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가장 주목해야 할 작가들을 선정하고 지원하는 프로그램 ‘키아프 하이라이트(Kiaf HIGHLIGHTS)’.
고유한 정체성과 독창성에 동시대적 맥락을 더하며,
예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그려가는 올해의 세미 파이널리스트 10인을 만났다.

AHRA KIM
Kimreeaa Gallery
김아라(1989, 한국)는 건축, 조각, 회화의 경계를 넘나들며 조형 언어를 탐구한다. 전통 건축의 구조와 결구 방식에서 조형적 단서를 얻어 추상적인 작품을 선보인다. 단청의 문양과 색감을 비롯한 요소들을 대칭과 반복, 수직과 수평의 긴장 속에 재구성하며 새로운 시각적 해석을 시도하고 있다.

단청에 매료된 계기는 무엇이었나?
목조건물 구조인 ‘공포(栱包)’를 발견한 것이 계기였다. 대학원 시절까지 석조 작업을 했는데, 돌을 깎는 행위가 좋으면서도 그 의미를 잃어버리고 방황한 적이 있었다. 당시 개인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겹치자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궁을 찾아갔다. 공포의 반복적인 형상을 발견한 순간, 이성적 사고가 가능해졌다. 그때 단청의 색감에 매료되어 작업 소재로 삼기 시작했다.
평소 즐겨 찾는 고궁을 추천한다면?
창덕궁을 권하고 싶다. 경복궁의 건물들은 좌우 대칭을 이루며 일직선상에 놓여 있다면, 창덕궁은 건물들이 산자락을 따라 자리해 덜 인위적이고 고요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다른 궁궐에 비해 나무가 많고, 조선의 정원인 ‘후원’도 내부에 있다. 계절과 날씨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이 좋다.
최초의 아이디어를 실제 작품으로 구현해가는 과정 속에서 가장 어려운 순간은 언제인가?
작업을 구상하는 첫 단계가 가장 어렵다. 머릿속에 형상이 떠오르지 않으면 작업이 곧잘 시작되지 않는다. 아이디어와 구현의 간극을 극복하기 위해, 이전 작업을 계속 살펴보려고 한다. 전작의 형상 속에 새롭게 시도하고 싶은 개념을 되짚다 보면 그다음 작업이 생각날 때가 많다.
입체와 평면을 넘나드는 작업 스펙트럼이 인상적이다.
입체와 평면 모두 건축의 구조를 담는다는 점에서 큰 차이는 없다. 다만 평면은 구조적인 형상보다 문양의 비율이 높고, 입체에서는 구조가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입체와 평면의 차이를 좁혀가기 위해, 최근 평면 작업에 리넨 천을 사용해 화면 뒤로 캔버스 프레임이 비치는 작업을 진행해봤다. 천의 소재에 따라 달라지는 질감, 평평한 화면 안에 담기는 공간감에서 매력을 느꼈다. 한편, 입체 작업은 재료의 속성에 그 매력이 있다. 주로 나무로 만들어진 캔버스 프레임 위에 아크릴과 동양화 분채를 혼합해 채색한다. 초반 과정에서 나무가 물감을 많이 빨아들이는데, 드물게 작품이 완성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나무의 색이 올라오는 경우도 있다.
올해 키아프에서는 어떤 작품을 선보이나?
회화의 안과 밖, 평면과 입체의 경계를 오가는 실험을 지속하며 화면 너머의 대상에 궁금증이 생겼다. 그래서 전통 건축의 구조적 원리 안에서 프레임을 재구성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가공을 거쳐 회화를 구성하는 ‘지지체’가 된 목재를 다시 나무라는 ‘대상’으로 되돌리는 작업을 선보일 예정이다. 또한 조각의 형상과 여백, 공간의 관계에 관한 작품도 있다. 여백을 품은 조각이 공간 속에서 어떻게 상호 작용하며 수용되는지 시도해보고 싶다. 관객들이 건축과 회화, 조각이 중첩되는 지점들을 유심히 관찰해주길 바란다. 전통이 고정된 것이 아니듯, 추상 작업도 이와 같은 방식이나 관점으로 새롭게 풀어낼 수도 있다는 점을 경험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