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의 표면에 드러나지 않는 논리를 좇으며 동등한 세상으로 나아가는 것.
홍영인 작가의 예술적 실천.

© PKM Gallery

아트부산 2024에 참여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와 함께 근황에 대해 묻고 싶다.
올해 아트부산에서는 PKM 갤러리 부스를 통해 작품을 선보인다. 또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5월 2일부터 8월 4일까지 열리는 <한국 근현대 자수: 태양을 잡으려는 새들>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아시아 여성 직공의 바느질을 다루고 순수 예술에서 배제된 자수 공예를 활용하는 등 ‘자수’를 다양하게 다뤘다. 이뿐 아니라 설치, 드로잉, 퍼포먼스, 사운드까지 여러 매체를 넘나들고 있다.
단순히 새로운 시도를 한다기보다 당위적인 이유에 의 해 매체를 선택해왔다고 생각한다. 과거 시각 미술과 음악 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다 보니 물질과 비물질을 나만의 방식으로 혼합하는 작업에 관심을 갖게 된 것 같다. 최근에는 퍼포먼스, 사운드, 사물을 각각의 유사 언어로 다루려 노력하고 있다.

당신이 작업을 통해 추구하는 아름다움은 무엇인가?
물질 자체의 가시적 아름다움은 오래가지 않으며 금방 싫증이 나는 종류라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작품의 아름다움은 비판적 시각과 본질적 사유에 대한 추구에서 비롯되며, 그것을 추구하고자 한다.

작품의 주제로 ‘동등성’을 다루며 ‘도처에 산재한 수직의 위계 구조를 유연하게 허무는 작업’을 지속해왔다.
위계적 역사나 상황, 이를 토대로 구분되는 주체들은 이분법적 사고의 결과이며 그 사고가 현대에 더 강화되고 있다고 느낀다. 이에 대해 질문하며 다양한 관계의 실천을 지향하는 게 동등성이 지닌 의의라고 보고, 이를 이끌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초기에는 도시 공간을 남성의 역사가 누적된 곳으로 바라보며 이에 개입하고 질문하는 작업을 했다. ‘한국 근대사를 여성의 시각으로 다시 쓰는 작업’에 대해 예술의 언어로 표현하고자 한 것이다. 그런데 요즘 들어 역사를 인간 중심적으로 해석하는 일에 한계를 느끼고 있다. 인간 중심의 역사가 일군 결과는 대안적인 관점이나 긍정적인 영감을 제시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영향인지 작품에 등장하는 ‘소수자’의 대상이 확장되어왔다.여성,노동자뿐 아니라 동식물까지 다뤄왔다.
우연한 계기로 역사의 주체에서 배제되어온 동물들을 관찰하기 시작했고, 동물의 시각을 상상하거나 그 행동 방식에서 영감을 얻어 작업해보았다. 인간 중심의 역사에 대해 새로운 관점으로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동물 연구 자료를 꾸준히 살피며 작업의 동기를 찾고 있다.

‘공존’과 ‘공동체’를 다루는 작업을 할 때 중요하게 여기는 지점이 있다면?
‘다름’을 실천하는 공동체를 조금씩 자극하는 데 관심이 있다. 그리고 그 일이 긴급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가 불러일으키는 ‘긴박함’이 요즘 내가 주요하게 생각하는 화두다.

홍영인(Young In Hong), ‘A Summer Play – Donggyo District’, Acrylic, embroidery on upholstery fabric,
130×134cm, 2023. Courtesy of PKM Gallery and the artist

배제와 차별이 만연한 사회에서 공존의 가치를 지켜가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꾸준히 예술을 통해 현시대에 필요한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예술의 질서’가 있다면 이는 사회를 유지하거나 변화시키는 질서와 다른 영역에 속한다고 본다. 예술은 인식의 작용, 인간의 내적 경험과 더욱 관계한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예술이 불러일으키는 파장은 인과적 언어로 설명될 수 없을 것이다. 내 작품을 본 관람객이 오랫동안 잊고 살던 중요한 가치를 기억하게 되는 경험, 혹은 그와 유사한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

당신이 예술의 세계에서 계속 살아가는 동력은 무엇인가?
‘언어 외적인 언어’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 비언어가 지닌 지속성과 힘에 대한 믿음, 더불어 그것은 무엇과도 타협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한 믿음과 존중이 작가로서 계속해서 고민하고, 작품 세계를 견고히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