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아람│영화 투자팀

그림으로 얻은 위안 영화 제작사에 입사해 일을 막 시작했을 때였다. 일이 너무 힘들어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던 날, 우연히 인터넷에서 소녀가 그려진 작품을 봤다. 유약하고 여린 모습이 아니라, 무서울 정도로 스산하고 강인한 모습의 소녀를 보며 크나큰 위로를 받았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미국의 팝 초현실주의 작가 마크 라이든(Mark Ryden)의 그림이었다. 그때부터 그림에 관심을 갖게 됐고, 휴가 때마다 각 나라의 갤러리를 돌아보는 여행을 계획하게 되었다. 그렇게 관람객으로서 미술을 향유하다 5~6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컬렉팅을 시작했다.

컬렉팅 테마 시기마다 눈에 들어오는 것이 다르다 보니 주제를 정하고 컬렉팅을 하진 않는데, 간직한 작품을 살펴보니 생각보다 여성 작가의 비율이 높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 외의 작품은 5점 이하다. 그리고 미니멀리즘이나 추상보다는 조금 더 명확하게 형태가 보이는 작품을 선호하는 편이다. 구상과 추상의 경계에 있는 작품을 좋아하는 것 같다.

컬렉팅의 기준 샤머니즘을 믿는 건 아니지만, 작품에는 그 작가의 기운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잠도 자고 밥도 먹고 일상을 보내는 공간에 어떤 기운이 깃들어 있는 물건을 들이는 건 아무렇게나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 같다. 공포영화를 너무 많이 봤나?(웃음) 이런 이유로 내 집에 뒀을 때 불편하지 않은지, 남들이 봤을 때 그로테스크하지 않은지를 따지기에 앞서 작가의 가치관이나 생각에 온전히 공감하는 작품을 집에 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Feel in Further’. 영국에 있는 유닛 런던 갤러리(Unit London Gallery)에서 코로나19 대응 기금 마련을 위해 진행한 경매에 참여해 구매했다.

컬렉팅의 기준 샤머니즘을 믿는 건 아니지만, 작품에는 그 작가의 기운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잠도 자고 밥도 먹고 일상을 보내는 공간에 어떤 기운이 깃들어 있는 물건을 들이는 건 아무렇게나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 같다. 공포영화를 너무 많이 봤나?(웃음) 이런 이유로 내 집에 뒀을 때 불편하지 않은지, 남들이 봤을 때 그로테스크하지 않은지를 따지기에 앞서 작가의 가치관이나 생각에 온전히 공감하는 작품을 집에 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좋아하는 것을 좋아함 어릴 때는 영화를 워낙 좋아해서 관객과의 대화(GV)나 영화제를 열성적으로 쫓아다녔는데, 그게 일이 되면서 이전보다 순수한 애정이 줄어드는 것을 경험했다. 그러다 보니 더 이상 좋아하는 것이 없는 사람이 되어버린 것 같아 아쉬웠다. 그런데 컬렉팅을 시작하면서 ‘나한테도 영화 말고 좋아하는 게 또 생겼다’는 뿌듯함과 기쁨이 생겨났다. 실은 무언가를 굉장히 좋아하는 나를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다.

여성의 움직임 최근 문학계나 미술계에서 젊은 여성 작가들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이를 주목하는 경향이 반갑다. 처음 컬렉팅을 시작할 때보다 온라인 커뮤니티도 눈에 띄게 확산되었는데, 그곳에서도 여성들의 움직임이 꽤 흥미롭게 이어지고 있다. 특히 여성 예술가 네트워크 ‘루이즈 더 우먼’이 연대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내고 신을 확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이 무척 반갑다.

 

 

신용석│파일럿

훈련지에서 시작한 컬렉팅 2014년 샌디에이고에서 비행 훈련을 하다가 우연히 작품 하나를 구매한 적이 있다. 그 이후 아트 토이 등을 틈틈이 모으기 시작한 것이 본격적으로 작품을 모으게 된 계기다. 현재 1백여 점의 원화를 소장 중이다. 작품을 걸어둘 수 있는 뷰잉 룸도 따로 마련했는데, 천장이 높아 큰 규모의 작품을 걸어두기에도 제격이다. 친한 컬렉터들도 종종 이곳을 찾아오곤 한다.

공감하는 마음 작품을 고를 땐 내 마음이 이끌리는지를 가장 먼저 살펴본다. 그다음 작품과 이를 탄생시킨 작가에 대해 알아보고, 기회가 되면 작가를 직접 만나보기도 한다. 작가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공감이 되어야 작품 구매를 결정한다. 그 때문인지 배헤윰, 박노완, 김민희를 비롯한 국내 젊은 작가의 작품이 내 컬렉션의 주를 이룬다. 옛 작품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작가에게도 흥미를 느낀다.

1 컬렉팅한 작품 중 일부를 전시한 뷰잉 룸의 전경.
2 이은새 작가의 ‘밤의 괴물들 – 누운 사람’, 박노완 작가의 ‘을지로 이탈리아 요리사’ 등 한국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많다.

‘디깅’의 즐거움 작품에 관한 정보는 대부분 SNS에서 얻는다. 이제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누구든지 작가를 찾아보고, 그들에게 DM도 보낼 수 있지 않나. 좋아하는 작가가 팔로 중인 다른 이들에 대해서도 탐구하다 보면 새롭게 눈길이 가는 작가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이와 반대로 내 인스타그램 계정에 더 알려지기를 바라는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기도 한다. 이러한 ‘디깅’의 과정이 참 즐겁다.

갤러리를 향한 발걸음 비행이 서울에서 마무리되는 날이면 시내 곳곳의 갤러리로 향한다. 특히 실린더, 휘슬, 기체 갤러리를 즐겨 찾는다. 우리나라 작가를 새롭게 조명하거나 해외 작가를 소개하는 멋진 갤러리와 디렉터들이 많다. 갤러리에 가면 큐레이터의 전시 준비 과정이나 그가 작품을 보며 느낀 감상을 귀 기울여 듣는 편이다. 그 말들이 작가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처음 소장한 NFT. 로빈 벨게 작가가 더 스윙(The Swing)을 재해석해 만든 에디션이다.

첫 번째 NFT NFT 시장이 인기를 모으기 시작하자 나도 한 번 관심을 가져볼까 싶었다. 그래서 로빈 벨게(Robin Velghe) 작가의 NFT를 처음으로 구매했다. 장오노레 프라고나르 작가의 더 스윙(The Swing)을 재해석한 에디션으로, 뷰잉 룸 한쪽의 모니터에 무한 반복하는 형태로 담아놓았다.

느끼고 전하며 그동안 수집한 작품을 바라보고 있으면, 내 생각과 감정을 상기하거나 나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게 된다. 컬렉팅한 작품은 컬렉터와 비슷한 결을 지니기 마련이니 다른 이들에게 내가 모은 작품들을 보여주며 나에 대해 알려줄 수도 있다.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무언가를 느끼거나 전할 수 있는 것. 그게 내가 컬렉팅을 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전수옥│인테리어 디자이너

감상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해 어릴 때부터 미술에 관심이 많았지만 그때는 감상 이상을 시도할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림을 구매하는 일 자체가 쉽지 않았으니까. 그러다 10년 전쯤 친구에게 판화 작품을 선물받으면서 소장의 개념을 인지하게 되었고, 이후로 하나둘 마음에 남는 작품을 들이면서 컬렉팅의 세계에 입문하게 되었다.

색과 선 1년에 적어도 한두 번은 작품을 들이다 보니, 어느덧 적잖은 작품을 보유하게 되었다. 그리고 컬렉션을 살펴보면서 내 취향이 꽤 확실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거실 가운데에 자리한 마이클 크레이그마틴(Michael Craig-Martin)의 작품을 보면 알겠지만, 다양한 색이 조합된 작품에 마음이 가는 편이다. 그래서 김참새 작가의 그림도 좋아한다. 이와 반대로 단순한 선으로 이뤄진 것에도 흥미를 느낀다.

1 벽에 걸린 작품은 국내 아방가르드 아트 신의 선구자 김구림 선생의 작품, 아래는 고 최만린 선생의 작품.
2 친구에게 선물받은 정승혜 작가의 판화 작품.

함미나 작가 집 안 곳곳을 둘러보면 알겠지만, 요즘 함미나 작가의 작품에 빠져 있다. 색을 쓰는 방식이나 그리는 기법도 멋지지만, 작가를 직접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듣고 더 매료되었다. 아버지가 마약 밀매 단속반이었던 까닭에 어린 시절 뱃사람이나 총기를 소지한 단속반의 모습을 심심찮게 봤고, 그 기억이 선명하게 남아 지금 작업으로 이어지게 되었다고 한다. 비일상적인 장면을 일상적으로 본 때문일까? 그의 그림은 당연하게 인식하던 것들을 다른 시선으로 보게 만든다. 이를테면 위협적인 존재로 인식되는 총이 그의 그림을 통하면 보호와 통제, 또는 더 잘해내고 싶은 작가의 열망으로 해석되는 식이다. 함미나 작가의 작품을 통해 시선과 관점이 더 넓어졌다.

체감의 힘 갤러리에 전시된 형태로 볼 때와 내 집으로 들여와 감상할 때의 간극이 무척 크다. 전시장에서 크다고 생각한 작품도 막상 거실에 걸면 생각보다 작게 느껴지기도 하고, 이와 반대로 예상보다 훨씬 크게 다가오는 작품도 있다. 컬렉팅은 작가의 관점, 작품의 미감뿐 아니라 실물 작품을 체감하는 즐거움도 굉장히 크다.

다양한 색의 조합을 사랑하는 내 취향에 잘 맞는 마이클 크레이그마틴의 작품.

컬렉터의 태도 투자 개념으로 컬렉팅을 시작한 이들 중에는 구매와 판매의 기간을 짧게 설정하는 경우가 있다. 인기가 오른다는 소문을 듣자마자 시장에 내놓는 식이다. 잘못이라고 말할 순 없지만, 조금 더 넓은 관점에서 시장을 바라보면 좋을 것 같다. 판매된 작품이 짧은 시간 내에 시장에 다시 나오면 작가가 다음 작품을 내놓는 데 문제가 생길 수 있고, 그로 인해 좋은 작품도 그 가치를 온전히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에 몰두하고, 갤러리는 그런 작가의 성장을 도우면서 훌륭한 전시를 선보이고, 컬렉터는 이들이 만들어낸 가치를 인정하고 건강하게 즐기는 선순환이 이뤄졌으면 한다.

 

 

손찬우│건축업

친숙한 미술 미술을 전공한 누나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해외의 유명 박물관을 자주 방문했다. 그래서 미술에 보다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었고, 작품을 통해 위로받는 순간을 자주 경험하며 약 5년 전부터 본격적인 컬렉팅을 시작했다. 현재 1백여 점을 소장 중인데, 국내외 젊은 작가나 중견 작가의 페인팅이 대부분이다.

검증과 확신 구매할 작품을 선정하는 명확한 기준을 세워놓았다. 우선 작가의 업적이나 수상 경력, 비평, 작품의 소장처 등을 확인하며 검증을 거친다. 그다음으로 시장성을 살펴보는데, 검증되지 않았음에도 시장성이 지나치게 높은 작가의 작품은 지양하는 편이다. 반면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진 않지만 더 주목받을 만한 작가의 작품이라면 과감하게 컬렉팅한다. 같은 작품이더라도 시대에 따라 다른 평가를 받기 마련이지 않나. 흔들리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꿋꿋이 걸어나가며 다음을 기대하게 만드는 작가들은 언젠가 빛을 발할 거라는 확신이 있다.

1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에 다녀온 전광영 작가의 작품.
2 숯의 물성을 가장 아름답게 살려내는 이배 작가의 붓질에 애정이 간다.
3 조각가이자 페인터인 감성빈 작가는 슬픔을 넘어서는 위로를 건넨다.
4 단 한 점도 비슷한 도상이 없는 김구림 작가의 작품. 그의 삶 자체가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응원하는 마음 최근 감성빈 작가에게 큰 관심이 생겼다. 우울한 감정을 표현하는 작가라 예전엔 그의 작품을 소장하는 이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작품에서 어떤 힘이 느껴지고, 페인팅의 프레임을 직접 조각한다는 독보적인 특징이 있어 매력을 느꼈다. 실제로 집 곳곳에 그의 작품을 걸어두었다. 이러한 컬렉팅이 작가에게 보내는 응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작가라는 동반자 미술 감상은 일상의 스트레스를 가장 건강하게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다. 또 작풍의 변화 등을 살피다 보면 작가가 지닌 역사와 철학을 알 수 있고, 그의 작품을 모으며 나 또한 그와 같은 태도를 지니게 된다. 작가와 컬렉터는 일종의 동반자가 아닐까 싶다.

우려 혹은 기대 최근 컬렉터들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이슈는 프리즈의 한국 입성이다. 해외 미술 시장이라는 큰 파도를 맞은 한국 갤러리와 작가들이 어떤 변화를 맞이하게 될지 궁금하다. 우려 반, 기대 반의 마음으로 개최를 기다리는 중이다.

풍요로운 삶을 위해 전시를 찾아 다니거나, 작품을 감상하거나, 미술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은 내 삶의 원동력이자 행복이다. 앞으로 더 많은 이들이 컬렉팅의 묘미를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훌륭한 전시를 충분히 돌아보며 취향을 확고히 한다면, 오래도록 아낄 수 있는 작가와 작품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고준환│원자재 트레이더

컬렉팅의 시작 2017년 말. 딜러를 통해 소개받은 우고 론디노네(Ugo Rondinone) 판화가 내가 구매한 첫 미술 작품이다. 그 작품이 집에 도착한 날 느낀 설렘과 기쁨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매일 작품을 바라보면서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작가와 작품에 대해 탐구하면서 컬렉팅이라는 세계에 빠져들게 되었다. 현재 60점가량 소장하고 있다.

컬렉팅의 비기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첫째는 충분한 검색과 탐구를 통해 내 나름대로 관심을 가지고 마켓을 읽어 좋은 작가 혹은 작품을 빠르게 발견하는 것. 결국 갤러리를 놀라게 만드는 거다. ‘그 작가를, 그 작품을 어떻게 알았어?’ 하고 반응하게 하면 귀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반대로 순수하게 오롯이 팬으로 접근하는 방식도 있다. 이 경우엔 투자 목적보다는 순전히 내 취향의 작품을 발견했을 때 가능한 일이다.

1 베라 몰나르의 ‘(Des)Ordres’.
2 아프리카계 미국인 여성 아티스트 베벌리 뷰캐넌(Beverly Buchanan)의 ‘BridgeShack #2’.
3 ‘Pool in Evening’. 물을 좋아하는 딸의 뒷모습과 닮아 반한 작품.

내 컬렉팅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크게 세 가지다. 가족, 시대정신, 맨 케이브(man cave). 이 모든 주제에 해당되는 김한샘 작가의 작품.

선택의 방식 예전에는 소장하고 싶은, 마음이 끌리는 지점을 발견하려고 부지런히 리서치를 했다. 사지 않을 수 없게 스스로를 설득하는 작업인 셈이다. 그런데 지금은 반대다. 그냥 느낌이 오는, 꽂히는 작품이 있다. 아마 그간의 경험이 축적되어 나만의 직관이 생긴 듯하다.

실체화된 디지털 디지털이 우리 사회에 가져온 변화들, 그리고 이것이 아트에 적용되는 방식에 관심이 많다. 지금은 온라인으로 미술을 사고파는 행위도 성행하고 있고, 가상현실(VR), 인공지능(AI) 등이 아트 영역에서도 시도되는 중이다. 디지털을 주제로 삼거나 디지털에서 영감을 받은 작가들이 시간이 흐른 후 현시대를 돌아볼 때 언급될 거라고 생각한다. 이런 관점에서 디지털을 자신의 세계로 끌어들여 창의적인 작업을 한 초기 컴퓨터 아트 작가들에 주목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디지털 아트의 선구자라 불리는 베라 몰나르(Vera Molnár)의 관점을 좋아해 그의 작품을 수집하고 있다.

나만의 큐레이션 디지털이라는 무형의 공간 안에서도 얼마든지 내 취향에 맞는 작품을 모아 컬렉션을 구성할 수 있지만, 나는 집이라는 유형의 한정된 공간에 작품을 모아 컬렉션을 구성하는 방식에 훨씬 흥미를 느낀다. 내가 이 집의 큐레이터가 되어 전시회를 연다고 생각하고 방마다 각각의 기획에 맞는 작품을 배치하는 일이 꽤 즐겁다. 동선에 따라 개념적으로나 시각적으로 연결되는 나만 아는 지점을 만들기도 하면서 컬렉팅을 즐긴다. 일종의 상설 전시장인 셈이다.

 

 

이길연│인테리어 디자이너

인테리어와 미술 컨설팅 해외 브랜드 VMD로 일하다가 결혼한 이후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18년째 활동 중이고, 현재는 ‘길연’이라는 회사를 이끌고 있다. 인테리어 디자인과 작품 셀렉을 위한 컨설팅을 함께하며 꾸준히 인테리어의 완성도를 높여왔다.

나를 위한 선물 인테리어를 시작하며 그릇을 비롯한 공예품을 하나씩 내 공간에 들이기 시작했다. 갖고 싶은 마음이 생기면 생각지 않던 소비를 하게 되기 마련이지 않나. 나 자신에게 선물한다는 마음으로 여러 작품을 구매한 것이 컬렉팅으로 이어졌다.

집에 스며든 작품 주거 공간 중심의 디자이너이자 주부이다 보니 테이블과 조명 등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작품들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다이닝 공간 한쪽에 손을 씻는 세면대로 사용 가능한 이현정 작가의 작품을 설치해 플라워 데커레이션과 와인 칠링 등에도 활용하거나, 슬라이딩 도어에 우국원 작가의 작품을 매립하는 식으로 작품을 인테리어에 자연스럽게 녹여내고 있다.

한국 작가들의 아트 퍼니처로 채운 다이닝 공간.

1 우국원 작가의 작품을 슬라이딩 도어에 매립했다.
2 2013년에 구매한 박찬우 작가의 사진 작품.
3 이현정 작가의 작품은 세면대뿐 아니라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취향이 담긴 공간 ‘집은 곧 그 사람이어야 한다’는 기조로 인테리어를 하고, 집주인이 자신의 공간에 들여놓은 작품에도 그 사람의 취향이 반영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공간과의 조화에 초점을 맞춰 작품을 들이진 않는다. 한편 공간에 다소 어울리지 않더라도 마음이 가는 작품이라면 망설이지 않고 구매한다. 그러다 보면 자신의 미술 취향을 보다 명확하게 알 수 있다. 난 공예를 전공해서 그런지 여러 텍스처에 흥미를 느끼는 편이고, 모노톤이나 다채로운 색감의 작품들을 좋아한다고 단정 짓기보다는 다양성을 지향하고 있다.

안목을 통해 직업이 디자이너이다 보니 훌륭한 작가를 발견하는 안목이 내게 어느 정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관심 있는 작가가 전시를 개최하면, 오프닝 행사를 찾아가 그를 직접 마주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열정과 에너지를 파악하려 한다. 최근에는 손진형 작가를 눈여겨보고 있는데, 다이닝 공간에 그가 그린 ‘윈드-2(Wind-2)’를 구매해 걸어놓았다. 그의 작품은 두바이 국왕의 소장품으로 선택된 바 있다.

한국 미술 시장의 내일 최근 대중, 특히 젊은 세대가 미술 작품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만큼 파인 아트뿐만 아니라 아트 퍼니처, 공예, 메타 아트 등 다양한 작품에 대한 이해와 해석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우리 미술 시장이 훨씬 크게 성장할 거라는 믿음이 있다. 새롭게 확장되는 이 문화가 더욱 공고히 자리 잡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