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포도뮤지엄의 새로운 전시 <우리 이토록 작은 존재들(We, Such Fragile Beings)>이 막을 열었습니다. 모나 하툼, 제니 홀저, 이완, 부지현 등 국내외 거장과 주목받는 작가 13인이 참여한 전시로, 설치·회화·조각·영상·미디어 아트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광활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 속에서 마주하는 인간 존재의 연약함과 찰나의 삶을 섬세한 시선으로 탐구합니다.

이번 전시는 1990년 보이저 1호가 촬영한 지구 사진에서 출발합니다. ‘창백한 푸른 점’이라는 별칭으로도 잘 알려진 이 이미지 속에서 지구는 먼지 알갱이처럼 작아 보이는데요. 전시의 핵심 질문이 바로 여기에서 등장하죠. ‘광활한 우주 속 미약한 존재인 우리는 왜 서로를 향해 끊임없는 갈등을 벌이며 살아가는가?’

망각의 신전, 시간의 초상,
기억의 창, 그리고 결국 사랑

전시는 일부러 충격적이고 불편한 현실부터 보여줍니다. 첫 전시실의 이름은 ‘망각의 신전’으로 폭력과 증오의 해로움을 잊고 잘못을 되풀이하는 인간의 모습을 바라보게 합니다. 특히 모나 하툼과 제니 홀저 같은 거장의 작품이 묵직한 메시지를 던지며 전시를 열죠.

전시는 두 번째 공간인 ‘시간의 초상’으로 이어집니다. 무형의 시간을 마치 인물화처럼 구체적이고 시각적인 존재로 그려낸 작품이 이곳을 채우는데요. 시간의 상대성과 그 앞에서 무력한 인간 존재의 공통 조건을 제시합니다.

마지막 3전시실의 테마는 ‘기억의 거울’입니다. 과거와 현재, 개인과 집단의 기억이 서로를 비추고 반영하는 거울과 같은 공간이죠. 관람객은 거울을 통해 기억을 들여다보며, 자신의 기억과 타인의 기억이 만나는 지점에서 서로가 연결되는 경험을 하게 되죠.

이후 야외 정원으로 나가면 전시를 닫는 로버트 몽고메리의 LED 조형물을 만날 수 있습니다. 2022년 루브르 박물관 튈르리 정원에서도 선보인 이 작품은 한 문장으로 이번 전시 전체를 관통하죠. “사랑은 어두움을 소멸시키고 우리 사이의 거리를 무너뜨리는 혁명적인 에너지다.” 망각의 신전, 시간의 초상, 기억의 창을 거쳐 관람객은 결국 ‘사랑’이라는 가장 오래되고 가장 확고한 해답에 도달하는 것입니다.

테마공간에서
더 짙게 느끼는 전시의 메시지

포도뮤지엄은 전시의 메시지를 더 또렷하게 전달하기 위해 주요 전시실 외 테마공간도 설치하고 있는데요. 이번 전시의 테마공간에서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협업해 완성한 상호작용형·몰입형 작품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먼저 ‘유리 코스모스’는 다양한 폭력의 생존자들이 숨을 불어넣어 만든 유리에 관람객의 숨을 불어넣으면 수백 개 유리 전구가 연쇄적으로 빛을 내는 키네틱 작업으로, 개인의 고통과 집단 치유의 관계를 경험하게 합니다. 또 몰입형 설치 작품인 ‘우리는 별의 먼지다’는 LED 디스플레이와 거울로 둘러싸인 공간에서 경험할 수 있는데요. 관람객은 1977년 보이저호의 ‘골든 레코드’와 55개 언어로 된 인류의 인사말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거울 속에서 무한 복제되어 점점 작아지는 자기 모습을 마주하게 됩니다. 이를 통해 우주 속 작은 존재로서의 자신과 눈을 맞추게 되죠.

이번 전시 일정과 예매 방법은?

<우리 이토록 작은 존재들>은 2025년 8월 9일부터 2026년 8월 8일까지 1년간 이어집니다. 티켓은 네이버 등 제휴 플랫폼에서 미리 구매할 수 있으며, 현장 발권도 가능합니다. 더 자세한 정보는 포도뮤지엄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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