굵직한 기획전이 연이어 펼쳐지는 2026년, 유난히 많은 거장들이 한국을 향하고 있는데요. 무엇을 먼저 봐야 할지 망설여진다면 마리끌레르 에디터가 엄선한 상반기 필람 전시 6선에 주목해 보세요. 올 상반기는 이 전시들과 함께 일상 곳곳을 예술로 채워보는 건 어떨까요?

르네상스에서 인상주의까지: 샌디에이고 미술관 특별전

©세종문화회관

미국 서부 3대 미술관으로 손꼽히는 샌디에이고 미술관(The San Diego Museum of Art, SDMA) 개관 100주년을 기념해,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명작들을 한국에서 처음 공개하는 특별전이 세종문화회관 세종미술관에서 열립니다. 이번 전시는 SDMA 상설 컬렉션 가운데 단 한 번도 해외로 반출된 적 없는 작품 25점을 포함해, 60명의 거장의 작품 65점으로 서양미술사의 흐름을 한자리에서 펼쳐 보이는데요.

르네상스에서 바로크와 로코코, 신고전주의, 사실주의와 인상주의를 거쳐 제2차 세계대전 이전의 모더니즘에 이르기까지. 유럽 남·북부 르네상스를 출발점으로 약 600년에 걸친 서양미술사의 결정적 순간들을 하나의 흐름으로 엮어, 미학의 전환과 시대의 감각이 어떻게 확장되어 왔는지를 입체적으로 조망하죠. 히에로니무스 보스(Hieronymus Bosch)와 엘 그레코(El Greco) 등 국내에서 쉽게 만나기 어려운 거장들의 작품을 비롯해, 교과서 속 명작을 실제로 마주할 수 있는 귀한 자리입니다. 서양미술사의 거대한 흐름을 한 눈에 마주하고 싶다면 지금이 바로 그 기회!

기간 25.11.05 ~ 26.02.22
위치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175 , B1층)

장엄과 창의: 한국 민화의 변주

@galleryhyundai

박물관급 구성을 자랑하는 갤러리현대의 새해 첫 전시 ‘장엄과 창의: 한국 민화의 변주‘가 내달 28일까지 삼청동 갤러리현대 본관에서 펼쳐집니다. 이번 전시는 갤러리현대가 무려 4년 만에 선보이는 전통 회화 기획전으로, 조선의 궁중회화와 민화를 한자리에서 병치해 ‘장엄함’과 ‘창의성’이라는 두 미감이 어떻게 서로를 비추며 확장돼 왔는지 짚어보죠.

궁중회화를 대표하는 ‘쌍룡희주도(雙龍戱珠圖)’와 ‘호피도(虎皮圖)’를 비롯해, 민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화조도(花鳥圖)’와 ‘책거리(冊巨里)’까지. 길상과 벽사, 그리고 해학과 상징이 응축된 대표 소재들을 밀도 있게 만날 수 있습니다. 궁중회화와 민화가 만들어내는 섬세한 균형과 함께, 전통 예술 속 호랑이 기운도 든든하게 받아 가세요!

기간 26.01.14 ~ 02.28
위치 갤러리현대(서울 종로구 삼청로 14 갤러리현대)

티노 세갈 국내 최초 대규모 개인전: ‘티노 세갈 / 컬렉션(가제)’

@leeummuseumofart
©Nahmad Projects

1990년대 이후 동시대 미술의 지형을 새로 그려온 티노 세갈(Tino Sehgal). 그가 마침내 국내에서 첫 대규모 개인전을 선보입니다. 그의 작업은 물건이 아닌 상황을 창조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죠. 무용을 전공하며 안무와 퍼포먼스를 익힌 그는 이후 정치경제학과 경제학까지 함께 공부하며 신체의 감각과 사회 구조에 대한 통찰을 동시에 갖추게 되는데요. 이처럼 두 세계를 아우르는 시선은 그가 행위와 관계를 예술로 세공해 내는 독자적인 작업 세계의 토대가 되어왔죠.

그의 작품은 훈련된 해석자(interpreters)들이 움직이고, 노래하고, 대화를 건네며 만들어내는 ‘구축된 상황(constructed situations)’으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그 속에서 관객은 단순히 바라보는 것이 아닌 실시간으로 참여하며 예술의 일부가 되는 경험을 하게 되죠. 무대도, 설치물도, 남겨지는 오브제도 없이 오직 행위와 관계만으로 성립되는 그의 작업은 ‘보는 전시’의 규범을 흔들며 동시대 미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왔습니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지난 25년에 걸친 작업 세계를 집약한 신작과 함께, 리움 소장품을 창의적으로 재해석한 장소특정적 라이브 아트(Live Art)를 선보인다는데요. 세갈이 선보이는 놀라운 세계에서 예술의 새로운 스펙트럼을 경험해 보는 건 어떨까요?

기간 26.03.03 ~ 06.28
위치 리움미술관(서울 용산구 이태원로55길 60-16)

데미안 허스트 회고전

@damienhirst
©국립현대미술관

죽음과 욕망, 과학과 믿음, 예술과 자본을 넘나들며 현대미술의 경계를 뒤흔든 그 이름,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의 아시아 첫 대규모 개인전이 오는 3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립니다. 전시에는 허스트의 대표 작품인 죽은 동물을 포름알데히드 수조에 담은 ‘자연사(Natural History)’ 연작, 다이아몬드로 장식한 해골 작품 ‘신의 사랑을 위하여(For the Love of God)’를 비롯해 근현대 작업의 여러 매체를 아우르는 주요 작품이 포함될 예정이죠.

1990년대 YBA(Young British Artists) 흐름을 대표하는 이름으로 떠오른 그는 죽음, 신앙, 과학, 소비처럼 인간 존재를 둘러싼 보편적 질문들을 에둘러 표현하지 않습니다. 미화보다 직진, 비유보다 충돌에 가까운 방식으로 관객이 즉각 반응할 수밖에 없는 강렬한 오브제와 설치 작업들로 정면 승부를 걸어왔죠. 이번 전시는 그런 그의 작업 세계를 한 번에 만날 수 있는 흔치 않은 자리! 본격적인 관람에 앞서 그의 작업을 더 깊이 이해하고 싶다면 이 기사를 참고해 보는 것도 좋겠죠.

기간 26.03.20 ~ 06.28
위치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서울 종로구 삼청로 30)

현대미술 소장품 특별전: ‘APMA, CHAPTER FIVE – FROM THE APMA COLLECTION’

@amorepacificmuseum

백남준, 이불, 데이비드 호크니, 갈라 포라스 김···. 예술에 큰 관심이 없어도 이 중 한두 이름쯤은 익숙하게 느껴질 텐데요. 그런 이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전시가 곧 펼쳐진다는 사실, 믿을 수 있으신가요? 해외 동시대 미술의 넓은 스펙트럼을 한자리에서 훑고, 동시에 한국 현대미술의 굵직한 경향과 전환을 함께 짚어보는 ‘APMA, CHAPTER FIVE – FROM THE APMA COLLECTION‘이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 곧 막을 올립니다. 앞서 언급했던 네 작가 외에도 로즈 와일리, 키키 스미스를 비롯해 이우환, 구본창 등 국내외 40여 명 작가의 회화·사진·조각·설치 작품 50여 점을 통해 동시대 미술이 어디까지 확장돼 왔는지 폭넓게 조망하는데요.

이번 전시는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이 지난 2019년부터 이어온 소장품 시리즈 ‘APMA, CHAPTER’의 다섯 번째 장으로, 미술관이 집중해 온 수집의 방향과 미감의 좌표를 비교적 선명하게 드러내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이 놀라운 라인업을 한자리에서 마주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절대 놓칠 수 없겠죠?

@amorepacificmuseum

또 하나 반가운 소식이 있죠. 세계적인 현대미술가 마크 브래드포드(Mark Bradford)의 국내 첫 개인전 ‘Mark Bradford: Keep Walking‘이 3월 1일까지, 5주간 연장됩니다. ‘사회적 추상화(Social Abstraction)’라는 독창적 시각 언어로 동시대 미술의 지형을 확장해 온 브래드포드는 이번 전시를 통해 자신의 작업 세계를 국내 관객과 처음으로 공유했죠. 특히 미술관 공간에 맞춰 새롭게 제작된 대형 작품 ‘떠오르다(Float)'(2019)와 ‘폭풍이 몰려온다(Here Comes the Hurricane)'(2025)는 압도적인 규모와 밀도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데요. 아직 그의 작품을 직접 마주하지 못했다면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기간 26.04.01 ~ 08.02(현대미술 소장품 특별전) / 25.08.01 ~ 26.03.01(마크 브래드포드 개인전)
위치 아모레퍼시픽미술관(서울 용산구 한강대로 100)

한국 근대 거장전 ‘유영국: 산은 내 안에 있다’

©유영국미술문화재단
유영국, <작품>, 1967, 캔버스에 유채, 130x130cm ©유영국미술문화재단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유영국의 탄생 110주년을 기념하는 이번 회고전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열리는 역대 최대 규모의 전시로 그의 작업 세계를 폭넓게 조망합니다. 특히 이번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이 새롭게 선보이는 ‘한국 근대 거장전’의 첫 프로젝트로 기획돼 더욱 의미 깊은 자리이기도 하죠.

강렬한 원색과 절제된 기하학으로 ‘심상의 산’을 그려온 유영국의 회화는 자연을 풍경으로 묘사하기보다 내면의 감각과 구조로 재구성하며 한국 추상미술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습니다. 미공개작을 포함한 이번 대규모 전시는 유영국이라는 이름이 품은 예술적 깊이를 다시금 되새기게 하는 특별한 자리가 될 전망이죠. 한국의 자연을 대담한 추상과 섬세한 색채로 빚어낸 그의 작품 세계를 직접 마주해 보세요.

기간 26.05.14 ~ 10.18
위치 서울시립미술관(서울 중구 덕수궁길 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