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에 이렇게 많은 일이 있었다고요? 

2026년이 시작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SNS 피드에는 왠지 익숙한 10년 전의 감성이 물밀듯 밀려 들어왔습니다. 틱톡과 인스타그램에서 ‘2026 is the new 2016’이라는 해시태그가 폭발적으로 사용되며, 과거의 추억 사진과 영상이 다시 활발히 공유되고 있는데요. 인스타그램에만 해도 3,700만 개 이상의 게시물이 2016년 콘텐츠로 채워졌고, 틱톡의 ‘#2016’ 태그도 이미 100만 개를 훌쩍 넘어섰다는 보고가 나왔죠. 전문가들은 이 현상을 두고 AI로 가득 찬 자극적인 숏폼 콘텐츠에 지친 이용자들이 2016년의 순수한 감성과 단순한 즐거움을 다시 찾는 중이라고 분석합니다. 돌이켜 보면 2016년은 여러 분야에서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순간이 유난히 많았던 해였는데요. SNS와 음악, 게임, 영화까지 지금의 문화 지형을 만든 굵직한 이슈를 모아봤습니다.

문화의 아이콘, 데이비드 보위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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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월 10일, 데이비드 보위는 6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는 사망 이틀 전, 자신의 69번째 생일에 유작 앨범‘Blackstar’를 발표했는데, 이 작품은 마치 죽음을 예고한 듯한 분위기로 더 큰 울림을 남겼죠. 보위의 사망 소식은 전 세계 음악팬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고, 그의 유작 앨범은 여러 국가의 차트에서 1위를 기록하기도 했죠. 당시 거리 곳곳에서는 추모의 물결이 이어졌습니다. 그해 그래미 어워즈에서 레이디 가가는 보위를 기리는 헌정 무대를 선보이며, 또 하나의 상징적인 장면을 만들었습니다.

스트리밍 시대를 연 칸예 웨스트 ‘The Life of Pablo’ 발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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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2월, 칸예 웨스트는 정규 7집 ‘The Life of Pablo’를 발표하며 스트리밍 시대의 문을 본격적으로 열었습니다. 발매 직후 스트리밍 데이터만으로 빌보드 1위를 차지한 이 앨범은 음반 판매 중심 시장이 무너지고 있다는 걸 상징적으로 보여줬죠. 특히 그는 앨범 발표 이후에도 수록곡을 수정하고 업데이트하는 등 실험적인 방식을 시도하며, 앨범이 꼭 완성본이어야만 한다는 통념을 깨뜨렸습니다. 힙합, 가스펠, 일렉트로닉, 팝을 뒤섞은 장르 혼합적 스타일 역시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음악이 고정된 결과물이 아니라 ‘진행형 작품’이 될 수 있다는 발상은 이후 수많은 아티스트들에게 영향을 끼쳤고, 스트리밍 플랫폼 중심의 음악 소비 방식을 앞당긴 결정적 계기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2016년 여름, 전 세계를 뒤흔든 포켓몬 GO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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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여름, 스마트폰 화면 속 포켓몬이 현실 세계를 정복하기 시작했습니다. GPS와 증강현실을 결합한 ‘포켓몬 GO’는 출시 몇 주 만에 전 세계 다운로드 수 1억 건을 돌파했고, 미국에서는 트위터보다 많은 일간 활성 사용자를 기록하며, 사회 현상으로 번졌죠. 공원과 관광지, 식당 앞에는 포켓몬을 잡기 위한 인파가 몰렸고, 사람들은 포켓몬이 자주 등장하는 장소를 ‘포세권’이라 부르기도 했습니다. 이 게임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오프라인 풍경까지 바꿔 놓았는데요. 기업들은 유저들이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장소인 ‘포켓스톱’ 위치를 마케팅 포인트로 활용했고, 지역 상권은 예상치 못한 유동 인구 증가를 경험하며 활성화되었죠. 포켓몬 GO는 2016년 한 해를 강타한 증강현실 게임으로 2016년 구글 플레이 최고의 게임으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인스타그램, 스토리 기능 업데이트 

2016년 8월, 인스타그램은 24시간 후 사라지는 사진·동영상 공유 기능 ‘Stories’를 공식 출시했습니다. 정제된 피드 대신 지금 이 순간의 감정을 가볍게 올리는 방식은 빠르게 이용자들의 일상이 되었고, 스냅챗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사라지는 콘텐츠’ 문화를 본격적으로 대중화시켰죠. 출시 직후 몇 달 만에 일간 스토리 이용자가 1억 명을 넘어섰다는 발표도 나올 만큼 획기적인 기능이었죠. 이 변화는 SNS의 성격 자체를 바꿔 놓았습니다. 사람들은 더 이상 완벽한 사진만 고집하지 않게 됐고, 지금의 순간을 공유하는 데 익숙해졌죠. 이후 라이브, 필터, 음악 스티커 같은 기능이 덧붙으며 스토리는 하나의 독립적인 콘텐츠 플랫폼으로 성장했고, 오늘날 숏폼 트렌드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넷플릭스 신드롬을 일으킨 ‘기묘한 이야기’ 시즌 1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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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기묘한 이야기(Stranger Things)’ 시즌 1은 2016년 공개 직후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습니다. ‘업사이드 다운’이라는 다른 차원의 공포와 사라진 친구를 찾는 청소년들의 모험은 곧바로 넷플릭스의 문화 코드로 자리 잡았고, 이후 시즌과 후속 작품들 역시 히트하며 ‘기묘한 이야기 신드롬’을 형성했는데요. 아이들의 우정, 초자연적 미스터리, 복고풍 미장센은 세대를 초월한 공감을 이끌어낸 것이죠. 이후 시즌이 거듭될수록 세계관은 확장됐고, 올해 시즌 5를 끝으로 시리즈는 화려하게 막을 내렸습니다.

R&B의 판도를 뒤흔든 프랭크 오션 ‘Blonde’ 발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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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크 오션이 2016년 8월에 발표한 ‘Blonde’는 감정의 음영과 실험적 사운드를 중심으로 구성된 앨범이었습니다. 미니멀한 편곡과 변조된 보컬, 단편적인 서사 구조는 사랑과 상실, 정체성을 내밀하게 풀어내며 기존 R&B의 문법을 과감히 벗어난 시도로 평가받았죠. 이 앨범은 빌보드 1위에 오르며 상업적 성공까지도 거뒀고, 여러 비평 매체의 연말 결산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메이저 레이블을 떠나 독립적으로 발표됐다는 점 역시 큰 의미가 있었는데요. ‘Blonde’는 이후 2010년대를 대표하는 명반으로 자리 잡으며, 일부 평론가는 대중음악이 이 앨범이 등장하기 전과 후로 나뉜다고 호평을 쏟기도 했죠. 프랭크 오션이 ‘Blonde’에 열성을 기울인 탓일까요? 그의 정규 앨범 발매 소식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무소식입니다.

무선 이어폰 시대의 서막, 에어팟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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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은 애플이 또 다른 혁명을 가져온 해입니다. 바로 첫 번째 에어팟(AirPods)이 공개된 해였죠. 같은 해에 공개된 아이폰 7 시리즈에는 이어폰 단자를 제거하며, 이어폰 사용의 패러다임을 바꿔 놓았는데요. 당시 수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결국 무선 오디오의 대중화를 앞당긴 촉매제가 되었죠. 에어팟은 출시 후 독특한 디자인과 자동 연결, 터치 조작 등의 편리성으로 빠르게 사랑받으며 이후 수년간 무선 이어폰 시장을 이끄는 아이콘이 되었습니다.

‘무관의 제왕’이었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첫 오스카 수상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영화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The Revenant)’로 마침내 첫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오랜 갈증을 해소했습니다. 그는 그동안 여러 차례 후보에 올랐지만 번번이 수상에 실패하면서 ‘오스카 무관의 제왕’이라는 별명까지 얻은 바 있었죠. 혹독한 촬영 환경 속에서 선보인 그의 원초적인 연기는 커리어의 결정적 전환점으로 평가받았습니다. 

2016년은 지금의 SNS, 스트리밍, 게임, 대중문화를 만든 결정적 분기점이었습니다. 우리가 당연하게 쓰는 기능과 소비하는 콘텐츠의 일부분은 10년 전에 형태를 갖췄죠. 그래서일까요? 1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다시 그 시절을 소환하며 다시 말합니다. 2026년은 새로운 2016년이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