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다큐멘터리 사진의 언어를 새롭게 정의해온 영국 사진가 마틴 파가 향년 73세의 나이로 별세했습니다. 일상의 단면을 날카로운 유머와 색감으로 포착해 온 그의 작업을 다시 되짚어봅니다.

©Martin Parr
©Martin Parr

‘우리 시대의 연대기 작가’로 불리는 영국의 사진작가, 마틴 파(Martin Parr)가 향년 73세로 별세했습니다. 그는 일상의 평범한 순간을 의도적으로 기묘하고 유머러스하게 사진에 담아 현상의 본질을 날카롭게 포착해 내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요. 사회적 통찰이 담긴 그의 시선이 강렬한 색감과 유머와 뒤섞이며 현대 사진의 지평을 확장시켰습니다. 그의 방식은 때로 논쟁을 불러일으켰지만, 바로 그 대담함이 현대 다큐멘터리 사진을 새로운 국면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죠.

GB. England. New Brighton. From ‘The Last Resort’. 1983-85.
©Martin Parr

1952년 영국 서레이(Surrey)에서 태어난 그는 1986년 출판된 ‘마지막 휴양지(The Last Resort)’로 국제 무대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습니다. 해변에서 휴식을 즐기는 영국 중산층의 모습을 담은 이 사진집은 당시 사회 분위기와 계층적 현실을 날 것 그대로 드러내며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이어 95년에 발간한 사진집 ‘작은 세상(Small World)’에서는 여행지의 현실을 담아 전 세계 관광 문화를 유머러스하게 비틀어 보여줬죠. 또한 2000년 발간한 ‘Think of England’에서는 영국인의 집단 정체성을 기민하게 재해석했습니다. 강렬한 컬러로 담아낸 그의 사진에는 현대인들의 생활과 소비문화가 있는 그대로 가감 없이 드러나 있습니다.

그는 2020년 인터뷰에서 “나는 엔터테인먼트로 위장한 진지한 사진을 찍는다”며 “보편적 진실을 찾을 수 있는 순간을 짚어내고자 한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는 그의 사진을 관통하는 태도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1994년 국제사진가단체 매그넘 포토스의 정회원이 된 이후 그는 다큐멘터리와 패션, 음식 포트레이트까지 장르를 넘나들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왔는데요. 그렇게 활동을 이어온 그의 사진집은 100권을 훌쩍 넘죠. 비록 그는 우리 곁을 떠났지만 날카로우면서도 재치있게 현실을 포착한 그의 사진은 앞으로도 사진계의 큰 영감의 원천으로 자리할 것입니다.

©Martin Parr
©Martin Par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