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 현대미술계에서 독자적 작업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여성 예술가들의 존재를 더욱 널리 알리고자 마리끌레르 프랑스와
아트 파리가 공동 주최한 여성 예술가 상(Her Art Prize).

Maty Biayenda, ‘Le Dessert’, 2024. Courtesy of Maty Biayenda and Double V Gallery.
Thu-Van Tran, ‘Colors of Grey’, 2024. Courtesy of The Artist and Almine Rech. Photo by Nicolas Brasseur.

최근 박물관 컬렉션이나 갤러리, 아트 페어 현장에서 여성 작가들의 이름이 부쩍, 자주 눈에 띈다. 하지만 그동안 미술사에서 조명받지 못한 채 소외된 여성 작가의 이름이 얼마나 많을까. “우리가 수세기 동안 남성의 작업만을 바라본 건 아닐까요?” 미국의 비주얼 아티스트 주디 시카고(Judy Chicago)의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보이지 않던 이들의 존재를 되짚고, 다시 기록해가는 작업이 이제 막 본격적으로 시작된 셈이다.

지금, 세계 곳곳에서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는 여성 작가들의 목소리에 힘을 싣기 위해 마리끌레르 프랑스가 현대미술 페어 ‘아트 파리(Art Paris)’와 손잡고 ‘여성 예술가 상(Her Art Prize)’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시상 제도를 마련했다. 동시대 미술계가 주목하는 여성 작가의 작품 세계와 커리어를 조명하고자 하는 시도로, 지난 4월 5일 배우 엘로디 부셰즈(Élodie Bouchez)가 이끄는 심사위원단이 첫 번째 수상자를 발표했다. 여성의 자립과 창조적 실천을 지지해온 마리끌레르, 그리고 사회에 공명하는 메시지를 담은 창작물에 꾸준히 주목해온 아트 파리. 두 기관의 철학이 아름답게 맞물렸다. 여기에 프랑스 방돔 광장에서 여성 듀오가 이끄는 주얼리 하우스 부쉐론이 든든한 후원자로 함께했다. CEO 엘렌 풀리 뒤켄(Hélène Poulit-Duquesne)과 아티스틱 디렉터 클레어 슈완(Claire Choisne)에게 예술과 문화의 영역에서 여성의 존재감을 확장하는 일은 늘 중요한 가치였다.

Agnès Thurnauer, ‘Virginia Valadon’, 2014. Courtesy of Michel Rein.
Oda Jaune, ‘Untitled’, 2023. Courtesy of Oda Jaune and Templon, Paris, Brussels, New York.
Carlos Manuel Gasparotto.
Mari Katayama, ‘Shadow Puppet #014’, 2016. Courtesy of Mari Katayama and Galerie Suzanne Tarasiève.

아트 파리는 2019년부터 여성 작가들의 존재감을 강화하는 데 본격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왔다. “당시 우리는 여성 예술가들을 조명하는 첫 시도로서 AWARE(여성 예술가 기록 및 전시를 위한 아카이브)의 설립자이자 미술사학자인 카미유 모리노(Camille Morineau)에게 여성 작가 특별전의 큐레이션을 맡겼습니다.” 아트 파리 총괄 디렉터 기욤 피앙(Guillaume Piens)은 이에 대해 전하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이제야 비로소 인식의 전환이 이뤄지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여성이 유리한 기반 위에 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올해 첫 수상자를 배출한 여성 예술가 상의 최종 우승자에게는 3만 유로의 상금을 수여했으며, 2025년 아트 파리에 참여하는 25개국, 1백70여 개 갤러리의 전시 작가 중 한 명에게 수상의 영광이 돌아갔다. 12명의 최종 후보는 예술과 문화, 크리에이티브 산업의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의 심사를 받는다. 신진 작가와 기성 작가를 아울러 작품과 커리어, 그리고 그들이 품은 문제의식을 폭넓게 조명하기 위해 상금은 앞으로 펼칠 창작과 연구를 지원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후보 작가들은 저마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시대적 질문을 마주한다. 여성의 재현을 탐구하는 사마 알샤이비(Sama Alshaibi), 마리 카타야마(Mari Katayama), 오다 존(Oda Jaune), 아녜스 튀르노(Agnès Thurnauer), 자연과 생태 종에 대한 감각적 응시를 담은 키키 스미스(Kiki Smith), 수잔 허스키(Suzanne Husky), 마틸드 로지에(Mathilde Rosier), 에비 켈러(Evi Keller), 전쟁과 폭력에 대한 저항의 메시지를 담은 자나 카디로바(Zhanna Kadyrova), 기술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하는 질리언 브렛(Gillian Brett), 트랜스젠더 정체성과 탈식민주의, 역사적 아카이브에 주목하는 마티 비아옌다(Maty Biayenda), 투반 트란(Thu-Van Tran)까지. 이들은 회화, 조각, 사진, 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우리가 사는 오늘을 새롭게 읽어내고, 그 너머의 가능성을 제안한다.

Gillian Brett, ‘1908FPt (After James Webb)’, 2023. Coline Dupuis. Courtesy of Gillian Brett.
Photo by Luc Bertrand.
Sama Alshaibi, ‘Marjanah II’, 2019/24. Courtesy of Galerie
Esther Woerdehoff.
Kiki Smith, ‘Sojourn’, 2015. Courtesy of Kiki Smith and Galerie Lelong & Co..
Evi Keller, ‘Matière-Lumière’, ML-V-24-0504, détail, 2024. Courtesy of Evi
Keller and Jeanne Bucher Jager, Paris-Lisbonne.

Mathilde Rosier, ‘Nos corps’, 2024.
Courtesy of Mathilde Rosier and Galerie Pauline Pavec.
Suzanne Husky, ‘La Noble Pastorale’, 2017. Courtesy of Suzanne Husky and Galerie Alain Gutharc.
Zhanna Kadyrova, ‘Refugees 17’, 2024. Courtesy of Zhanna Kadyrova and Galleria Continu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