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부터 신진 갤러리까지, 이번 주말 용산구 일대에서 만날 수 있는 흥미로운 기획전 4.
리움미술관
아니카 이 <또 다른 진화가 있다, 그러나 이에는>


“두려움이 아닌 ‘사랑’에 뿌리를 둔 방식으로 기계와 함께 진화할 수 있다고 믿는다.”
_아니카 이(Anicka Yi)
기술과 유기체를 이분법적으로 바라보는 관점에서 벗어나 소통의 가능성을 탐구해온 한국계 미국인 작가 아니카 이. 리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그의 첫 국내 개인전이 12월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전시 제목인 ‘또 다른 진화가 있다, 그러나 이에는’은 불교 선종의 수행법 중 하나인 간화선(看話禪)에서 사용되는 화두(스승이 제자에게 던지는 짧은 질문)의 특성을 빌린 것으로, 이번 전시에서는 명상과 영적인 영역에 초점을 맞춘 작가의 최근작과 더불어 지난 10년간의 작업 세계를 아우르는 구작까지 총 30여 점이 소개된다. 이번 전시를 통해 아니카 이는 모든 것이 ‘관계’에 의해 정의된다는 불교의 공(空) 사상에 착안해, 기계와 생명, 자연과 기술이 별개의 영역이 아닌 끊임없이 변화하며 함께 발전하는 관계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2010년 무렵부터 전개해온 튀긴 꽃 작업, 유기체와 인공물 사이의 소통을 상상하며 만든 기계 생명체 연작, 죽음 이후를 탐구하는 대규모 프로젝트 <공(空)>의 일환으로 선보이는 첫 영상 작업 등 매체와 주제를 자유롭게 오가며 확장하는 아니카 이의 작품 세계를 만날 수 있다. 12월 29일까지.
<또 다른 진화가 있다, 그러나 이에는>
주소 리움미술관 전시장 M2(서울 용산구 이태원로55길 60-16)
일자 2024년 9월 5일 – 2024년 12월 29일
캡션서울
송예은 작가 개인전 <온오프 On Off>

KS-Tll, Korean T11 Pallet (1100 x 1100 mm), 2024,
wood, MDF, steel, aluminum, stainless steel, stain, paint, 1100×1100×2150mm

T11-W05 Die-Cut Layout and Top View, 2024, Aluminum, powder coating, mdf, 440×110mm
용산구 원효로, 한적한 골목길에 자리한 전시 공간 캡션서울(Caption Seoul). 예술기획사 ‘마코프’의 김혜인 디렉터와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머터리얼즈(Materials)’의 유근찬 디렉터가 기획전과 워크숍, 팝업 행사를 아우르는 자유로운 실험 공간을 표방하며 지난해 7월 오픈한 공간이다. 현재 캡션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송예은 작가의 개인전 <온오프 On Off>는 ‘온(On)’과 ‘오프(Off)’, 두 가지 형태로 나누어 구성된다. 작가 송예은은 공간적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설치예술의 본질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해, 본질적으로는 자유를 추구하지만 운송 과정에서는 여느 상품과 같이 물류체계의 일정한 규격에 따라야 하는 설치예술의 특성에 주목했다. 이에 따라 ‘온’ 전시에서 하나로 조립되어 소개된 12개의 개별 조형물이 ‘오프’ 전시에 이르러 파렛트 밖으로 해체되어 각각의 독립적인 작품으로 관객과 만난다. 12월 27일까지.
<On Off>
주소 용산구 원효로 81길 5, 2F
일자 <On> 2024년 11월 23일 – 12월 8일
<Off> 2024년 12월 12일 – 12월 27일, 연중무휴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엘름그린&드라그셋 <Spaces>

출처: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출처: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 스칸디나비아 기반의 아티스트 듀오 엘름그린 & 드라그셋(Elmgreen & Dragset)의 30년 간의 협업을 기념한 전시 <Spaces>가 열리고 있다. 텍사스 사막 한가운데 덩그러니 놓인 가상의 프라다 매장 <Prada Marfa>로 당대 예술계에 큰 반향을 일으킨 이 듀오는 화이트 큐브로 대표되는 전통적인 전시 공간을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작품들로 이름을 알렸다. 아시아 최대 규모로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기존 작업에 반복적으로 등장한 모티프인 수영장을 비롯해 집, 레스토랑, 주방, 작가의 아틀리에 등 실제 크기 그대로 구현한 5가지 대규모 설치 작업을 선보인다. 전시장 구석구석에 두 작가가 숨겨 놓은 단서들을 통해 각 공간을 연결하는 내러티브를 자유롭게 상상하며 관람해볼 것을 권한다. 일상적인 공간을 낯설게 바라보는 시간이 될 것. 내년 2월 23일까지.
<Spaces>
주소 아모레퍼시픽미술관(용산구 한강대로 100)
일자 2024년 9월 3일– 2025년 2월 23일, 매주 월요일 휴관
샤워
손희민 개인전 <시나리오 Scenario>

Splendor, For the Survival, 2024,
wood, PVC hose, plastic decoration pieces, yarn, string, urethane and acrylic resin, 200 × 200 × 120 cm
지난 6월 용산구 후암동에서 개관전 <Framer>를 선보인 뒤 국내 예술계가 주목하는 신진 갤러리로 떠오른 전시 공간 샤워. 인테리어 공사부터 세트 스타일링까지 설치 전반에 주력하는 프로덕션 팀 ‘샴푸’를 운영하던 신관수 디렉터가 공간의 정체성을 한정 짓지 않은 채 동시대 창작자들의 다채로운 작업 세계를 조명하고자 설립한 공간이다. 현재 샤워에서 진행되고 있는 손희민 작가의 개인전 <시나리오>에서는 생물의 기원과 진화를 둘러싼 이야기를 조각의 형태로 풀어내온 작가 손희민의 새로운 프로젝트 ‘미래화석’ 시리즈를 소개한다. 멸종한 고대 생물을 복원하고 재현한 기존 연작과 달리, 인공물과 기계, 기술을 생명 진화의 연장선으로 바라보며 작가가 상상한 다채로운 형태의 가상 생물을 만날 수 있다. 12월 22일까지.
<Scenario>
주소 서울시 용산구 두텁바위로 61, B1F
기간 2024년 11월 23일 – 12월 2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