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바람결에도 구겨지지 않을 기백을 지닌 채, 빼꼼 고개를 내미는 희망을 찾아 한 해를 살아내기 위해.
시작하는 마음을 충만하게 해줄 1월의 전시.
아트선재센터 <이끼바위쿠르르: 거꾸로 사는 돌>

두오모에서 도보 30분 거리에 있는 아트선재센터에서 ‘미륵’을 주제로 한 전시 <이끼바위쿠 르르: 거꾸로 사는 돌>이 열리고 있다. 미륵불상은 과거에 고단한 현실에 지친 민중에게 위안과 희망을 주던 존재였지만,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논밭이나 길가에 방치된 돌로 남게 됐다고 한다. 시각 연구 밴드 이끼바위쿠르르는 전국에 흩어져 있는 미륵 석상을 찾아다니며 그 흔적을 기록해 영상과 설치, 평면 작업으로 풀어냈다. 전시장에서는 허름한 축사, 방치된 비닐하우스같이 쇠락한 마을 풍경 속 미륵의 모습을 원경으로 담은 영상 작업 <거꾸로 사는 돌>, 미륵을 실제 크기로 본떠 전시장 한가운데에 배치한 동명의 설치 작업을 만날 수 있다. 버려지고 잊혀졌기에 어쩌면 더 자유롭게 남아 있는 미륵. 늘 같은 자리에서 원래의 모습을 지키고 있는 미륵을 들여다보며, 이날만큼은 분주하게 돌아가는 일상에 잠시 제동을 걸고 느리게 흘러가는 자연의 속도로 살아보려 한다. 전시는 1월 26일까지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린다.
add 서울시 종로구 율곡로3길 87 instagram @artsonje_center
피크닉 <우에다 쇼지 모래극장>



“이제 당신에게 내가 흰 것을 줄게. 더럽혀지더라도 흰 것을, 오직 흰 것들을 건넬게.” 한강의 소설 <흰>에 수록된 문장이다. 새해에는 흰 것을 보고 싶다. 아주 하얗고 무결하며 순수한 것을. 그래서 피크닉으로 향해 전시 <우에다 쇼지 모래극장>을 보려 한다. 우에다 쇼지는 일본의 소박한 시골 지역인 돗토리현에서 평생토록 사진을 찍었다. 일본 사진계의 거장으로 평가받으면서도 특정한 사조를 따르거나 분파에 속하지 않은 채 꿋꿋이 자신의 길을 걸어 나가 ‘우에다조(우에다 스타일)’라는 고유명사까지 생겨났다. 특히 그가 70년 가까이 셔터를 눌렀던 장소인, 거대한 모래언덕에서 찍은 초현실적 사진을 오래 감상하고 싶다. 우에다 쇼지의 사진은 시공간의 경계를 흐리게 만드는 힘을 지니고 있다. 모든 가능성을 품은 흰색처럼, 내가 찍는 사진 안에 서는 상상하는 것이 전부 가능하다고 말하는 듯하다. 무한한 캔버스를 닮은 그의 작품을 보며 미지의 한 해를 개척할 긍지를 얻고 싶다. 전시는 2025년 3월 2일까지 피크닉에서 열린다.
add 서울시 중구 퇴계로6가길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