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타고 초여름의 온기가 전해질 때면 자주 꺼내 듣게 되는 곡이 있다. 곡 하나에 얽힌 무수한 감정과 추억을 누구보다도 자주 들여다보았을 20명의 음악계 인물들에게, 이 계절의 초입에 함께 듣고 싶은 단 한 곡이 무엇인지 물었다. 다채로운 선율로 기억될 나의 여름, 우리의 여름.

  

20인의 추천곡이 담긴
유튜브 플레이리스트.
노래와 뮤직비디오를
감상하며 읽어보길 권한다.

  

  

하세가와 요헤이

뮤지션 겸 DJ

©두루두루 아티스트 컴퍼니

  

🎧SPARKLE
YAMASHITA TATSURO

  

하늘의 별 따기인 시티팝의 거장 야마시타 타츠로의 공연 티케팅. 몇 년 전 그의 일본 지방 공연 티켓을 어렵게 구해 어머니의 본가가 있는 마쓰모토로 향했다. 햇빛이 쨍쨍했지만 창문으로 시원한 바람이 들어오던 늦여름, 고속도로를 달리는 내내 타츠로의 음악이 차 안에서 흘렀다. 곧 만나게 될 그의 목소리는 25년 된 내 차에 날개를 달아주고, 내 마음에도 기분 좋은 긴장과 설렘을 불어넣었다. 공연에서 기적의 명반 <For You>의 ‘Interlude’와 함께 등장한 그는, 뒤를 돌아 밴드 세션 멤버들에게 눈으로 사인을 보낸 뒤 ‘Sparkle’ 전주의 A 메이저 7 코드를 잡고 기타 줄을 튕기며 정적을 찢었다. 그 소리, 그 감각! 그때부터 날이 더워지기 시작하면 내 몸 어딘가에서 꼭 그 A 메이저 7 코드가 울리는 삶이 시작되었다. 

  

  

김도언

프로듀서

  

🎧둥글게
이상은

  

  

내게 여름은 젖은 아스팔트가 먼저 떠오르고, 어두운 초록색이 태양빛보다 짙게 깔려 있으며 상심할 일도 자주 찾아온 계절이다. 그렇지만 이 보석 같은 노래를 듣고 있으면 흙먼지가 씻겨 내려가고 뜨겁게 부푼 마음도 차분히 가라앉는 기분이 든다. 이 곡에서 이야기하는 ‘작은 꿈’을 꾸는 사람들이 크게 낙담하지 않고 씩씩하게 보낼 수 있는 여름이 되기를 바란다.

  

  

조율

뮤지션 겸 퍼포먼스 아티스트

  

🎧THE THING ITSELF
CHRIS CORSANO & BILL ORCUTT

  

  

여름으로 가는 길목에서 초여름은 임시적 시간과 장소를 만들어낸다. 도착할 곳이 있다면 쉽게 걸음을 멈추지 않는 법이지만, 점점 뜨거워지는 지면 위에서 정수리까지 열이 오르기를 잠시 기다려보면 어떨까. 크리스 코사노가 녹음한 드럼 위에 빌 올컷이 기타 연주를 얹은 즉흥연주 앨범으로 ‘The Thing Itself’가 실린 <Made Out of Sound>는 봄과 여름 사이의 임시적 시공간을 영원으로 늘린다. 선명해지는 초여름의 찰나들.

  

  

엘라이크

DJ 겸 프로듀서

  

🎧THE PINK PANTHER THEME
HENRY MANCINI

  

  

영화 <핑크 팬더>의 메인 테마 곡을 들으면 새삼스레 더운 여름이 성큼성큼 다가오는 것 같아 나도 모르게 긴장감이 느껴진다. 초여름과 잘 어울리는 곡.

  

  

놀이도감(김춘추)

뮤지션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ぼくのともだち
MMM WITH EMERSON KITAMURA

  

©EMERSON KITAMURA

  

여름은 내게 시작의 계절. 선선한 바람과 떨어지는 벚꽃 잎을 만끽하고 나면 뮤지션으로서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수많은 생각과 시뮬레이션의 결과로 한 해를 증명해내야 할 때. 다소 결연한 마음으로 맞이하는 더운 날씨엔 호락호락하지 않은 장애물이 있지만(비라든지, 비라든지…), 어쩌면 중요한 건 쿨한 마음가짐일지도. 에머슨 기타무라는 내게 그런 여유를 만들어준다. 아마 여러분에게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