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원을 가른 김윤지의 거침없는 질주가 한국 동계 장애인 스포츠의 새 역사를 만들었습니다.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에 첫 메달을 안겼던 김윤지 선수가 두 번째 메달까지 추가하며 한국 여성 선수 최초의 동계 패럴림픽 멀티 메달리스트라는 새 역사를 썼습니다. 김윤지는 지난 10일(한국시간) 이탈리아 테세로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패럴림픽 크로스컨트리 스키 여자 스프린트 좌식 결선에서 3분 10초 1의 기록으로 2위를 차지하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는데요. 우승은 미국의 ‘살아있는 전설’ 옥사나 마스터스(Oksana Masters)가 3분 07초 1로 차지했고, 두 선수의 기록 차는 단 3초였습니다.

앞서 김윤지는 지난 8일 바이애슬론 여자 스프린트 좌식 12.5km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한국 여자 선수 최초의 동계 패럴림픽 개인 종목 금메달이라는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죠. 이어 크로스컨트리에서 은메달까지 추가하면서 한 대회에서 두 개 이상의 메달을 획득하게 됐습니다. 한국 선수 기준으로는 2018년 평창 동계패럴림픽에서 금메달과 동메달을 따낸 신의현 이후 두 번째 기록인데요. 특히 여성 선수로서는 처음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죠.

이번에 은메달을 따낸 크로스컨트리는 사격을 병행하는 바이애슬론과 달리 순수하게 주행 능력만으로 승부가 갈리는 종목입니다. 특히 스프린트는 육상 400m에 비견되는 단거리 경기로, 짧은 구간에서 폭발적인 스피드와 순발력이 중요한 종목이죠. 순간적인 가속과 코스 대응 능력이 결과를 좌우하는 만큼 선수들의 전략과 체력 모두가 중요한 경기입니다.

김윤지는 예선부터 강한 경쟁력을 보여줬습니다. 스타트 리스트 기준 오전 9시 45분 45초에 출발한 그는 미국의 옥사나 마스터스에 이어 2위로 준결승에 진출했는데요. 이어 열린 준결승 2조에서는 3분 01초 1을 기록하며 1조 1위였던 마스터스의 3분 06초 8보다 5초 7이나 빠른 기록을 세웠습니다. 이날 준결승 전체 선수 가운데 가장 빠른 기록이었는데요. 이 기록으로 결승 진출과 동시에 메달 가능성도 한층 높아졌습니다.

결승에서도 김윤지는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선두권 경쟁에 나섰습니다. 6명의 선수가 시차를 두고 출발하는 방식의 결선에서 김윤지는 두 번째로 스타트를 끊었는데요. 레이스 초반 독일의 안야 비커(Anja Wicker)를 제치며 선두권으로 치고 올라가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그러나 코스 후반부와 마지막 오르막 구간에서 마스터스가 역전에 성공했고, 김윤지는 3분 10초 1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은메달을 차지했습니다.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과의 접전 끝에 얻은 값진 메달이었죠.

©대한장애인체육회

김윤지의 스포츠 인생은 어린 시절 재활에서 시작됐습니다. 그는 선천성 이분척추증 척수수막류로 하지 장애를 안고 태어났는데요. 세 살 무렵 재활을 위해 수영을 시작했고 초등학교 3학년 때 선수로 등록하며 본격적으로 운동을 이어갔습니다. 오랜 시간 물에서 기본 체력과 지구력을 길러온 그는 중학생 시절 대한장애인체육회 겨울 스포츠 캠프를 통해 노르딕스키를 처음 접하게 됩니다. 설원을 가르는 속도감과 광활한 자연에 매료돼 본격적으로 겨울 종목에 도전하게 됐죠.

수영과 노르딕스키를 병행하며 기량을 키워온 김윤지는 이번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 패럴림픽에서 처음으로 패럴림픽 무대에 섰는데요. 그리고 이 데뷔 대회에서 바이애슬론 여자 개인 좌식 12.5km 금메달과 크로스컨트리 여자 스프린트 좌식 은메달을 따내며 패럴림픽 통산 2개의 메달을 수확한 것이죠. 이 기세를 몰아 김윤지는 바로 내일(11일) 열리는 크로스컨트리 10km 경기에서 세 번째 메달에 도전합니다. 패럴림픽 데뷔 무대에서 거침없는 질주를 이어가고 있는 그의 다음 레이스에도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