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코르티나 2026 동계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3,000m 계주에서 한국 여자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이 금메달을 획득하며 한국 쇼트트랙의 저력을 증명했습니다.

2월 18일 저녁(현지 시각),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 스케이팅 아레나. 숨을 삼키는 듯한 정적을 가르며 네 명의 선수가 빙판 위를 질주했습니다. 최민정, 김길리, 노도희, 심석희. 대한민국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이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여자 3,000m 계주 파이널 A에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습니다. 2018 평창 이후 8년 만에 되찾은 올림픽 금메달이자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에 이은 2026 동계올림픽 두 번째 금빛 소식이었죠.

여자 3,000m 계주는 네 명이 27바퀴를 나눠 도는 팀 경기입니다. 초반 레이스는 예상대로 팽팽했습니다. 1번 주자로 나선 최민정이 빠르게 선두를 잡으며 리듬을 끌어올렸고, 캐나다와 네덜란드, 개최국 이탈리아가 촘촘히 뒤를 이었습니다. 중반부에는 순위가 요동쳤습니다. 인코스 공략 과정에서 밀고 밀리는 신경전이 이어졌고, 한국은 잠시 3위까지 내려가며 숨을 고르는 상황을 맞았죠.

결정적인 장면은 16바퀴를 남긴 시점에 나왔습니다. 앞서 달리던 네덜란드 선수가 넘어지며 레이스가 크게 흔들렸고, 그 직후 한국은 충돌을 가까스로 피했습니다. 자칫하면 함께 휘말릴 수도 있었던 아찔한 순간. 그러나 위기 뒤에는 기회가 따라오는 법이죠. 바통을 이어받은 선수들은 흔들림 없이 속도를 끌어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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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빛난 건 팀워크였습니다. 4바퀴를 남기고 심석희가 최민정을 강하게 밀어주며 탄력을 더했고 그 힘을 받은 최민정은 캐나다를 추월해 2위로 올라섰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두 바퀴. 김길리가 인코스로 파고들며 이탈리아의 에이스 아리아나 폰타나를 제쳤습니다. 그렇게 한국 대표팀의 금메달이 확정됐죠. 결승선을 통과한 뒤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린 김길리의 표정에는 긴 시간 쌓아온 훈련과 기다림이 응축되어 있었습니다.

이번 금메달은 여러 의미를 품고 있습니다. 한국은 쇼트트랙이 정식 종목이 된 1992년 알베르빌 대회 이후 대부분의 올림픽에서 여자 계주 메달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베이징 2022에서 은메달에 머물렀던 아쉬움을 밀라노에서 씻어낸 셈이죠.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건 최민정의 기록인데요. 그는 이번 계주 금메달로 올림픽 통산 6번째 메달(금 4/은 2)을 획득했습니다. 이는 한국 동·하계 올림픽 최다 메달 타이 기록에 해당하며 쇼트트랙 선배 전이경과 함께 동계 올림픽 최다 금메달 공동 기록에도 이름을 올렸죠. 한 선수의 커리어가 곧 한국 쇼트트랙의 역사로 이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김길리 역시 의미 있는 이정표를 세웠습니다. 여자 1,000m 동메달에 이어 계주 금메달을 추가하며 생애 첫 올림픽 금메달을 품에 안았죠. 심석희는 다섯 번째 올림픽 메달을 획득했고, 노도희와 준결승에 나섰던 이소연도 올림픽 시상대의 기쁨을 함께 나눴습니다. 개인의 기록이 모여 팀의 서사가 완성된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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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후 선수들은 태극기를 두르고 빙판을 돌며 관중에게 인사를 건넸습니다. 눈물과 환호 그리고 서로를 끌어안는 장면이 이어졌죠. 쇼트트랙은 언제나 한국 스포츠의 상징 같은 종목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상징은 그냥 주어지는 게 아닌 매 순간 다시 증명해야 하는 이름이죠. 이번 여자 3,000m 계주의 금메달 소식은 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저력을 다시금 보여주었습니다.

밀라노의 밤을 수놓은 네 명의 질주. 이들은 수년간 쌓아온 실력과 호흡으로 새로운 금빛 장면을 완성했습니다. 빙판 위에서 이어진 완벽한 타이밍과 과감한 인코스 공략 그리고 끝까지 흔들림 없던 집중력까지. 여자 3,000m 계주 금메달은 그렇게 팀워크와 담대한 선택이 빚어낸 결과였죠. 남은 종목에서도 이어질 멋진 레이스에 기대가 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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