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무엇을 한 창작자의 헤리티지라 부를 수 있을까.
어떤 기준이나 기대에도 얽매이지 않은 채 가장 뜨거운 마음으로 완성한 첫 작품,
그 안에는 여전히 확장을 거듭하는 세계의 단단한 기반을 비추는 단서가 남아 있다.
영화, 음악, 문학의 영역에서 각자의 언어로 시대를 통과해온 창작자 21인이 자신의 처음과 연결된 물건과 기억을 건넸다.
한 시절을 온전히 바친 기록, 처음이기에 가능했던 선택이 그 안에 담겼다.
세상에 건넨 첫 선언, 그 선언과 함께 하나의 세계가 열리기 시작하던 순간.
소설가 편혜영
소설집 《아오이가든》

《아오이가든》 첫 책은 붉은 피를 뚝뚝 흘리는 듯한 개구리 그림이 그려진 표지를 달고 등장했다. 가족들은 축하한다거나 고생했다고 했지만, 끝까지 읽지 못했다. 약 20년이 지나 개정판을 펴낼 때, 글을 다듬으면서 당시의 에너지와 미숙함을 가급적 훼손하지 않으려 애써야 했다.
다시 바라보면 초판의 소설들은 마치 야생에서 함부로 자란 고양이들 같았다. 길들여지지 않았고, 털이 거칠고 눈빛은 사나웠지만 간혹 아름다웠다.
첫 작품이 남긴 것 20여 년 전, <아오이가든>을 다 쓰고 나서 조금 어리둥절한 기분이 들었던 것을 아직도 기억한다. 그 어리둥절함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 너무 분명한 소설, 뻔히 다 알거나 알 것만 같은 이야기를 쓰지 않으려면 여러 번 어리둥절해야 한다.
변하지 않은 것 인물들에게 서사의 표면에서 말하지 않은 ‘비밀’을 남겨두는 것. 현실의 우리도 서로에 대해, 심지어는 자기 자신에 대해 완벽히 알 수 없으므로. 소설 속 인물들도 일부는 모르는 채로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여전히 그렇다.
그때의 나에게 《아오이가든》은 ‘내게 가장 가까운 이름이자 가장 먼 이름이 된 소설’이다. 이 책에 담긴 날것의 언어와 이미지를 통해 작가로서 근사한 세계를 부여받았지만, 이제는 그 가열찬 세계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 어떤 시작은 마지막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니 더욱 마음껏 시작하라고, 과거의 나에게 말해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