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바람결에도 구겨지지 않을 기백을 지닌 채, 빼꼼 고개를 내미는 희망을 찾아 한 해를 살아내기 위해.
시작하는 마음을 충만하게 해줄 1월의 음악.
새소년 ‘Kidd’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새해 첫 곡을 재생해본다. 지난 12월 3일에 갑작스레 선포된 45년 만의 비상계엄 이후, 매일 눈앞에 펼쳐지는 장면들이 그 자체로 절망 같다가도 여의도를 물들이던 형형색색의 응원봉, 축제 분위기가 감돌던 시위 현장에서는 희망을 봤다. “두 손에 담겨진 것 다 빼앗기고 / 네 눈동자를 들여다볼 때 / 비춰진 저 등불이 진짜일까 허영일까 / 절망은 우리에게 무뎌질까 부서질까 영원할까 사라질까.” 새소년의 싱글 ‘Kidd’의 가사는 벌어질 일을 미리 내다본 듯 지금의 상황과 절묘하게 겹쳐진다. 곡의 후렴에는 ‘빼꼼빼꼼’이라는 단어가 반복해 등장한다. 2023년 연말 콘서트에서 황소윤은 그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희망이란 건 “새싹처럼 조금씩 돋아나고 자라나는” 것이라고. 한 번에 찾아오는 게 아니라, ‘빼꼼빼꼼’ 찾아오는 것이라고. 마침 마감하던 중에 탄핵안 가결 소식을 접했다. 절망 속에서도 빼꼼 고개를 내미는 희망 같은 게 있을 거라고, 그러니 함께 나아가자고 말하는 이 곡과 함께 2025년을 열고 싶다.
HALEY HEYNDERICKX ‘OOM SHA LA LA’

‘둥글게 춤추며 가자’는 다짐을 위해 새해 첫날에는 춤출 수 있는 노래를 들으려 한다. 몽롱한 사이키델릭 기타 사운드 위로 헤일리 헨드릭스가 주문을 외듯 ‘움 샤라라 움움 샤라라’라고 나른하게 내뱉을 때면 한 해 소원이 다 이뤄질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살랑살랑 춤춰야 할 것 같은 노래가 이어지다 점점 감정이 고조되더니 헤일리 헨드릭스는 갑자기 ‘정원을 가꿔야 해!(I need to start a garden!)’라고 울부짖는다. 그때 마음이 씻기는 듯한 어떤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삶이 무료하고 따분하다고, ‘내 인생은 본질적으로 코미디’라고 자조하던 그가 소리치는 이유를 알 것 같아서, 춤추다 울부짖는 마음을 어슴푸레 알고 있어서, 자꾸만 찾아 듣는 노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