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무엇을 한 창작자의 헤리티지라 부를 수 있을까.
어떤 기준이나 기대에도 얽매이지 않은 채 가장 뜨거운 마음으로 완성한 첫 작품,
그 안에는 여전히 확장을 거듭하는 세계의 단단한 기반을 비추는 단서가 남아 있다.
영화, 음악, 문학의 영역에서 각자의 언어로 시대를 통과해온 창작자 21인이 자신의 처음과 연결된 물건과 기억을 건넸다.
한 시절을 온전히 바친 기록, 처음이기에 가능했던 선택이 그 안에 담겼다.
세상에 건넨 첫 선언, 그 선언과 함께 하나의 세계가 열리기 시작하던 순간.
감독
한준희
장편영화 <차이나타운>

<차이나타운> 영화감독이 될 수 있을까, 과연 기회가 올까, 기회가 온다고 한들 그것을 잡을 재능은 있을까. 수없이 되뇌던 질문은 애꿎은 분노가 되고, 그 분노는 에너지가 되어 단편 <시나리오 가이드>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 작품의 후반 작업비가 부족해 상금을 목적으로 초고를 쓴 시나리오가 장편 데뷔작 <차이나타운>이 되었다.
다시 바라보면 어떻게든 뭐라도 해보려 한 순간들이 운 좋게 직업 감독의 길로 이끌어주었다. 그래서 지금껏 내가 그리는 영화 속 주인공들이 항상 멈추지 않고 몸을 내던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치열하게 삶을 살아내던 ‘일영’(김고은)을 필두로 말이다.
그때의 나에게 영화를 만들다 보면 힘든 순간도, 기쁜 순간도 있을 거다. 모두가 칭찬할 때든 모두가 손 가락질할 때든, 일희일비하지 말고 늘 전력을 다해라. 무엇보다 혼자 해낸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 매 순간 현장의 모든 이에게 감사함을 잊지 말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