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8일부터 13일까지 진행된 올해의 밀라노 가구 박람회(Salone del Mobile, 살로네 델 모빌레)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이슈를 소개합니다.
사회적, 물리적 움직임과 인프라의 관계를 조명한 프라다(Prada)




프라다는 지적 탐구와 다양한 학문 분야를 넘나드는 대화가 발전으로 가는 다리를 놓아주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매년 ‘프라다 프라임’이라는 이름의 심포지엄을 열고, 제품보다 아이디어에 초점을 맞춰 동시대의 문제를 다양한 측면에서 탐구하고 있죠. 밀라노 가구 박람회와 함께 열린 올해 프라다 프레임은 ‘In Transit’이라는 주제로 개최되었는데요. 사람, 상품, 데이터, 권력 등의 이동을 형성하고, 촉진하고, 또 때로는 제약하는 역동적인 시스템으로서의 인프라를 조명했습니다. 심포지엄의 주제를 투영한 공간 선택도 눈에 띕니다. 주요 논의가 이루어진 공간은 최근에 복원된 1950년대 아를레키노 열차 내부와 밀라노 중앙역 내 과거 이탈리아 왕족 및 국가 원수 전용 대기실이었던 파딜리오네 레알레였는데요. 두 장소 모두 디자인과 건축 분야의 걸작인 동시에, 사회적 구조와 이동에 관한 질문을 던지는 공간으로서 논의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습니다.
생 로랑(Saint Laurent)이 현실로 소환한 페리앙의 디자인




이번 밀라노 가구 박람회에서 생 로랑은 프랑스의 건축가 샤를로트 페리앙과 특별한 협업을 선보였습니다. 프로토타입이나 스케치 형태로만 존재하던 페리앙의 디자인을 생 로랑이 세밀하게 재현한 건데요. 1943년부터 1967년까지 페리앙이 디자인한 4개의 가구를 전시했습니다. 세계 곳곳에 있 페리앙 자신의 집과 파리의 한 외교관 저택을 위해 디자인한 세 점의 가구와 그의 책상 위에 놓인 축소 모형으로만 존재하던 ‘밀푀유 테이블’이 실물 크기로 제작됐죠. 파리에 위치한 두 곳의 생 로랑 스토어에서는 페리앙의 작품 사진도 만나볼 수 있으니, 밀라노 가구 박람회를 놓쳐 아쉽다면 참고해 보세요.
홈 컬렉션으로 구현한 베르사체(Versace)적 삶의 태도




요즘 디자인계에서 가장 많이 눈에 띄는 키워드 중 하나, 바로 ‘재해석’인데요. 올해 밀라노 가구 박람회에서도 어김없이 등장했습니다. 베르사체가 홈 컬렉션의 상징적인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베르사체적 삶’이란 무엇인지 이야기했죠. 자긍심 어린 역사와 대담한 현대성을 함께 받아들이고 온전한 나의 의지로 살아가는 것, 그리고 그런 삶을 실현하기 위해 의식주 모든 영역에 걸쳐 절제된 품격과 헤리티지를 현실로 불러오는 일. 이것이 베르사체 정신이라는 겁니다. 이는 최근 2025 가을-겨울 패션쇼에서 전한 메시지와도 궤를 같이하죠.
질 샌더(Jil Sander)의 고유한 향기와 질문하는 의상


질 샌더는 브랜드의 새로운 향수 컬렉션 ‘Olfactory Series 1’의 디자인과 장인정신을 탐구하는 디자인 토크를 개최했습니다. 해당 컬렉션은 여섯 가지 미니멀한 젠더리스 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식물학과 기술을 결합하여 탄생했는데요. 보틀은 모두가 각각 고유의 비대칭성과 유기성, 독특한 유리 분포를 갖도록 디자인되어 질 샌더 특유의 순수한 형태미에 경의를 표합니다. 같은 향수라도 누가 쓰느냐에 따라 조금씩 향이 달라지듯, 보틀에도 개성을 부여한 것이죠.


또한 질 샌더는 이번 밀라노 가구 박람회에서 열린 까시나의 <Staging Modernity> 연극과 전시에도 참여했습니다. 공연자가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가구 오브제에도 스며들 듯 어우러지는 의상을 선보였죠. 이를 통해 질 샌더는 디자인이 산업의 영역을 벗어나 끊임없이 진화하는 비전을 성찰하도록 유도하는 매개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