 국경지대를 떠도는 ‘선생들’이 있다. 그들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지식을 전파하려고 하지만 가르치기는커녕 아무나 붙들고 배움과 빵을 교환하자고 애원하는 것이 일과다. 그러던 와중에 밀수품을 옮기는 소년들과 늙고 지친 난민 무리와 마주치게 된다. 대부분의 출연진이 영화 속 캐릭터와 비슷한 환경에 처한 비전문 배우로, 현실의 삶이 고스란히 밴 배우들의 얼굴이 한층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부산국제영화제 BIFF 아시아 여성 감독 가버나움
<가버나움>
부산국제영화제 BIFF 아시아 여성 감독 샬람 봄베이
<살람 봄베이!>

나딘 라바키 감독의 <가버나움>(2018)과 미라 네어감독의 <살람 봄베이!>(1988) 역시 비전문 배우를 캐스팅한 영화다. <가버나움>은 레바논 사회의 빈곤과 아동 방치, 조혼과 불법체류, 난민 문제 등을 날카롭고 직설적으로 꼬집는 영화로, 자식을 학대나 다름없이 방임한 부모를 고소한 소년 ‘자인’의 분노하는 눈빛으로 오래 기억된다. ‘원더우먼스 무비’ 선정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한 <살람 봄베이!>는 봄베이 사창가에서 짜이를 나르는 ‘크리슈나’를 따라다니며 인도의 빈곤, 성매매, 미성년자 마약 문제 등을 폭넓게 다룬다. 미라 네어 감독은 여성 최초로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했다.

장르적 스펙트럼도 다양하다. 몰리 수리나 감독의 <살인자 말리나의 4막극>(2017)은 서부극의 형식을 취한다. 주인공은 자신을 강간한 강도의 머리를 잘라 들고 경찰서로 향하는 ‘말리나’. 변영주 감독의 다큐 <낮은 목소리-아시아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1997)도 순위에 올랐다. 전쟁 같은 투쟁을 지속하는 여성들에게 끊임없이 고민하며 다가서는 <낮은 목소리>의 카메라는 ‘사죄와 치유’라는 묵직한 질문에 우리 공동체가 어떤 대답을 해야 하는가에 관한 빛바래지 않는 사유를 이끌어낸다.

‘원더우먼스 무비’는 부산국제영화제가 지난 2015년부터 5년마다 업데이트하는 아시아 최고 영화 1백 편을 뽑는 설문 과정에서 추가 질문을 통해 선정되었다. ‘원더우먼스 무비’ 상영작 중 세계 유수의 영화제 수상, 대중과 평단의 호평 등 눈부신 성과를 거두지 않은 작품이 단 한 편도 없지만 ‘아시아영화 100’에 선정된 작품은 <칠판>과 <내가 여자가 된 날> 두 편뿐이다. 이 두 편을 포함하여 ‘아시아영화 100’ 리스트에 든 여성 감독은 단 4명이며, <살람 봄베이!>의 미라 네어 감독은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여성 감독이 만든 영화 중에서는 1위에 선정됐지만 아시아 최고의 영화 1백 편에는 속하지 못한 아이러니가 흥미롭다. writer 임유청 (플레인아카이브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