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아/ 우리에게 겨울이 없다면/ 무엇으로 따뜻한 포옹이 가능하겠느냐”(‘겨울 사랑’, 박노해) 영하의 온도를 견디게 하는, 우리의 겨울을 표상하는 두 권의 책.
<날짜 없음>, 장은진

“우리는 서로를 감각하기 위해 더 세게 끌어안았다. 몸이 깨질 것만 같았지만 더 이상 춥지 않았다.” 장은진의 소설 <날짜 없음>에는 1년 내내 잿빛 눈이 내리는 폐허의 회색 도시가, 최후의 날이 도래할 거라는 소문 속에서도 떠나지 않고 함께하기로 한 두 연인이 있다. 무채색 세상에서 서로를 아름다운 색으로 인식하고, 영하의 온도로 얼어붙은 세상에서 당신을 감각하기 위해 끌어안는다. 금세 망해버릴 듯한 세상임에도 이들 곁엔 이웃이 있다.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매일 가게 문을 여는 분식집 아주머니, 재활용이 불필요한 세상에서 폐지를 줍는 할머니… 이들의 모습을 살피다 보면 자연히 알게 된다. 고립과 외로움 속에서 우리가 만난다는 것이 어떻게 따스함으로 돌아 오는지 말이다.
<밤이라고 부르는 것들 속에는>, 안희연

매년 12월에 꺼내 읽는 시가 있다. 시인 안희연의 시 「12월」에는 이런 구절이 등장한다. “그래서 당신은 무엇으로 살아가는 사람입니까 / 강도를 높여가는 겨울의 질문 앞에서 / 나는 나날이 창백해진다” 한 해의 끝자락에서 지나온 날들을 돌아보며 번번이 되묻게 되는 이 질문과 함께 나 역시 겨울을 자주 하얗게 질린 얼굴로 보내곤 하지만, 이어지는 구절을 읽으면서는 이 계절이기에 할 수 있는 일도 있다는 걸 인정해버리게 된다. “다행히 겨울은 불을 피우기 좋은 계절이다 / 나에겐 태울 것이 아주 많고 / 재가 될 때까지 들여다볼 것이 있어서 좋다” 12월 어느 한날, 모닥불 앞에서 한 해의 수심이 재가 될 때까지 가만히 마음을 들여다보며 읽고 싶은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