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강남으로 예술 산책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 서울의 가장 번화한 거리 한복판, 고층 빌딩 숲 사이에서 만나는 깊이 있는 사색의 시간은 우리의 얼어붙은 감각을 깨워줄 것입니다. 주말을 풍요로운 영감으로 채워줄 강남의 갤러리 4곳을 소개할게요.
화이트 큐브 서울 <태양을 만나다>


화이트 큐브 서울은 새해 첫 전시로 레바논 출신의 작가 에텔 아드난과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이성자의 2인전 ’태양을 만나다’를 선보입니다. 이주와 망명이라는 디아스포라적 삶의 궤적을 공유하는 두 여성 작가의 만남은 그 자체로 깊은 울림을 주는데요. 특히 국내에서 처음 소개되는 에텔 아드난의 작품들은 캘리포니아의 풍경과 우주적 상상력을 단순하고 강렬한 색면으로 담아내어 시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합니다. 한국전쟁 중 가족과 생이별하고 파리에서 독자적인 조형 언어를 구축한 이성자. 고향을 떠나 낯선 땅에서 예술로 자신만의 우주를 지어 올린 두 거장의 대화에 귀 기울여 보세요. 전시는 3월 7일까지.
주소 서울특별시 강남구 도산대로45길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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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은 <제25회 송은미술대상전>


지금 가장 뜨겁고 새로운 한국 미술의 현주소가 궁금하다면 송은으로 향해야 합니다. 올해로 25회를 맞이한 ‘송은미술대상전’은 한국 동시대 미술의 차세대 주역들을 발굴하고 지원해 온 권위 있는 공모전인데요. 이번 전시는 치열한 예선을 뚫고 선정된 작가 20인의 다채로운 작품들이 관객을 맞이합니다. 영상, 설치, 회화 등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실험적인 시도들은 젊은 예술가들의 치열한 고민과 폭발하는 에너지를 생생하게 전달할 테죠. 특히 올해 대상을 거머쥔 이아람 작가의 작품을 비롯해 동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창작자들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우리 사회의 단면을 색다른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주소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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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뜰리에 에르메스 <산과 친구되기>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는 바르셀로나 출신의 작가 다니엘 스티그만 만그라네의 국내 첫 개인전 ‘산과 친구되기’가 열리고 있습니다. 작가는 오랜 시간 브라질의 열대 우림을 탐구하며 자연을 단순한 풍경이 아닌 살아있는 주체로 인식해 왔는데요. 이번 전시에서 그는 전시장 내부에 사선의 파티션을 설치해 관객들로 하여금 마치 숲속 미로를 탐험하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차가운 기하학적 구조물 사이에서 마주하는 나뭇가지, 곤충, 그리고 거친 바위와 같은 자연물들은 인공과 자연의 경계를 허물며 묘한 조화를 이루죠. 전시는 3월 8일까지.
주소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45길 7 지하 1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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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로탕 서울 <최병소 개인전>


페로탕 서울은 2026년의 문을 여는 첫 전시로 지난해 9월 타계한 최병소 화백의 개인전 ‘Untitled’를 마련했습니다. 평생을 신문지와 볼펜, 연필과 씨름하며 수행자처럼 작업해 온 작가의 마지막 10년을 조망하는 뜻깊은 자리인데요. 그는 신문지 위를 볼펜으로 까맣게 칠하고 문지르며 기사의 텍스트와 이미지를 지워나가는 독보적인 작업 방식을 고수했습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의미 없는 텍스트들을 지움으로써 종이는 찢어지고 얇아져 오히려 새로운 물성을 획득하게 됩니다. ‘지움으로써 비로소 존재한다’는 역설적인 그의 철학은 가짜 뉴스와 정보 과잉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집니다. 전시는 3월 7일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