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무엇을 한 창작자의 헤리티지라 부를 수 있을까.
어떤 기준이나 기대에도 얽매이지 않은 채 가장 뜨거운 마음으로 완성한 첫 작품,
그 안에는 여전히 확장을 거듭하는 세계의 단단한 기반을 비추는 단서가 남아 있다.
영화, 음악, 문학의 영역에서 각자의 언어로 시대를 통과해온 창작자 21인이 자신의 처음과 연결된 물건과 기억을 건넸다.
한 시절을 온전히 바친 기록, 처음이기에 가능했던 선택이 그 안에 담겼다.
세상에 건넨 첫 선언, 그 선언과 함께 하나의 세계가 열리기 시작하던 순간.
뮤지션
이랑
정규 앨범 <욘욘슨>


<욘욘슨> 직업 뮤지션이 될 거라는 생각도 자각도 없던 영화과 학생 시절, 다만 스스로 기억하기 위해 2006년형 맥북 내장 마이크로 녹음한 노래들이 2012년, ‘욘욘슨’이라는 이름의 앨범으로 세상에 나왔다. 일기장을 1천 장 복사해 모르는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것 같던 첫 앨범이다. 손으로 직접 쓰고 그린 가사집, 고양이 ‘준이치’와 함께 셀프 타이머로 찍은 앨범 재킷 등 어리고 미숙했던 그때의 내가 앨범 안에 귀엽게 담겨 있다.
처음의 장면 첫 앨범에는 총 12곡이 수록돼 있다. 그때 내가 만들어둔 곡은 스무 곡이 넘었는데, 어째서 그중 12곡만 골라야 하는지 의아해한 기억이 난다. 전부 싣지 못하는 게 분했다.
다시 바라보면 오로지 노트북 한 대만으로, 오디오 인터페이스나 마이크조차 없이 만든 거칠고 실험적인 앨범이기에 <욘욘슨> 안에 담긴 모든 소리가 무척 순수하고 귀하게 느껴진다.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은 ‘이렇게 해도 된다’고 믿었던 과거와 ‘이렇게는 못 하겠다’는 기준이 생긴 현재가 내 안에 차곡차곡 쌓이면서 나만의 음악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때의 나에게 “노래가 이상하다고 슬퍼하지 말고, 하고 싶은 대로 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