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의 지형을 확장하며 동시대 미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그려가는 한국 작가 4인.

국립현대미술관이 ‘올해의 작가상 2026‘ 후원작가 4인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그 영광의 주인공은 이해민선, 홍진훤, 이정우, 전현선. 현대미술의 감각과 밀도를 새롭게 써 내려가는 이름들이죠.

2012년 출범한 ‘올해의 작가상‘은 국립현대미술관과 SBS문화재단이 공동 주최하는 연례 프로젝트이자 동시대 한국 미술계를 대표하는 수상 제도입니다. 한국 현대미술의 새로운 가능성과 비전을 제시할 작가들을 발굴하고, 이들이 보다 확장된 지평에서 작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죠. 매년 4인의 후원작가를 선정해 신작 제작과 전시 기회를 제공하며 이들의 시선을 통해 동시대 미술 담론을 새롭게 갱신해 왔습니다.

네 명의 작가는 회화, 영상, 사진, 조각 등 서로 다른 매체를 기반으로 작업하면서도, 동시대의 감각을 예민하게 포착하고 예술의 경계를 확장한다는 점에서 연결되어 있는데요. 이해민선은 회화를 중심으로, 일상 속 사물의 상태를 통해 취약한 개인의 존재 방식을 탐색해 왔습니다. 환경 속에서 버텨온 사물에 스며든 시간의 흔적과 물질의 감각을 포착하며, 존재의 조건과 회화적 행위가 만나는 지점을 실험해 왔죠. 이번 전시 역시 유사한 궤에서 사라질 듯 위태로운 존재들이 최소한의 형태로 경계에 머무르며 버텨내는 순간들을 섬세하게 마주합니다.

사진과 영상을 매개로 이미지가 가지는 권력의 메커니즘에 개입해 온 홍진훤은 영화와 웹프로그래밍 등 다양한 기술을 넘나들며 동시대 이미지가 작동하는 방식에 질문을 던져왔습니다. 이미지가 형성되는 힘의 구조를 포착하고 그 관성에 균열을 내려는 시도가 작업의 핵심이었죠. 특히 이번에는 실재와 가상이 중첩된 세계에서 ‘집회’라는 시공간이 어떻게 하나의 이미지로 변모해 가는지를 주목하는데요. 임박한 혁명을 공유하지 않는 시대에서 운동과 투쟁은 과연 무엇을 마무리하고 또 무엇을 유예하는가, 그 질문을 관객과 함께 고민합니다.

이정우는 기술 시스템의 오작동을 단순한 오류가 아닌, 그 이면에 숨은 데이터 구조와 조건을 읽어내는 단서로 삼는 작가입니다. 이번 신작에서는 생성형 AI에 소실된 아카이브를 입력하며 드러난 특이점들을 조형적 언어로 포착했는데요. 그는 플랫폼의 정책, 데이터 편향, 통계적 쏠림처럼 결과를 은밀히 견인하는 비가시적 힘을 ‘중력’이라 명명하고, 기술 매체가 과거를 어떻게 재구성하고 있는지를 영상이라는 매개로 시각화했습니다. 이 과정은 동시대 기술 환경에서 진실과 기록의 조건을 되묻는 시도이기도 하죠.

회화를 기반으로 이미지가 공간과 맺는 관계를 끊임없이 실험해 온 진현선은 점묘 회화를 비롯해 설치, 영상, 조각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평면 이미지가 지닌 시간성과 물성, 그리고 그 너머의 확장 가능성에 주목합니다. 이번 신작에서는 회화를 일종의 ‘시각적 암벽등반장’으로 바라보며 이미지가 분해되고 중첩되는 과정을 공간 전체에 펼쳐 보이는데요. 관람자는 서로 다른 매체를 오가며, 단일한 의미로 환원되지 않는 복수의 이미지 경로를 따라 자신만의 감각적 체험을 구축하게 되죠.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올해 선정된 작가들은 각자의 시각적 언어와 예술적 비전을 통해 한국현대미술의 현재를 생생히 보여주고 있다”며 “매체의 한계를 끊임없이 확장하고 우리가 마주한 동시대의 감정과 사회적 조건을 정면으로 사유하는 작가들에게 큰 기대 부탁드린다”고 밝혔습니다.

‘올해의 작가상’은 1차 심사를 통해 후원작가 네 명을 선정하고, 각 작가에게 전시 지원금 5천만 원을 지원합니다. 이후 이들이 선보이는 전시와 더불어, 전시 기간 중 진행되는 공개 좌담회 등의 활동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최종 수상자를 가리는데요. 그 주인공은 오는 10월 중 공식 발표될 예정이죠. 지난해 ‘올해의 작가상 2025’ 최종 수상자는 역사적 맥락 속에서 소리와 청취의 구조를 집요하게 탐구한 김영은 작가에게 돌아갔습니다. 그의 수상작을 포함한 전시는 내달 1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만나볼 수 있죠.

이어지는 ‘올해의 작가상 2026’ 전시는 오는 7월 24일부터 12월 6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진행됩니다. 동시대 한국 미술의 흐름을 이끄는 네 작가의 작품세계를 깊이 있게 마주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