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최전선에서 각자만의 영역을 넓히고 있는, 2025년이 더욱 기대되는 영 크리에이터 5인.

포토그래퍼 김혜수 샤이니부터 레드 벨벳, NCT, 스트레이 키즈, 에스파에 이르기까지 최정상에 오른 K-팝 그룹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고 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포토그래퍼 김혜수입니다. 사진을 찍고 있어요.
어떠한 계기로 앨범 재킷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나요?
포토그래퍼로 데뷔하고 처음으로 찍은 게 샤이니의 <1 of 1> 앨범이었어요. 뮤직비디오 촬영 날 스케치 사진을 찍기 위해 현장에 나가 있었거든요. 그 당시 SM 엔터테인먼트 이사님께서 ‘멤버들 한번 찍어볼래?’라고 물어보더라고요. 좋다고 했죠. 다행히 결과물도 마음에 들어 하셨어요. 제가 찍은 사진들이 앨범 내지에 들어가고 티저로도 사용되었어요. 그때부터 시작된 거예요.
K-팝 산업 안에서도 사진의 역할은 다양하잖아요. ‘앨범 재킷’이 가장 기본적이고, 최근에는 ‘시즌 그리팅’이나 ‘화보집’도 내고 있는 추세에요. 각각의 용도에 따라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있을까요?
개인적으로 앨범 재킷 촬영을 좋아해요. 음악과 바로 연결되어 있으니까요. 사진만 봐도 그 곡이 연상될 수 있게, 음악과 일맥상통해야 한다는 점이 앨범 재킷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에요. 그래서 더 재미있고요. 시즌 그리팅은 앨범 활동 때와는 다른 새로운 이미지를 보여주는 데 중점을 둔다고 생각해요.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또 다른 매력을 볼 수 있는 기회랄까? 시즌 그리팅이 MD 제품 중 가장 잘 팔리는 데에는 이유가 있을 테니까요. 또 화보집은 자연스러움을 선호하는 편이라, 친한 사람이 찍어준 듯 편안한 분위기를 추구하는 것 같아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많은 그룹들과 작업했어요. 그중 NCT와의 인연은 남다르죠. 특별히 기억에 남는 촬영장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NCT U의 <Baggy Jeans>이요. 힙합 분위기의 노래잖아요. NCT가 기존에 하지 않았던 음악 장르라 어떻게 찍을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가만히 서서 찍는 것보다 역동적인 움직임을 담으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멤버들에게 춤추듯이 움직여 달라고 했죠. 저도 멤버들과 같이 움직이면서 춤추듯 찍었고요. 그리고 노래 자체가 Baggy ‘Jeans’이니까 바지를 강조한 컷도 찍었어요. 청바지를 움켜 쥐는 모습을요. 반응이 좋았죠.
결국 사진을 찍는다는 건 인물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려 그 순간을 포착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아티스트의 매력을 끌어내기 위해 현장에서도 많은 에너지가 소모될 거 같은데요.
촬영장에서 습관처럼 하는 질문이 있는데, 처음 보는 아티스트에게 어느 쪽 얼굴이 더 잘 나오는지 물어보는 거예요. 보통 아티스트들은 선호하는 방향이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거든요. 카메라 앞에 선 인물이 어떻게 하면 더 잘 나오는지 파악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 ‘내가 이만큼 이 촬영에 신경을 쓰고 있다’라는 사실을 드러내려고 하는 말이기도 해요. 그럼 또 다들 수줍게 대답을 해줘요. 이런 식으로 먼저 어색한 분위기를 풀려고 하죠.
그렇다면 이 업계에 몸 담그고 있으면서 느낀 K-팝만의 특징이 있을까요?
속도가 아주 빨라요. 급하다고 표현하는 게 더 맞을까요?(웃음) 스케줄 변동이 너무 많으니까요. 요즘에는 한 팀에 다 인원인 경우가 많잖아요. 하루 종일 찍으니까 사진 양은 많은데 일정이 촉박해 늘 기계처럼 일하죠. 몸도 마음도 급해져요.
체력적으로도 많이 힘들 거 같은데요.
항상 새벽에 끝나니까요. 특히 뮤직비디오 촬영은 이틀이나 3일 연달아서 찍는 경우가 많아, 늘 차 안에서 식사하게 되는 것 같아요. 한 달에 촬영만 23개를 맡은 적이 있어요. 함께 일하는 직원들이 너무 힘들어했고 저도 그때 이후로 건강을 잃었어요. 지난해에 겨우 밸런스를 찾은 거 같아요.


촬영을 하면서 직접 아이디어를 내는 경우도 있나요?
마크의 <Golden Hour>라는 곡이 있어요. 가사가 굉장히 재미있거든요. 과거 마크가 만든 달걀 프라이를 고든 램지 셰프가 악평을 했던 일화를 담은 곡이에요. 뮤직비디오에도 계란으로 바위치는 장면이라던가 계란 노른자를 연상시키는 요소들이 계속 등장해요. 촬영 기획안을 미리 받아 보고, 요리할 때 온도 측정하는 도구를 활용해 보고 싶었어요. 현장에서 열화상 카메라를 준비해 마크 손에 쥐여주었죠. 나름 실험적인 시도였는데 아티스트와도, 음악과도 잘 어울렸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혹은 애정하는 작업이 있을까요?
태민의 솔로 곡 <WANT> 앨범 재킷이요. 에피소드를 하나 얘기하자면, 이 촬영도 뮤직비디오와 사진 촬영을 함께해야 했어요. 촬영 전날 밤, 담당자에게 급하게 연락이 와서 평소보다 조금 더 많은 양의 사진이 필요할 것 같다며 예정에 없던 세팅 촬영을 요청받았어요. 시안을 보냈고, 그에 맞춰 조명을 준비했죠. 촬영이 끝나고 아티스트가 사진이 마음에 들었는지 회사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줬어요. 제 사진이 앨범 커버가 되었고요. 아티스트에게 인정받은 것도 좋지만 어찌 되었던 엔터테인먼트 측에 제 능력을 알릴 수 있었던 순간이라고 생각해요. 첫 작업은 아니지만 저에게는 이 앨범이 첫 시작 같아요.
포토그래퍼로서, 또 한 사람으로서 2025년도에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면요?
우선은 기력 있게 사는 거요. 에너지를 가지고 다양한 작업을 하고 싶어요. 그리고 지금 하고 있는 작업들은 결국 각 회사에 저작권이 있기 때문에 ‘내 사진’이라고 표현하기 어려워요. 온전히 제 사진을 찍고 싶어요. 사진집을 낸다거나 전시를 연다던가 형태는 중요하지 않아요. 꼭 올해가 아니라도 괜찮고요. 아주 작더라도 ‘나의 것’을 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