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아/ 우리에게 겨울이 없다면/ 무엇으로 따뜻한 포옹이 가능하겠느냐”(‘겨울 사랑’, 박노해) 영하의 온도를 견디게 하는, 우리의 겨울을 표상하는 두 개의 음악.
찻잔, 산울림

뼈가 시릴 정도로 추운 겨울이면 따스한 차 한 잔을 닮은 노래, 산울림의 ‘찻잔’을 떠올린다. “너를 만지면 손 끝이 따뜻해 온 몸에 너의 열기가 퍼져 소리 없는 정이 내게로 흐른다”. 김창완의 포근한 목소리는 언제 어디서 꺼내도 따뜻한, 영원한 핫팩과도 같다. 통기타 소리 위로 나직이 내뱉는 그의 목소리를 들으며 나 또한 누군가에게 열기를, 소리 없는 정을 흘려 보낼 수 있는 존재가 되기를 소망하게 하는 노래다.
I Am the Changer, Cotton Jones

겨울은 언제나 다가올 무언가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지나게 되는 계절이다. 견디기 힘든 추위 속에서 몸을 한없이 웅크린 채 지내다 보면 봄날의 햇살을, 생기 있게 자라나는 새싹을 다시 마주하길 바라게 되는 것이다. 2024년의 연말도 그런 마음으로 흘려 보내던 중에, 우연히 들른 단골 카페에서 코튼 존스의 음악을 만났다. 몽환적인 선율 위로 마이클 나우와 그의 오랜 연인 휘트니 맥그로의 꿈 같은 목소리가 겹쳐지며 흐르는 구절. “Everything has turned around / Been waiting for a little change / When finally it came / I just waited for another” 내내 무언가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살다가도, 마침내 바라던 변화가 찾아오면 또다시 다음을 기다리게 되는 마음을 안다. 알면서도 번번이 다음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겨울 내내 이 곡을 품고 지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