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가손
COGASON

2015년 EP <오늘부터>를 시작으로
<오늘의 할 일> <오늘 오후> <모든 소설> 등
7년간 아홉 장의 앨범을 발표했다.

담백하고 간결한 밴드 사운드와
일상의 감정과 생각을 덤덤하게 고백하는 가사로
꾸준히 자신들만의 음악 세계를 구축해가는 중이다.

최근 2년여의 공백기를 지나
새 싱글 <선잠>을 발표했다.

 

 

2집 <모든 소설> 이후 2년 반 만에 새 싱글 <선잠>을 공개했다. 김원준 한동안 침체기를 겪었다. 2집 앨범 <모든 소설>을 냈는데, 팬데믹 사태가 예상보다 훨씬 길어지면서 준비한 것들을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하고 활동이 막혀버렸다. 의욕이 많이 꺾여서 2년 가까이 허송세월을 보냈고, 마지막 6개월 정도는 아예 안 만나고 각자 쉬는 시간을 가졌다. 사실 음악을 하지 않는 시간이 생각보다 편하고 좋기도 했다. 셋 다 따로 하는 일이 있는데, 오히려 그 일에만 충실하면 된다고 생각하니 생활도 간결해졌고. 그런데 계속 마음 한편에 이러다 밴드를 그만둘 것 같은 두려움이 일었고, 시간이 흐를수록 불안해졌다. 안 되겠다, 다시 모이자 하고 만든 첫 음악이 <선잠>이다.

어떤 이야기를 담은 음악인가? 다시 시작하기로 마음먹고 만든 음악이라기엔 첫 구절부터 ‘난 이제 더 이상 들려줄 이야기가 없지만’이라는 말로 시작한다. 김원준 제목을 지을 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개꿈 어때?’라고 했었다.(웃음) 편하게 쉬지도, 그렇다고 열심히 한 것 같지도 않은, 잠자리가 뒤숭숭한 상태로 2년을 보낸 것 같았고, 그런 감정을 솔직하게 담은 곡이기 때문이다. 특별히 어떤 이야기를 그렸다기보다 순간순간의 감정을 나열한 곡이다. ‘자신이 없다’, ‘난 더 할 말이 없다’ 등 초반에는 무기력한 말들이 이어지다 마지막에는 ‘너에게 달려간다’, ‘익숙한 기억에 내 몸을 기댄다’ 같은 희망적인 말이 등장한다. 가열차고 밝게 나아가고 싶은데 현실은 그렇지 않고, 그 상황에서 드는 복잡한 마음을 있는 그대로 담은 결과다.

다시 음악을 만들며 새롭게 시도한 부분도 있나? 김원준 오래 멈춰 있다 다시 시작하기로 했으니 이런저런 고민을 하기보다 몸을 움직이면서 당장 할 수 있는 걸 하자는 마음이 있었다. 그 과정에서 찾은 방법이 합주실에서 바로 녹음하는 거였다. 이기원 당연히 스튜디오에서 녹음하는 것보다는 사운드의 질은 떨어질 수 있지만, 시간의 제약 없이 우리가 내고 싶은 소리를 찾아가며 만들었다는 점에서 좋은 방식이지 않았나 싶다. 맞든 틀리든 이것저것 해보고 ‘좋다’는 생각이 들 때 멈추면서 어느때보다 즐겁게 작업했다. 꽤 긴 시간 멈춰 있었고, 다시 시작해야 할 의무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다시 음악을 만들기 시작한 이유는 무엇인가? 코가손이 음악을 만드는 동력이 궁금하다. 이기원 아무래도 생업을 따로 가지고 있으니 ‘음악을 안 했으면 훨씬 더 마음 편하게 살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될 때가 있다. 최소한 창작에 대한 스트레스는 없을 테니까. 그런데 모르겠다. 그럼에도 놓지 못하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 음악 아니면 절대 안 된다는 마음을 가진 것도 아닌데 말이다. 아마 내려놓기보다 붙잡고 있는 편이 더 행복한가 보다. 김원준 스스로 음악을 하지 않으면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종종 한다. 그래서 ‘선잠’을 만들면서 작은 결과물을 마주할 때마다 다행이다 싶었다.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어떤 결과물을 낼 수 있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끼는 것 같다. 또 결과물을 누군가가 듣고 좋아해주면 그것도 나름대로 무척 행복한 일이고. 이동욱 나 역시 공감하는 바다. 다른 걸 안 해봐서 그럴 수도 있는데, 오랫동안 해온 일이라 그런지 이제는 의식하고 움직이기보다 그냥 하게 되는 것 같다. 음악을 하는 행위 자체가 자연스러운 일상의 한  부분이 되어버린 셈이다.

 

<선잠>

<오늘의 할 일>

 

음악 작업에서 가장 힘들고 어려운 단계는 무엇인가? 아무래도 창작에 대한 압박감일까? 이기원 끝나는 타이밍을 누가 딱 정해주면 좋겠다. 그러니까 ‘이제 이만큼 했으면 완성이다’, ‘끝내도 된다’라는 걸 우리가 결정해야 한다는 점이 참 어렵다. 곡 작업을 하다 보면 여기서 좀 더 해야 되나 아니면 그만해야 하나 갈팡질팡할 때가 많다. 김원준 더 힘든 건 그런 과정을 다 거쳤는데도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기대와 다른 피드백을 받을 때다. 혼자 들으려 만드는 음악이 아니다 보니 리스너들의 반응에 일희일비할 수밖에 없다. 우리도 사람인지라 여러 말들에 약해질 때가 있다.

2015년부터 벌써 7년째 코가손의 음악을 만들고 있으니 내성이 생길 법도 한데. 김원준 생기지 않는다. 우리끼리는 되게 괜찮다며 만들었는데, 기대와 다른 반응이 나오면 이게 우리의 한계인가 싶어 자기혐오의 감정이 생기기도 한다. 그럼 창작물에 대한 확신은 어떤 식으로 얻나? 이동욱 코가손이라는 팀의 색을 만든 원준이 형을 암묵적으로 의사 결정권자라 생각한다. 이기원 그렇지만 원준이가 ‘이렇게 할 거니까 너희는 따라와’ 이렇게 말한 적 없고, 우리가 의견을 내는 데에도 거리낌이 없다. 다만 확신이 없을 때는 ‘원준이의 감을 믿고 가볼까?’ 하는 생각이 모두의 마음속에 있는 것 같다. 김원준 사실 나 역시 한 번도 100% 확신에 차서 밀어붙인 적은 없다. 오히려 내가 선택한 방향에 대해 멤버들의 지지에 힘을 얻는 편이다. 이동욱 서로 의지하면서 확신을 쌓아나가는 식이다.(웃음)

작업 과정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에 대해서도 묻고 싶다. 이기원 유행하는 건 따르고 싶지 않다. 원래 좋아하던 거라도 지금 화제가 되는 소재나 방식이라면 오히려 피한다.

 

 

그것이 코가손의 스타일이라도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작업을 이어가는 동안 다양한 트렌드가 오고 갔음에도 코가손의 음악에 반영된 적이 한 번도 없다. 김원준 우리 음악이 단순하고 쉽지 않나. 그렇지만 만드는 과정에서는 어렵고 복잡한 검열을 꼭 거친다. 기준이 있다면 ‘거추장스러움을 덜어내기’다. 더하지는 않고 빼는 데 집중하는 편이다. 이기원 원준이가 멋 부리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기타에 작은 꾸밈음 하나만 넣으려고 해도 안 된다고 막는다.(웃음) 그 때문인지 악기 구성도 간결한 편이다. 김원준 예전에는 기타, 베이스, 드럼 외에 다른 악기나 전자음은 전혀 넣지 않았는데, 2집 <모든 소설> 때부터 조금씩 넣어보고 있다. 처음으로 통기타도 써보고, 탬버린이나 피아노 사운드도 넣어보고, 신시사이저도 도입해보고. 다만 새로운 악기를 쓰더라도 우리가 해오던 방법은 유지한다.

음악을 대하는 태도도 비슷한 것 같다. 대단한 열망을 품거나 엄청난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게 아니고, 그냥 하는 데 가까운 태도 말이다. 별다른 욕망이 없어서 오히려 존속되는 것 같기도 하고. 이동욱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모든 것을 쏟아부으면서 음악을 했던 이들일수록 오히려 빨리 내려놓는 경우가 많더라. 그에 반해 우리는 에너지를 잘 비축하는 밴드인 것 같다.(웃음) 김원준 기본적으로 셋 다 시니컬한 면이 있다. 좋아하는 것보다 싫어하는 게 많고. 그런데 밴드를 유지하는 데에는 이런 태도가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좋은 것에 열과 성을 다하기보다 싫은 것을 놓아버리는 쪽을 택하는 게 썩 괜찮은 선택과 집중이 아닌가 싶다.

뜬금없는 질문이지만, 음악을 오래하면서 생긴 습관이나 직업병도 있나? 이동욱 드럼을 연주해서 그런지 어떤 소리를 들으면 비트부터 분석한다. 세탁기가 흔들릴 때나는 소리가 생각보다 규칙적인데, 그걸 비트로 받아들일 때가 있다. 이기원 무슨 만화에 나올 것 같은 이야긴데.(웃음) 이동욱 우리 집 세탁기가 엄청 시끄러운데, 그걸 음악으로 받아들이면 스트레스가 조금 해소되는 것 같다. 아무튼 일상의 소리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 음악을 통해 전하고 싶은 바는 무엇인가? 거대한 메시지는 아닐지라도 작은 소망 하나쯤은 품고 있을 것 같다. 김원준 엊그제 공연을 마치고 나오는데 어떤 분이 ‘중학교 때부터 팬이었다’며 말을 건넸다. 그 말이 큰 자극이 되었다. 생각해보면 중고등학교 때 듣는 음악이 꽤 오래 영향을 미치지 않나. 나 역시 그때 빠져 있던 음악이 기반이 되어 지금까지 온 것 같다. 그러니까 이게 스스로 즐겁자고 하는 행위이기도 하지만, 누군가에겐 어떤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좀 더 책임감을 가지고 잘해야겠다고 자각하게 된다. 이기원 어떤 의미를 전달하고 싶으면 말이나 글이 가장 효율적이고 정확한 도구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가 음악이라는 매체를 선택한 건 결국 말로는 다 할 수 없는 것을 전하려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게 뭐냐고 묻는다면 어떤 감정이나 느낌인 것 같다. 그렇다고 ‘즐거움을 선사하고 싶다’, ‘위로가 되고 싶다’라는 식의 일방적 메시지는 아니고, 각자의 상황에 따라 심적으로 필요해서 듣게 되는 음악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즐거울 때 듣는다면 신나는 음악이 되는 거고, 힘들 때 들으면 위로의 음악이 되는 식으로. 이동욱 다만 좋은 방향으로 감정이 배가 되거나 줄어들면 더 좋을 것 같다. 여행의 설렘을 증폭시켜 준다거나, 슬플 때는 감정을 정돈해 준다거나. 그게 좋은 음악의 힘이지 않을까.

정체되었던 시간을 지나 다시 코가손의 음악이 시작되었다. 이제 어떤 방식으로 음악을 해나가게 될까? 이기원 요즘 살 날이 결코 많이 남지 않았다는 생각을 자주한다. 네 나이에 벌써 그러냐고 할 수도 있지만, 바꿔 말하면 인생이 유한하다는 사실을 조금씩 더 크게 느끼는 것 같다. 그래서 지금 아니면 못 하는 걸 더 늦게 전에 하자는 마음이 크다. 음악적으로도 주저하지 않고 이것저것 많이 해볼 작정이다. 김원준 이제 적은 나이가 아니라서 그런 것 같다.(웃음)

너무 나이를 역행하려는 것만 아니라면, 무엇이든 해도 될 때가 아닌가 싶다.(웃음) 김원준 아, 어려 보이려 애쓰는 거, 그건 절대 안 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