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관측자, 비행 시뮬레이션 애호가, 그리고 항공기의 이착륙을 보기 위해 활주로 끝에 몰려드는 사람들.
사진가 토마스 놀프(Thomas Nolf)는 항공 문화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즐기는 이들을 통해 도피 욕구와 자유를 향한 갈망을 포착한다. 현실과 허구의 경계에서, 낭만적인 도피의 순간을 만났다.


이 프로젝트는 코로나19로 세계적으로 지역 간 봉쇄가 시행되던 시기, 파일럿이 되고 싶었던 어린 시절의 꿈을 상기하는 것에서 출발했다. 개인적 소망의 발현을 어떻게 보다 많은 사람과 함께 하는 프로젝트로 확장하게 된 건가?
봉쇄 기간 동안 다시 마이크로소프트 비행 시뮬레이터(비행 시뮬레이션 게임)를 설치했을 땐, 단순히 집에서 작은 기쁨을 만끽하는 데 불과했다. 그렇게 방 안의 책상에서 뉴욕으로, 알래스카로, 또 서울로 날아갈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어딘가로 날아가는 느낌이 얼마나 들뜨는 경험인지, 우리가 여행을 얼마나 그리워하는지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문득 놀라울 정도로 실제 경험과 비슷한 느낌을 내는 이 가상 게임의 상자에 적힌 문구 ‘As Real As It Gets(현실처럼, 실재하는)’를 발견했다. 그로부터 이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항공 관측사와 비행기 모형 제작자, 그리고 이착륙 장면을 보기 위해 활주로 끝에 모이는 사람들까지, 어떤 식으로든 항공과 관련된 이들을 찾아 이동, 탈출, 자유를 향한 갈망 등 인간의 공통된 욕구를 사진으로 탐구했다.
프로젝트는 비행기 자체에 집중하기보다 비행을 꿈꾸는 사람들을 향해 있다. 항공과 관련된 이들은 어떤 식으로 찾아낸 건가?
코로나19 기간 동안에는 온라인상에서 포럼과 시뮬레이터 커뮤니티를 찾아냈다. 그곳에서 사람들은 수년 동안 집 안에서 엄청나게 정교한 콕핏(조정실)을 만들어왔다. 봉쇄가 풀리자마자 그들 중 몇몇의 집에 방문해 촬영을 진행했다. 평범한 주택의 방 한편에 펼쳐진 보잉기 조정석을 발견하는 일은 비현실적이면서도 흥미로운 작업이었다. 카리브해 생마르탱의 마호 해변에 모인 사람들 또한 나를 매료시킨 장면 중 하나다. 항공기가 이착륙하는 모습을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것으로 유명한 이 해변의 사람들은 떠나거나 어딘가에 도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머리 위를 마치 스치듯 지나는 항공기라는 물리적 존재를 경험하기 위해 모인다. 흥미로운 점은 나만의 조정실을 만들거나 비행기를 촬영하거나 혹은 활주로 끝에서 이착륙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모두 같은 꿈에 가까이 다가가려 애쓴다는 사실이었다.
항공기 관측자, 비행 시뮬레이션 애호가, 그리고 항공기의 이착륙을 보려는 사람들. 항공이라는 주제 아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그 안에서 발견한 공통적인 감정은 무엇이었나?
물론 처음에 그들을 하나로 묶은 것은 항공에 대한 사랑이었다. 하지만 프로젝트를 진행할수록 그 뒤에 숨어 있는 고독, 통제, 모험, 도피 욕망을 투영하는 데 더 큰 관심을 갖게 되었다. 항공기 조종은, 그것이 모형이든 시뮬레이션이든, 일반적으로 규칙과 절차에 의해 지배되는 고도로 구조화된 환경이다. 프로젝트를 통해 만난 많은 사람이 이러한 질서에서 오는 평온에 대해 이야기했다. 모든 스위치에는 기능이 있고, 모든 움직임이 하나의 시스템을 따르는 세계에 들어서는 일에는 사람을 안도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이를 통해 나는 자유와 통제가 정반대처럼 보이지만, 항공에서는 전적으로 서로 의존한다는 점을 발견했다. 항공기는 그 뒤에 숨은 엄청난 규율, 구조, 통제 때문에 오히려 자유롭게 비행할 수 있는 것이다. 어쩌면 사람도 크게 다르지 않을 수도 있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만난 사람들 중에 유난히 기억에 남는 이가 있나?
영국 셰필드 출신의 존(John)은 프로젝트를 하면서 가장 오래 함께한 사람이다. 그는 군에서 조종사로 근무하다 은퇴 후에는 집 안에 시뮬레이터 조종석을 만들고 그곳에서 가상의 비행을 이어갔다. 결국 건강 문제로 조종석을 해체하기 전, 나는 그의 마지막 비행에 함께했다. 비행을 하며 우리는 어린 시절의 꿈, 나이 들어간다는 것, 평생 간직하는 이상한 물건 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마흔 살의 나이 차이를 뛰어넘어 그에게서 나 자신을 발견하기도 했다.

이 프로젝트를 담은 책에 “도피의 마법은 우리가 떠나는 곳이나 도착하는 곳에 있는 게 아니라, 그 사이 어딘가에 있다”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프로젝트를 통해 ‘도피(escape)’를 다르게 받아들이게 되기도 했나?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내게 사진은 파일럿이 되고 싶던 어린 시절의 꿈을 대체해준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조종, 모험, 불확실성, 그리고 가능성까지. 비행에 매료된 이 모든 감각을 사진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사진 촬영은 모험적이면서 매우 반복적인 일이기도 하다. 어떤 기획을 위해선 때론 여러 번 같은 장소로 돌아가 어떤 순간을 포착하기를 기다려야 하며, 그 과정은 언제나 강도 높은 몰입을 동반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프로젝트는 도피 혹은 탈출이 항상 다른 곳에 도달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다. 도피는 때로 반복이기도, 어떤 의식일 수도 있으며, 출발과 도착 사이 몰입하게 되는 어딘가에 존재하기도 한다.
‘As Real As It Gets’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자칫 괴짜나 강박적인 인물로 묘사될 수 있다. 그렇지만 당신의 사진은 그들을 단적으로 판단하지 않으려는 태도가 엿보인다.
처음에는 이들의 모습이 나의 삶과 동떨어진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프로젝트가 끝날 무렵 이 일이 항공 애호가만이 아니라 실은 나 자신에 관한 이야기라는 걸 깨달았다. 사실은 내 안에 존재하는 다양한 욕망을 사진으로 담았음을 파악하게 된 거다. 그 순간 관찰자와 피사체 사이의 거리가 사라졌다. 모든 열정은 밖에서 보면 좀 이상하게 보일 수 있다. 그렇지만 나는 이들의 열정 안에 진지함, 진실이 깃들어 있음을 발견했고, 이를 사진으로 탐구하려 애썼다.
마지막으로 프로젝트의 제목에 대해 묻고 싶다. 마이크로소프트 비행 시뮬레이터의 슬로건에서 가져온 이 문장은 프로젝트의 감정적 핵심을 가장 잘 담아내는 말로 느껴진다. 프로젝트를 관통하는 이 제목에 어떤 의미를 담고 싶었나?
이 제목에 끌린 이유는 여러 겹의 의미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원래 마이크로소프트는 이 문구를 기술적으로 현실을 얼마나 정교하게 재현했는가를 보여주는 슬로건으로 사용했다. 하지만 프로젝트를 진행할수록 내게 이문장은 점점 더 감정적 의미를 띠게 되었다. 내가 만난 사람들 가운데는 실제 조종사가 되지 못한 이도 많다. 그럼에도 그들이 비행에 품은 애정은 모두 진심이었다. 그들이 만든 비행 시뮬레이터, 모형, 그리고 반복하는 의식같은 행동들은 ‘현실’이 아닐지라도, 감정의 차원에서는 매우 현실적인 것이다.
이와 동시에 시뮬레이션에는 언제나 역설이 존재한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은 끊임없이 현실을 완벽하게 재현하려 하지만, 그 완벽함이 오히려 인공적으로 느껴질 때도 있다. 이 간극은 내 사진의 시각언어에도 영향을 미쳤다. 작품 속 이미지는 매우 정교하게 통제되고, 균형을 이루며, 스타일화되어 있다. 때로는 사진 자체가 다소 인공적으로 보일 정도로. 이러한 미학을 통해 현실도피의 분위기를 강조하려 했다. 개념적으로도 흥미를 느낀 부분이 있다. 언젠가 기술이 현실을 완벽하게 재현할 수 있게 된다 하더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현실 자체가 아니라 현실의 이미지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비행 시뮬레이터에서는 가까이에서 구름을 보고, 빗방울 소리를 듣고, 수평선 너머로 폭풍이 이동하는 모습까지 놀라울 정도로 사실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하지만 결코 비를 맞을 수는 없다. 결국 현실감(realism)과 실제 경험(experience) 사이에는, 그리고 상상과 현실 사이에는 언제나 간극이 남는다. 어쩌면 바로 그 거리 속에서 꿈이 계속 존재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프로젝트가 끝날 무렵 이 일이 항공 애호가만이 아니라 실은 나 자신에 관한 이야기라는 걸 깨달았다. 사실은 내 안에 존재하는 다양한 욕망을 사진으로 담았음을 파악하게 된 거다. 그 순간 관찰자와 피사체 사이의 거리가 사라졌다. 모든 열정은 밖에서 보면 좀 이상하게 보일 수 있다. 그렇지만 나는 이들의 열정 안에 진지함, 진실이 깃들어 있음을 발견했고, 이를 사진으로 탐구하려 애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