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 SNS 추천 탭에는 사람이 만든 건지 AI가 만든 건지 구분하기 어려운, 소위 아주 ‘감각적’이면서도 비현실적인 비주얼들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섬네일에 홀린 듯 클릭해 보면 대부분이 AI로 생성된 창작물이었죠.
이미지와 영상을 만들어주는 AI 툴들이 등장한 지도 벌써 몇 년. 이제는 어떤 작업물이 사람 손에서 나왔는지조차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이 기술이 놀라운 속도로 정교하게 발전하고 있음을 매 순간 실감하게 되는데요. 여전히 창작의 영역에서는 AI를 활용한 작업물의 순수성과 예술성에 대한 논의가 분분하지만, 누구도 이 거센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겠죠. 누군가는 더욱 선명하고 또렷한 이미지를 위해, 또 누군가는 기억 저편에서 스러져가는 듯한 이미지를 위해 AI를 도구로 삼고 있습니다. 누구나 창조주가 될 수 있는 이 새로운 세계에서, 지금 가장 주목받고 있는 AI 창작자 3인을 소개합니다.
@xeocho
실명도, 국적도, 얼굴도 알려지지 않은 미스테리한 창작자 Xe. 정체는 베일에 싸여 있지만 AI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그의 작업을 인스타그램에서 한 번쯤 마주쳤을 겁니다. 약 21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그는 지금 가장 주목받는 AI 비주얼 아티스트 중 한 명이죠.
AI 기반 영상·포스트 프로덕션 스튜디오 ‘Slop Shop’ 소속의 Xe는 VHS 같은 질감에 약간의 그로테스크함을 섞은 영상을 주로 선보이는데요. 특유의 선명한 질감과 강렬한 색감이 그의 시그니처죠. 최근 그는 메종 발렌티노 ‘Panthea’ 백 캠페인의 영상 작업을 맡으며 브랜드와도 협업을 진행했는데요. 해당 영상에서도 그의 시그니처는 선명히 드러납니다. 눈이 시릴 만큼 날카로운 질감과 색채, 어지럽지만 계산된 구성이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죠.
Xe의 작업에는 인터넷 문화와 다양한 서브컬처의 레퍼런스가 자연스럽게 녹아 있습니다. Clanker Magazine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스스로를 한 ‘씬’에 가두지 않고, 여러 공간을 오가며 그때 맞는 걸 받아들인다”며 “늘 혼란스러우면서도 아름다운 것들, 함께 있으면 안 될 것 같은데 이상하게 어울리는 것들에 끌려왔다. 특정 문화에 속하는 것보다 그런 ‘믹스’가 더 중요하다”고 전했는데요. 이 말이 그의 작업을 정확히 설명해 주죠. 조각난 문화들 사이에서 기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장면들, 그 혼란과 아름다움 속에서 영감을 얻고 싶다면 그의 계정을 한번 들여다보세요.
@another.archives.ai
한때 SNS를 뜨겁게 달구었던 이 영상, 기억하시나요? 여느 느낌 좋은 인디 밴드의 뮤직비디오인 줄 알았던 해당 영상은 AI로 생성된 작업물이었죠. 첨부된 밴드 이십사일의 ‘최약체’라는 노래와 찰떡이어서 더 그렇게 느껴졌던 것 같기도 한데요.
@another.archives.ai 계정을 운영하고 있는 황보나현은 서울시립대학교 시각디자인 전공의 창작자입니다. 이미지 중심의 작업을 이어오던 그는 비교적 최근, 독보적인 색감의 영상물로 시선을 끌고 있는데요. 그의 작업은 꿈같고 몽환적인 분위기 속에, 호러 괴담을 연상케 하는 묘한 서늘함을 함께 품고 있죠.
일본 영화나 드라마 속 한 장면 같은 짧은 시네마틱 영상이 그의 시그니처. 대부분 미드저니(Midjourney) 기반 작업이지만, 최근엔 3D 렌더링에 구글의 나노 바나나(Nano Banana)까지 더해 보다 다채로운 방식으로 비주얼을 구현하고 있죠. 기묘함과 황홀감 사이 그 아슬한 경계를 감각적으로 포착하는 황보나현,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창작자입니다.
@makesomethingshit
활동명부터 영상미까지, 어딘가 묘하고 흐릿한 분위기를 풍기는 창작자가 있습니다. 바로 @makesomethingshit인데요. 앞서 소개한 황보나현과 마찬가지로 서늘하면서도 감각적인 영상을 선보이지만, 이쪽은 비교적 더 시네마틱한 스타일에 중심을 두고 작업을 이어가고 있죠.
그는 일본 청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노스탤지어를 자극하는 추억의 잔상 같은 장면들을 선보이는데요. 마치 꿈속을 헤엄치는 듯한 몽환적이고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누구보다 감각적으로 그려냅니다. 영상 곳곳에 삽입된 글리치와 리와인드 효과가 레트로한 정서를 더욱 짙게 만들어 주고요.
그의 작업은 음악에 귀를 기울일수록 더욱 깊이 빠져들게 됩니다. 주로 음악을 들으며 떠오른 이미지를 구현한다는 그는, 마치 곡에 꼭 맞춘 뮤직비디오처럼 음악과 가장 이상적인 세계를 만들어내죠. 취향에 맞는다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게 되는 매력을 지닌 그의 계정을 한번 둘러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