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월, 작가 데미안 허스트의 아시아 첫 대규모 회고전이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개최됩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예고한 2026년 주요 전시 라인업 가운데서도 단연 눈길을 끄는 국제 기획전인데요. 이번 전시에서는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가 오랫동안 ‘죽음’과 ‘영생’이라는 보편적 질문을 어떤 방식으로 작업에 밀어붙여 왔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신앙과 과학, 욕망과 소비가 교차하는 지점을 어떻게 포착해 왔는지까지 입체적으로 총망라할 예정이죠.

대규모 회고전답게 이번 전시에서는 다이아몬드로 뒤덮인 두개골 작품 ‘For the Love of God’을 비롯해, 그의 시그니처로 꼽히는 포름알데히드(Formaldehyde)로 보존한 동물 연작까지 대표작들을 폭넓게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데요.

@damienhirst

이 두 작업은 허스트가 평생 집요하게 붙들어 온 ‘죽음’이라는 주제를 가장 선명한 언어로 보여주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습니다. ‘For the Love of God’은 해골이라는 전통적인 죽음의 상징 위에 다이아몬드라는 가치의 기호를 덧씌워, 인간이 죽음을 돈과 권력으로 무마하려는 욕망 자체를 정면으로 드러내는 작품이죠. 포름알데히드로 보존한 동물 연작은 자연사박물관의 표본 진열처럼 죽음을 감정이 아닌 관찰 대상으로 만들어 관객을 불편한 현실과 마주하게 합니다.

동시에 논란도 이 지점에서 발생하죠. 전자는 예술과 사치의 경계를 흐린다는 비판이 따라붙었고, 후자는 동물 윤리와 보존·대체 과정에서 생기는 원본성 문제로 오래 논쟁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일부 작품에서 표기 연도와 실제 제작 시점의 관계를 둘러싼 문제 제기도 나오면서, 허스트 작업이 작품 자체뿐 아니라 그것이 유통되고 기록되는 방식까지 포함해 계속해서 논쟁을 불러온다는 점이 다시 부각되기도 했죠.

@damienhirst

하지만 논쟁이 그의 작업을 전부 설명하진 않습니다. 데미안 허스트는 1980년대 말 런던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영국의 현대미술가로, 1990년대 YBA(Young British Artists) 흐름을 대표하는 이름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는 죽음·신앙·과학·소비 같은 인류 보편의 주제를 아름답게 포장하기보다, 관객이 즉각 반응할 만큼 직설적인 오브제와 설치로 정면 돌파해 왔죠. 그 과정에서 허스트가 집요하게 던져온 질문은 분명합니다. 예술은 무엇으로 성립하는가, 우리는 죽음을 어떤 방식으로 마주하는가, 그리고 자본과 욕망은 그 감각을 어디까지 바꿔놓는가.

허스트 작업의 특징은 기성품과 산업적 제작 방식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는 데 있습니다. 일상의 오브제나 제작 시스템 자체를 작품의 언어로 삼아 전시, 유통, 기록 등 작품이 완성되는 방식이 곧 메시지가 되게 만들어 왔죠. 동시에 허스트를 대표하는 장면은 죽음과 신체를 정면으로 다룬 설치인데요. 동물 사체를 유리 탱크에 넣고 포름알데히드 용액으로 보존하는 작업처럼, 죽음을 감정의 서사로 포장하지 않고 표본처럼 전시해 관객이 회피할 틈 없이 마주하게 하죠.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은 늘 찬사와 비판을 함께 불러일으킵니다. 누군가에겐 동시대 미술의 경계를 확장한 성취이고, 누군가에겐 과잉된 퍼포먼스와 상업성의 상징이지만, 적어도 허스트가 ‘현대미술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를 끊임없이 시험해 온 인물이라는 점만큼은 분명하죠. 현대미술계의 살아있는 이슈, 데미안 허스트. 과연 그는 이번 전시에서 한국 관객에게 어떤 질문을 던지고, 또 어떤 메시지를 남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