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가장 주목해야 할 작가들을 선정하고 지원하는 프로그램 ‘키아프 하이라이트(Kiaf HIGHLIGHTS)’.
고유한 정체성과 독창성에 동시대적 맥락을 더하며,
예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그려가는 올해의 세미 파이널리스트 10인을 만났다.

NOHWAN PARK

Space Willing N Dealing

박노완(1987, 한국)은 홍익대학교 회화과 졸업 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조형예술과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2018년 개인전 <싱거운 제스처들>을 열었고, 원앤제이 갤러리와 스페이스 윌링앤딜링 등의 그룹전에 초대돼 새로운 회화 방법론을 선보이고 있다.

박노완, ‘Untitled’, Watercolor on canvas, 72.7×53cm, 2024

올해 키아프에서 어떤 작품을 선보이는지 간단히 소개한다면?

그동안 지속해온 작업의 연장선에 있는 신작 회화들을 전시한다. 일상의 장면에서 수집한 이미지들을 바탕 삼아 수채 물감으로 표면을 가공하는 방식으로 작업했다.

많은 작품이 뚜렷한 인상보다 ‘잔상’에 가까운 느낌을 전하는 듯하다. 무언가를 ‘그린다’는 것이 당신에게는 어떤 의미를 지니나?

무언가를 그린다는 것에 대해 나름대로 고민해왔는데, 아직까지도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는 못하겠다. 때로는 이런 고민 자체가 내가 작업을 유연하게 대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보통 작업할 때 대상을 정해 옮겨 그리는 방식으로 시작하곤 하는데, 대상을 정하는 일이 단순히 그리기를 위한 핑계는 아니었는지 의심스러울 때도 있다.

최근 그림으로 그려보고 싶다고 느낀 이미지나 장면이 있다면?

여행하며 수집한 풍경 사진들을 그려보고 싶다. 대부분 사소한 풍경이다. 작품에서 다루는 대상이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걸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마주했을 때 편하게 느껴지는 것들 중, 조형적으로 흥미가 가는 형태나 재미있는 상황에 눈길이 자주 가는 것 같다.

작업할 때 수채 물감을 주로 활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처음 수채 물감을 사용할 때는 작은 종이 위에 유채 작업의 에스키스(작품의 밑그림)를 그리는 용도로 썼다. 그 소규모 작업들을 큰 캔버스에 옮기려고 시도한 일을 계기로 수채의 물성에 집중하게 되었다. 수채 물감은 덧칠이 용이하지 않은 단점이 있지만, 완전히 굳지 않고 마른 뒤에도 다시 녹아내릴 수 있다는 특성에 오히려 주목하게 되었다. 이를 활용해 그림을 그렸다가 다시 닦아내는 방식에도 몰두해봤는데, 이 방식은 물감의 특성과 맞물리며 화면에 자국을 남기기도 했다.

작품에 남은 붓 터치가 화가의 말투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림이 본인의 어떤 면을 반영한다고 느끼나?

평소 사람들을 대할 때 소극적인 편이고 명확하게 의사를 전달하는 일에 다소 서툴다. 아마 이런 모습이 그림에 반영되지 않을지 추측해본다. 작업에서도 직접적인 전달을 피하고 싶고, 얼버무리고 싶기도 하다. 그렸다가 다시 닦아내는 일도 잦다. 언젠가는 붓 터치를 통해서 이야기나 감정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날이 오면 좋겠다.

박노완의 그림이 변치 않고 지키고자 하는 것이 있다면?

작업이 내 성향과 동떨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어울리지 않는 방식을 따르기보다는 내게 자연스러운 리듬과 방법 안에서 그림을 그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