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메종 오픈 반클리프 아펠 줄리 조세프 서영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반클리프 아펠(Van Cleef & Arpels) 서울 메종 플래그십 부티크 오픈을 기념해 프랑스 애니메이션 아티스트 줄리 조세프(Julie Joseph)와 대한민국 1세대 스타일리스트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서영희가 함께 애니메이션 영상을 완성했다. <요정의 여정(Fairy’s Journey)>이라는 제목의 이 작품은 반클리프 아펠과 프랑스 문화를 상징하는 발레리나 요정이 파리 방돔 광장에서 출발한 후 서울에 도착해 창경궁, 비원 등 상징적인 장소를 지나 서울 메종에 도착하는 여정을 그리고 있다. 영상은 소나무와 모란꽃, 조선시대 궁중무용인 춘앵무를 추는 무용수, 화문석 카펫, 청자 화병 등을 담아내며 한국의 전통과 현대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반클리프 아펠의 핵심 정체성과도 유려하게 어우러진다. 지난 7월, 두 아티스트가 서울 메종 플래그십 부티크에서 애니메이션 영상 제작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주었다. 이후 줄리 조세프와 마주 앉아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서울 메종 오픈 반클리프 아펠 줄리 조세프 서영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서울 메종 플래그십 부티크에서 만난 줄리 조세프와 서영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서울 메종 오픈 반클리프 아펠 줄리 조세프 서영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서울 메종 플래그십 부티크의 아름다운 파사드. ©yongjoon choi

반클리프 아펠과는 2018년 ‘알함브라(Alhambra)’ 컬렉션 탄생 50주년을 기념해 애니메이션 영상을 제작한 이후 두 번째 프로젝트다. 첫 번째 프로젝트로 반클리프 아펠이 쌓아온 노하우를 테마로 한 영상을 제작했다. 두 번째 작업에서도 서영희 디렉터와 내가 구현하고 싶은 것이나 창작의 열정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다방면에서 든든한 지원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반클리프 아펠의 DNA에 대해 다시금 되새길 수 있었다.

<요정의 여정>을 작업하기 전 한국에 대해 가지고 있던 이미지와 반클리프 아펠의 브랜드 철학이 교차하는 지점이 있었나? 한국이 자연과의 조화를 중시하는 나라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 부분이 반클리프 아펠과 잘 맞아떨어질 거라고 판단했다. 내가 느낀 한국은 일상에도 전통을 존중하는 태도가 묻어 있는 곳이다. 반클리프 아펠을 보면서도 전통을 존중하는 태도를 느꼈다. 반클리프 아펠 서울 메종의 파사드에 세라믹을 사용하지 않았나. 이런 요소를 보며 한국의 도자기가 떠오르기도 했다. 서울 메종의 아름다운 정원에서도 전통과 자연을 존중하는 정신을 느낄 수 있었다.

팬데믹의 영향으로 물리적인 만남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서영희 디렉터와 온라인 미팅, 이메일로 소통하며 작품을 완성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전통문화에 대해 심도 있게 탐구하고 의논한 것으로 안다. 새롭게 알게 된 한국 문화 중 작품 안에 녹여내고 싶은 요소가 있었다면 무엇인가? 서영희 디렉터가 프랑스로 민화집(民畫集)을 보내주셨고, 그걸 보면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 민화에 등장하는 호랑이와 까치 등 동물의 상징성이 특히 흥미롭게 다가왔다. 영상에 동물들이 함께 노는 장면을 넣었는데, 안타깝게도 최종본에는 포함되지 못했다. 무엇보다 비단이나 모시, 종이 등으로 꽃을 만드는 채화(綵花)가 무척 아름답게 느껴졌다. 환상적이고 고귀한 작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 한 박물관 대표를 만나 공방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는데, 유럽 문화에서는 생소한 작업 방식을 접할 수 있었다. 자연을 보호하면서도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방식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작가 스스로 어떤 질문을 많이 던졌나? 서영희 디렉터가 보낸 자료를 바탕으로 어떻게 하면 그가 상상하는 이야기와 시나리오에 내 개성과 관점이 잘 어우러질 수 있을지에 대해 질문했다.
반클리프 아펠 서울 메종 플래그십 부티크의 특성과 반클리프 아펠의 주얼리를 어떻게 조화롭게 배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무수히 많은 질문을 품었다. 이런 질문을 거듭할수록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지금까지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이미지를 선보여왔고, 특히 민속 문화에 대한 애정도 크다. 환상과 현실을 엮으면서 유념하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하다. 어떤 지점을 목표로 하거나 의도를 가지고 작업하지는 않는다. 자료 조사를 최대한 많이 한 뒤 그 자료를 최대한 흡수해 내 것으로 소화한 뒤 창조할 세계에 풍덩 빠져들기 위해 준비한다. 준비 기간은 보통 일주일 정도 소요된다. 이후 자료들은 한쪽에 내버려둔다. 나는 완전히 내 것으로 소화했을 때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편이다. 초현실주의를 흥미롭게 생각하는데 초현실주의라는 건 연관성 없는 두 요소가 우연히 만나 예상치 못한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라고 본다. 그로 인해 보는 이들이 상상력을 발휘하고 감동받지 않나. 내 작품을 보는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새로운 감정을 꺼낼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요정의 여정> 영상 프로젝트 결과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어느 정도 만족하는가? 이번 프로젝트 자체가 내게는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평소 나는 아이디어가 많고, 영상에 담고 싶은 이미지도 넘쳐서 때때로 완성된 작품이 표현 면에서 과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 작업을 할 때는 최대한 표현을 정제했다. 인물과 자연에 집중하기 위해 나만의 원칙을 세우고 작업했다. 그렇게 완성한 덕분에 결과물이 대단히 만족스럽다. 내가 만족한 만큼 영상을 보는 사람들도 내가 느끼는 감동을 공유할 수 있다면 좋겠다. 나아가 이번 프로젝트가 다른 협업의 발판이 되길 바란다.

 

“내가 느낀 한국은
일상에도 전통을 존중하는
태도가 묻어 있는 곳이다.
반클리프 아펠을 보면서도
전통을 존중하는 태도를 느꼈다.”

 

작업할 때 주로 어떤 것에서 영감을 받는가? 영감의 원천이 두 가지인데, 하나는 초현실주의 예술가의 작품이고, 또 하나는 과거의 이미지다. 과거의 이미지에는 민속적인 자료부터 근대의 자료까지 포함한다. 과거의 다양한 이미지를 가지고 나만의 방식으로 현대화해 작품에 담아내고 있다.

평소 어떤 것에 아름다움을 느끼나? 본인이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의 공통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대답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것을 아름답다고 느낀다. 사물뿐 아니라 상황과 사람을 보면서도 아름답다고 느끼는 지점이 아주 많다. 예술가로 살아서 피곤한 건 24시간 깨어 있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밤에 잠을 자다가도 어떤 아름다운 이미지가 떠오르면 이걸 놓치면 안 된다는 생각에 벌떡 일어나 수첩에 적기도 한다. 이런 식으로 새벽에 자주 깬다.(웃음) 굳이 물건에서 아름다움을 찾자면, 도자기에서 아름다움을 자주 본다.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지만, 그 기능을 알지 못하더라도 그 자체로 무척 아름답지 않은가. 평소 박물관과 미술관을 자주 찾아 도자기를 많이 감상한다. 그다음으로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들에 흥미가 간다.

<요정의 여정>에 커다란 청자가 등장한 건 그 때문인가? 맞다. 서영희 디렉터가 보내준 자료에 다양한 도자기류가 있었다. 모양도 크기도 색도 제각각 다르고, 기능은 모르지만 비주얼적으로 대단히 아름다운 작품이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