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학적 자유로움은 정확함 위에서 탄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름답고도 투명하게 상기시켜주는 시인”(박준 시인, 2022 경향신문 신춘문예 심사평)이 등장했다. 백가경 시인의 첫 시집 <하이퍼큐비클>은 우리를 다른 차원의 세계로 데려다준다. 기존의 관습을 본 적 없는 형태로 부수고, 슬픔과 고통으로 가득 찼던 일상을 놀이의 대상으로 전복시킨다. 잘 짜인 형식과 구조 위로 명징한 언어를 쌓아 올려 익숙하고도 낯선 미래의 세계를 그려낸다. 자본주의 시스템, 거기서 비롯되는 권력 구조가 낳는 사회적 문제를 도표, 그래프, 기둥 등에 적용해 시각화해 부조리한 현실을 꼬집기도 한다. 시인은 그의 시 세계 안에 가장 솔직한 자신의 모습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그 내밀함 안에서 독자는 잠시나마 자유로움을 경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