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ABOUT MUSIC

흐르는 노래를 종이에 수놓은 듯,
음악을 아름답게 표현한 세 권의 책.

<블루노트 컬렉터를 위한 지침>

오가와 다카오, 쪽프레스

재즈 전문 레이블 블루노트에서 발매한 음반을 모두 모은, 한 열정적인 수집가의 수기. 저자는 레코드 숍이 있는 곳에 살고 싶다는 마음으로 도쿄의 과대학에 입학했고, LA와 하와이, 뉴욕 등을 오가며 음반을 모아왔다. 재즈에 깊이 몰두하는 저자의 모습은 좋아하는 마음이란 무엇인지, 그것이 우리에게 무엇을 가져다주는지 사유하게 만든다. 컬렉션을 다루는 책답게 만듦새도 정교하다. 파랑과 형광 초록, 두 색상으로 디자인해 경쾌한 느낌을 준다. 서체를 다양하게 사용하고, 글자의 크기와 기울기에 변주를 주어 리듬과 활력을 더했다.

 

<상페의 음악>

장자크 상페, 미메시스

‘단언컨대 음악은 나의 인생을 구원해 주었습니다. 음악이 아니었다면 나는 미쳐버렸을 거예요.’ 지난 8월 세상을 떠난 삽화가 장자크 상페의 꿈은 음악가였다. <상페의 음악>은 상페가 저널리스트와 음악에 대해 나눈 대담과 그가 그린 삽화를 한데 모아 엮은 책이다. 그는 대화 중에 클로드 드뷔시, 모리스 라벨, 듀크 엘링턴 등 자신에게 위안을 준 음악가들에게 크나큰 사랑을 표현한다. 노래하며 행복해하는 사람들, 대형 공연장에 홀로 선 연주자, 악기 앞에서 고독해 보이는 음악가까지. 특유의 가느다란 선, 담담하고 여린 색채로 음악적 풍경을 그려냈다.

 

 

<야생 숲의 노트>

시미언 피즈 체니, 프란츠

새의 지저귐을 음악이라 할 수 있을까. 19세기의 음악가 시미언 피즈 체니는 뉴잉글랜드에 서식하던 새 41종을 관찰하고 그들이 내는 새소리를 악보에 담았다. 계절이나 해의 기울기를 비롯해 환경이 변함에 따라 새소리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관찰하고, 한 음 한 음 오선지 위에 새겨 넣었다. 어떤 대상에 오래 귀 기울여야 하는 지난한 과정을 겪으면서도 저자는 새를 향한 사랑을 잃지 않는다. 오히려 좋아하는 마음에서 우러나는 아이 같은 천진난만함을 보여준다. 한국판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원작에 없던 새 그림과 정보도 추가해, 보는 재미를 더했다.

 

 

 

 

THE PLAYLIST GUIDE

보석 같은 노래를
아낌없이 추천하는 책들.

 

<뮤직 포 시티 트래블러>,
<뮤직 포 이너 피스>

박정용, 노웨이브

홍대 앞에서 14년째 음악 공간 ‘벨로주’를 운영하는 박정용이 출간한 플레이리스트 가이드북. <뮤직 포 이너 피스(Music For Inner Peace)>에는 평온한 마음을 위한 음악이 담겨 있다. 아침, 점심, 저녁, 밤까지 총 네 부분으로 나누어 구성했고, 각 시간대에 어울리는 음반을 추천한다. <뮤직 포 시티 트래블러(Music For City Traveller)>에서는 서울 광화문, 통영, 춘천, 런던, 삿포로 등 세계의 도시 12곳을 선정해 그곳에서 겪은 일, 방문할 만한 공간, 어울리는 곡을 소개한다. 여행하며 듣기 좋은 곡이 수록되어 있으니, 책을 들고 어딘가로 무작정 떠나도 좋겠다. 두 책 모두 유튜브, 스포티파이 등의 플랫폼에서 플레이리스트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QR코드가 담겨 있다.

 

<제법, 나를 닮은 첫 음악>

권민경 외 9명, 테오리아

작가 겸 유튜버 김겨울, 시인 유희경, 소설가 나푸름 등 10명의 저자가 자신과 닮은 음악을 고르고, 관련 일화를 적은 에세이집. 보아의 ‘메리 크리’, 비틀스의 ‘Octopus’s Garden’, 샤를 트레네의 ‘붐!’ 등 저마다의 이야기를 읽으며 함께 노래를 듣는 재미가 있다. 하루를 마친 뒤 가족들과 단칸방에 누워 불법 유통 테이프로 듣던 노래, 난잡한 연극 뒤풀이 자리에서 잔잔히 울려 퍼지던 ‘연극이 끝나고 난 뒤’ 등 그들이 써낸 진솔한 경험담은 삶과 음악이 진득하게 이어져 있음을 깨닫게 한다.

 

 

<식탁에서 듣는 음악>

이용재, 워크룸프레스

‘음식 없이는 살아도 음악 없이는 못 사는’ 음식 평론가 이용재의 에세이. 음악과 음식이 얽혀 있는 일화를 책에 담았다. 소주를 마시고 집에 도착해 들던 딕의 ‘믿어’, 삿포로의 라멘집에서 들었던 뤼미에르의 노래, 싸구려 샌드위치를 먹으며 읽었던 음악 잡지와 거기서 발견한 도브스의 ‘파운딩’까지. 시각, 청각, 미각 등 여러 감각을 동원해 상상하면서 글을 읽게 만든다. 앨범 재킷을 아름답게 찍은 사진도 글과 함께 수록되어 있다.

 

 

 

 

LIVE IN HARMONY

음악과 함께 살아가는 우리 삶에 대하여.
생과 노래에 대해 사유한 책 네 권.

 

<플레이리스트: 음악 듣는 몸>

김호경, 워크룸프레스

음악 예술 담론에서 소외되던 ‘감상자의 음악 경험’을 중심으로 전개하는 일종의 이론서. 특정 아티스트의 곡이나 앨범을 찾아 노래를 듣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만든 플레이리스트로 노래를 청취하는 행위에 집중한다. 유튜브 플레이리스트 채널의 댓글 문화를 분석하고, 다양한 음원 플랫폼을 사용하는 이들을 인터뷰하며 여러 사람의 경험을 다층적으로 살핀다. 동시대 음악 청취 방식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그것이 감상자에게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분석한다.

 

<그러나 아름다운>

제프 다이어, 을유문화사

제프 다이어가 재즈 음악가에 관해 쓴 상상적 비평집. 쳇 베이커, 레스터 영, 찰스 밍거스 등 1940~1950년대를 대표했던 재즈 음악가의 삶을 실제와 허구를 섞어 그려냈다. 허무와 불안으로 가득 찬 재즈 음악가들의 생으로 스며들어 그 삶의 면면을 치밀하게 묘사한다. 실화를 기반으로 상상력을 더해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모습은 즉흥적으로 연주하고 끊임없이 변주하는 재즈와 닮아 있다. 삶과 음악에 대한 저자의 통찰이 빛나는 책.

 

 

 

<음악의 언어>

송은혜, 시간의 흐름

오르간, 피아노, 음악학과 반주를 공부하고 프랑스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음악가 송은혜가 쓴 에세이. 저자는 음악 안에서 자신의 세계를 끊임없이 확장한다. 노래를 들으며 내면의 슬픔을 마주하고, 합주하며 타인과 관계 맺는 법에 대해 생각한다. 연주에 솔직한 감정을 담기 위해 연습을 반복하는 것, 나만의 템포를 유지하는 법, 사회에서 음악이 있어야 할 자리가 어디인지 사유하는 일까지. 음악의 한가운데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저자의 따스한 시선이 읽는 이에게 위안을 준다.

 

 

<어느 삶의 음악>

안드레이 마킨, 1984BOOKS

‘이 모두가 이미 음악이 되어 오로지 그 아름다움으로 존재했다.’ 러시아에서 태어나 프랑스로 망명한 작가 안드레이 마킨의 소설. 무기력에 빠져 있던 주인공이 어린시절 피아니스트였던 한 노인을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듣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스탈린 치하의 러시아를 그려내며, 이데올로기 아래에서 무력해진 집단과 그 안에서 개인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말한다. 허무와 나태로 점철된 삶에서 음악을 향해 나아간 어떤 이의 이야기는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마음이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돌아보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