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장수 아트페어인 화랑미술제가 4월 16일부터 20일까지 5일간 서울 코엑스 A&B홀에서 열립니다. 역대 최대 규모로, 168개의 유수 갤러리와 함께 엄선된 작품을 선보일 예정인데요. 그중 신진 작가 특별전 <ZOOM IN Edition 6>에 참여한 최지원 작가와 함께한 인터뷰를 공개합니다.

당신의 작업을 관통하는 주제는 무엇인가?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 그리고 작품 사이의 관계를 다룬다. 10여 년 전 작가 게르하르트 리히터 회고전에서 한 작품을 보고 단번에 압도되는 감정을 느낀 것이 계기가 되어 작품이 갖는 힘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전시장이라는 동일한 공간 안에서 우리는 저마다 다른 것을 보고, 느끼고, 경험한다. 이렇듯 작품 앞에서 동시에 펼쳐지는 수많은 서사의 한 장면을 캔버스에 옮긴다.

관람객으로서 작품을 마주할 때 무엇을 감각하고 또 발견하나?
작품과 관람객 사이에 특별한 인연이 있다고 믿는다. 때로는 거장의 작품이 마음에 와닿지 않을 때도 있고, 막 대학을 졸업한 작가의 작업을 보며 깊은 감동을 느끼기도 한다. 깊은 연결감을 느끼는 작품을 만날 때 나는 우선 말수가 줄어든다. 그 순간에 매혹되고, 아주 작은 숨을 들이마시게 된다. ’숨이 멎는다’는 표현에 가장 가까운 반응이 아닐까 싶다.

작품에 직접 만든 재료를 활용한다. 어떠한 효과를 기대했나?
고무나무 수액을 녹여 여러 색채의 안료와 섞어 물감을 직접 만들어 활용하고 있다. 수액은 양에 따라 투명감과 농도 조절이 가능해 번짐 효과를 세세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나는 관람객과 작품의 상호작용을 ‘시선의 교환’으로 정의하고 그 시선을 구아슈 물감의 번짐 정도를 통해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좋은 작품을 감상할 때 흔히 그 작품에 ‘녹아든다’라고 표현하지 않나. 내 표현 방식을 잘 설명해주는 단어다.

작업을 이어가며 오래도록 붙잡을 하나의 질문이 있다면?
“현재 진행 중인 작업이 앞으로 얼마만큼의 발전 가능성을 품고 있는가?” 작품이 지니는 상업적 가치는 분명 중요하지만, 상업성이 작품 본연의 가치를 뛰어넘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 팔기 위해 같은 작업을 반복하고 싶지는 않다. 지금보다 더 나은 방향이 있다면 꾸준히 변화하고 진화하는 작업을 해나가고 싶다.

작업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작가로서 배우고 깨닫는 것이 무엇일지 궁금하다.
치열한 경쟁에도 흔들리지 않는 뚝심. 특히 해외에 체류하는 외국인으로서 런던의 미술계를 경험하며 현실의 장벽을 느끼는 순간이 많다. 갤러리의 상업적 규모나 명성에 따라 작가에 대한 대우가 달라지는 것도 사실이고. 하지만 나는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며 조용히 작업실로 문을 닫고 들어가 꿋꿋하게 작업하는 법을 배워왔고, 이런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