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스타파 압둘라지즈 Mustafah Abdulaziz 물 water

물을 모으는 여성. 나이지리아, 201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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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찾기 위한 여정을 떠나는 아이들. 파키스탄, 201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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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이 우물에서 물을 길어 올리고 있다. 파키스탄, 201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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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과이강에 들어간 소년 클라우지우(Claudio). 브라질, 2015년.

무스타파 압둘라지즈 Mustafah Abdulaziz 물 water

관리 소홀로 버려진 워터파크. 현재 이 지역은 모래로 매립되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2018년.

가뭄, 수질오염, 수영하는 아이, 물을 길어 올리는 여성. 베를린에 거주 중인 뉴욕 출신 사진가 무스타파 압둘라지즈(Mustafah Abdulaziz)는 물과 인간의 관계를 포착하는 프로젝트 ‘Water’를 10여 년 동안 이어오고 있다. 세계 곳곳을 찾아가 촬영한 그의 사진은 우리 삶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물의 다양한 면면을 보여준다.

 

‘Water’ 프로젝트를 시작한 계기가 궁금하다. ‘Water’는 자연과 인간의 상호작용을 보여주며 그 관계가 미래에 지닐 의미를 알리는 프로젝트다.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진 여러 나라가 물이라는 인류 공동의 자원에 대해 갖고 있는 가치관을 탐구하고 싶었다. 2011년부터 15년간 30여 개국을 찾아가는 장기 프로젝트로 기획해 꾸준히 진행 중이다.

자연의 여러 요소 중 물에 집중한 이유가 있나? 사실 물보다 인간에 대한 관심이 더 컸다. 물은 인간을 비추는 거울과 같다. 우리가 물을 어떻게 이용하는지 살피다 보면 인간이 가진 생각의 핵심을 간파할 수 있다. 그래서 단순히 물과 관련한 여러 현상을 다루는 것을 넘어 자연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를 보여주려 했다. 이 시대의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사안인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이야기하기에 가장 적절한 대상이 물이었던 셈이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유의한 지점은 무엇이었나? 사진의 표현 방식을 깊이 고민했다. 사진은 위기 상황을 다루기에 적절한 매체가 아니다. 대상이 다소 제한적이거나 극적으로 나타날 여지가 있지 않나. 사진이 어떤 현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 이상의 기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사진을 통해 던진 질문들이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바라보는 관점을 재구성할 수 있다면 좋겠다.

 

무스타파 압둘라지즈 Mustafah Abdulaziz 물 water

기후변화로 해안이 침식되었다. 미국, 2018년.

무스타파 압둘라지즈 Mustafah Abdulaziz 물 water

사막에 건축된 골프장. 미국, 2015년.

무스타파 압둘라지즈 Mustafah Abdulaziz 물 water

양쯔강. 중국, 2015년.

무스타파 압둘라지즈 Mustafah Abdulaziz 물 water

알락난다강과 바기라티강이 합류하는 갠지스강의 초입. 인도, 2013년.

현재 세계 곳곳에서 극심한 가뭄이 일어나고 있다. 에티오피아,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등에서 물의 희소성을 담은 사진을 찍은 적이 있다. 물 부족 현상은 특정한 국가만이 직면한 현실이 아니라 세계적이고 현대적인 문제다. 해를 거듭할수록 우리는 물이 모자라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더 많이 마주할 테고, 생존을 위해 기존과 다른 선택을 해나가야 할 것이다.

인간이 물을 잘못된 방식으로 이용하는 현상은 주로 언제 발견되었나? 국가의 경제적 요구가 커졌을 때. 농업, 상품의 대량생산, 도시의 성장을 비롯한 그 어떤 상황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중에서도 갠지스강은 인도인이 신성하게 여기는 곳임에도 산업 시설이 밀집하면서 극심하게 오염되어 있어 내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물의 오남용은 미래를 바라보는 인간의 생각이 짧다는 사실을 여실히 드러냈다.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순위를 바꿔야 한다. 국가 차원에서 경제적 이익을 위해 자연과의 긍정적 상호작용을 장려하지 않는 한 우리가 알아차린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 실패할 것이다. 머지않은 미래에 수많은 사람이 자신의 삶의 터전에서 생존할 수 없게 될 거라고 상상하면, 지금 여러 국가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무용하게 느껴지지 않나?

 

무스타파 압둘라지즈 Mustafah Abdulaziz 물 water

레이크 카운티에 발생한 불. 미국, 2015년.

무스타파 압둘라지즈 Mustafah Abdulaziz 물 water

로스앤젤레스강. 미국, 2015년.

무스타파 압둘라지즈 Mustafah Abdulaziz 물 water

루저우시의 풍경. 중국, 2015년.

무스타파 압둘라지즈 Mustafah Abdulaziz 물 water

금 채굴이 진행 중인 아마존. 브라질, 2015년.

그와 반대로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경이를 느낀 순간도 있었을 거라 짐작한다. 맞다. 내가 만났던 아이슬란드와 파타고니아의 사람들은 시선을 사로잡고 마음을 흔드는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이들에겐 물을 비롯한 자원에 대한 책임감이 있었다. 개인이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자연에 대한 존중, 인간이 자연의 일부라는 인식이 있기에 가능한 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도 이런 생각을 가진다면 충분히 자연과 공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하나의 프로젝트를 오랫동안 진행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Water’를 어떻게 마무리해가고 싶나? 이 프로젝트는 초반의 계획에 따라 흘러가지 않을 것이다. 내가 다루고자 하는 현상의 범위가 넓어졌기 때문에 2027년보다 오래 이어지거나 찾아가야 할 나라가 더 많아질 수 있다. 가치 있는 것을 만드는 데는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지 않나. 내가 할애한 시간과 관계없이, ‘Water’는 꾸준히 인간의 본성을 보여줄 것이다.

물의 미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물은 인간이 공존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알리는 척도다. 물은 인간의 삶과 어떤 식으로든 연결되어 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물은 마음대로 다뤄도 되는 자원이 아니라는 것, 우리가 물에 의존하며 살아간다는 것, 물과 관련한 여러 현상이 아주 중요한 문제라는 사실에 대해 대화를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 그게 우리가 앞으로의 삶을 더욱 능동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