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시선이 머문 곳에서 예술은 한층 더 가까워집니다.

얼마 전, RM이 개인 SNS를 통해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과의 협업 전시를 소식을 전했습니다. 전시명은 <RM × SFMOMA>. RM과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의 소장품 200여 점을 볼 수 있으며, 전 세계 현대미술과 한국 현대미술이 만나는 특별한 장이 될 예정입니다. RM 개인 컬렉션에 이름을 올린 작가는 윤형근, 박래현, 권옥연, 김윤신, 도상봉, 장욱진 등이 있는데요. 모두 한국 근현대 미술 작가들로, 한국 미술에 대한 그의 애정이 담긴 선택이라고 보입니다. 예술을 향한 RM의 열정은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큐레이터’로서 전시를 직접 기획한다는 건 엄연히 다른 이야기죠.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그는 단순히 예술을 좋아하는 사람을 넘어 기획자로서의 첫걸음을 내딛습니다.
셀럽 큐레이터, 누가 있을까?
◆ 퍼렐 윌리엄스

그렇다면 RM 외에는 어떤 셀럽들이 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을까요? 먼저, 프로듀서이자 가수인 퍼렐 윌리엄스(Pharrell Williams)가 있습니다. 2023년부터 루이 비통 남성복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 중인 그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현대 미술 컬렉터이기도 합니다. 큐레이터로서 그를 이야기할 때 2014년에 열린 <G I R L> 전을 빼놓을 수 없는데요. 퍼렐이 프랑스 파리의 페로탕 갤러리와 협업해 기획한 이 전시에서는 예술, 여성성, 정체성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올해 3월, 그는 다시 페로탕과 손을 잡고 약 40명의 흑인 여성 아티스트를 조명한 <FEMMES> 전시를 기획하기도 했죠. 또한 디지털 기반의 경매 플랫폼 주피터(Joopiter)를 설립해 예술, 디자인, 패션, 협업 프로젝트 등 다양한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 틸다 스윈튼

배우 틸다 스윈튼(Tilda Swinton)은 ‘셀럽 큐레이터’라는 개념의 선구자라고 볼 수 있어요. 그의 큐레이터로서의 행보는 1995년 런던 서펜타인 갤러리의 퍼포먼스 전시, <더 메이비(The Maybe)>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하루 여덟 시간씩 유리 상자 속에 들어가 자신을 직접 전시하며, 배우, 예술가, 그리고 큐레이터의 경계의 허물었는데요. 이후 <더 임파서블 워드로브(The Impossible Wardrobe)>(2012), <올란도(Orlando)>(2019) 등의 프로젝트를 통해 시간과 신체, 정체성을 탐구하는 큐레이션 작업을 이어왔죠. 최근에는 파리 크리스티(Christie’s Paris)에서 개최된 <슈퍼소닉 메디벌(Supersonic Mediaeval)> 전시를 기획해 중세의 장인정신과 현대 디자인을 결합한 자신의 미학을 보여주었습니다.
◆ 솔란지 노울스

‘비욘세 동생’으로 잘 알려진 솔란지 노울스(Solange Knowles)는 음악을 중심으로 공간과 예술을 아우르는 기획자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는 2013년부터 세인트 헤론(Saint Heron)이라는 예술 플랫폼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는데요. ‘엘도라도 볼룸(Eldorado Ballroom)’과 같은 공연-전시 시리즈가 대표적입니다. 그의 주요 관심사는 ‘흑인 문화’. 흑인으로서의 정체성과 공동체, 문화유산을 예술로 연결하는 시도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죠. 최근에는 희귀한 흑인 및 유색 인종 예술가들의 기록물을 보존하는 디지털 아카이브 프로젝트를 선보이며 영역을 확장해나가고 있습니다.
◆ 빅토리아 베컴

큐레이터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는 또 한 명의 인물, 빅토리아 베컴(VictoriaBeckham)입니다. 그와 남편인 데이비드 베컴은 오래전부터 예술 작품을 꾸준히 수집해 왔습니다. 그리고 올해 2월, 빅토리아 베컴은 소더비와 공동 큐레이션한 현대미술 전시를 열었습니다. 전시에는 장 미셸 바스키아(Jean-Michel Basquiat), 키스 해링(Keith Haring), 나라 요시모토모(Yoshitomo Nara), 조지 콘도(George Condo) 등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이 포함되어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했는데요. 그는 전시에 대해 “단순한 투자를 넘어 감정적으로 느껴지는 작품을 중심으로 큐레이션 했다”라고 전하며, 큐레이션으로서의 진면모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셀럽 큐레이터는 예술 시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요? 과거 미술관이나 갤러리의 큐레이션은 전문 큐레이터와 비평가, 미술사의 영역이었지만, 지금은 셀럽들이 그 역할을 맡으며 예술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쉽게 열리게 되었습니다. 대중의 관심이 예술계로 유입되며 시장은 더욱 활발해졌고요. ‘인물이 곧 브랜드’인 지금, 한 셀럽의 영향력은 예술가의 인지도를 높이며 예술을 보다 대중적인 문화로 확장시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