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장수 아트페어인 화랑미술제가 4월 16일부터 20일까지 5일간 서울 코엑스 A&B홀에서 열립니다. 역대 최대 규모로, 168개의 유수 갤러리와 함께 엄선된 작품을 선보일 예정인데요. 그중 신진 작가 특별전 <ZOOM IN Edition 6>에 참여한 추상민 작가와 함께한 인터뷰를 공개합니다.

추상민, ‘Vernacular Space 034’, 캔버스에 유채, 91×116.8cm, 2024

당신의 작업을 관통하는 주제는 무엇인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지만, 누가 지었는지 알 수 없는 건물이 만들어내는 복합적인 분위기와 감정. 건축가가 설계한 것이 아니라 그 지역의 고유한 문화나 생활 양식에 따라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건축 양식을 ‘버내큘러 건축(Vernacular Architecture)’이라고 한다. 이 개념에 관심을 두고 탐구하고 있다.

추상민, ‘Vernacular Space 031’, 캔버스에 유채, 34.8×24.2cm, 2024

버내큘러 건축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반복되는 도시의 풍경 속에서 사소한 차이를 발견하는 데 흥미를 느꼈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건물에는 주차 공간이나 계단이 있지만, 내외부의 환경에 의해 비슷하면서도 각기 다른 형태를 띤다. 그래서 건축가를 특정할 수 없는 자생적 건물들이 어쩌면 개인, 지역, 나라의 정체성을 내포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추상민, ‘Vernacular Space 023’, 캔버스에 유채, 112.1×296cm, 2023

건축물을 제외한 풍경의 일부분을 단색으로 매끄럽게 칠한 이유는 무엇인가?

처음엔 우연히 건물을 제외한 풍경을 하나의 색으로 칠해보았는데, 내가 느끼는 복합적인 분위기와 감정을 효과적으로 담아낼 수 있더라. 다른 세계로 이어진 듯한 감각, 불안과 설렘 같은 양가 감정, 현실에서 느껴지는 복잡성 같은 것을 말이다.

추상민, ‘Vernacular Space 018’, 캔버스에 유채, 112.1×112.1cm, 2022

비슷한 건축물을 다르게 바라보는 당신만의 방법이 있나?

오래 걷는 것. 매일 걷는 거리의 풍경이 날마다 조금씩 변하는 것을 관찰하고, 가보지 않은 길을 찾아가며 새로운 공간을 탐험한다. 한 건물을 오래 관찰할 땐, 빛의 각도에 따라 공간의 분위기가 달라지기 때문에 특정한 시간을 정해 여러 번 다시 가보기도 한다.

추상민, ‘Museum 001’, 캔버스에 유채, 60×60cm, 2023

당신의 작업을 어떻게 감상하길 바라나?

작품을 명상하듯 바라보며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감정과 생각을 온전히 알아채길 바란다. 매일 마주치는 익숙한 풍경 속에서 사소한 차이를 발견하며 작은 위안을 얻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