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설레는 한 해가 될 전망입니다. 굳이 비행기를 타고 해외로 나가지 않아도 세계적인 수준의 컬렉션과 독보적인 건축 미학을 뽐내는 새로운 아트 공간들이 우리 곁으로 찾아오기 때문이죠. 섬마을의 고요한 저수지 위부터 서울 도심의 마천루까지. 올해 새롭게 문을 열며 우리의 문화적 허기를 든든하게 채워줄 주목해야 할 신상 아트 공간 4곳을 소개합니다.

플로팅 뮤지엄

신안
신안군

신안 앞바다에 뜬 푸른 우주

올해 7월, 전라남도 신안군 안좌도에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경이로운 미술관이 문을 열 예정입니다.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인 김환기 화백의 생가 인근에 조성되는 세계 최초의 수상 미술관 ‘플로팅 뮤지엄(가칭)’이 그 주인공인데요. 일본의 현대미술가 야나기 유키노리가 디자인한 이 건축물은 신안의 섬과 특산물인 천일염의 결정체에서 영감을 받아 7개의 사각형 큐브 형태로 설계되었습니다. 가장 놀라운 점은 미술관이 문자 그대로 물 위에 떠 있다는 것인데요. 수면 위를 걷는 듯한 데크를 따라 미술관에 들어서면 스테인리스 스틸로 마감된 외벽이 빛과 물결 그리고 계절의 변화를 반사하며 시시각각 다른 표정을 지어낼 예정입니다. 건축 자체가 이미 거대한 설치 미술인 셈이죠. 내부에는 김환기 화백의 숭고한 예술 세계는 물론 주변의 아름다운 풍광과 어우러지는 다양한 상설 및 기획 전시가 마련되는데요. 신안군이 야심 차게 추진 중인 ‘1도 1뮤지엄’ 프로젝트의 화룡점정이 될 이곳은 자연과 예술이 완벽하게 공명하는 잊지 못할 감동을 선사할 것입니다.

박서보미술관

@parkseobo.found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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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동에 깃든 단색화 거장의 숨결

다가오는 8월, 고즈넉한 서울 연희동 골목에 또 하나의 의미 있는 예술 거점이 탄생합니다. 한국 단색화의 거목인 박서보 화백의 치열했던 예술혼을 온전히 담아낼 ‘박서보미술관(가칭)’을 선보일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이 미술관은 2023년 타계한 박서보 화백이 생전 재단에 기증한 무려 3,000점의 방대한 작품을 근간으로 설립되어 한국 현대미술사를 관통하는 그의 족적을 깊이 있게 조망할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입니다. 쌈지길, 대구간송미술관 등을 설계하며 독창적인 공간 미학을 인정받은 최문규 건축가가 설계를 맡아 기대를 더하고 있는데요. 지하 2층부터 지상 3층까지 총 5개 층으로 구성된 이곳은 단순히 박 화백의 회고전에 머물지 않고 한국 미술의 미래를 이끌어갈 젊은 작가들과 설치 미술가들에게도 문을 활짝 열 예정입니다. 특히 글로벌 아트 페어인 프리즈 서울이 열리기 직전인 8월 개관을 목표로 하고 있어 전 세계 미술 관계자들과 컬렉터들에게 K-아크(K-Art)의 저력을 보여줄 핵심 기지가 될 전망입니다.

퐁피두센터 한화

한화문화재단

여의도 마천루에서 만나는 20세기 거장들

6월에는 파리 여행의 필수 코스인 ‘퐁피두센터’가 서울 여의도로 순간 이동을 합니다. 한화문화재단이 프랑스 퐁피두센터와 손잡고 63빌딩 별관에 야심 차게 문을 여는 ‘퐁피두센터 한화’가 그 주인공인데요. 마르크 샤갈, 파블로 피카소, 앙리 마티스 등 이름만 들어도 가슴 뛰는 20세기 거장들의 오리지널 마스터피스를 이제 서울 한복판에서 감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과거 아쿠아리움이 있던 자리를 대대적으로 리모델링한 이 미술관은 루브르 박물관 리노베이션을 성공적으로 이끈 프랑스의 건축 거장 장 미셸 빌모트가 설계를 맡아 예술적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약 500평 규모의 압도적인 메인 전시장 2곳을 비롯해 총 4층 규모로 조성되며 4년의 계약 기간 동안 매년 두 차례의 퐁피두 컬렉션전과 두 차례의 자체 기획전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파리 본관이 5년간 장기 휴관에 들어가면서 더욱 다채로운 명작들의 방한이 예상되는 가운데 여의도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퐁피두센터 한화의 화려한 개막이 벌써부터 기다려지네요.

블루캐비넷 북스토어

업체 제공
@bluecabinet.magazine

삼각지에 조용히 스며든 영감의 저장소

거대한 스케일의 미술관도 좋지만 때로는 나만의 내밀한 시간을 채워줄 작고 단단한 공간이 필요할 때가 있죠. 최근 용산 삼각지에 조용히 문을 연 ‘블루캐비넷 북스토어’가 바로 그런 곳입니다. ‘ARCHIVING: THE FIRST STEP’이라는 오픈 기념 전시를 성황리에 마치고 2월 9일부터 본격적인 복합 문화 공간으로 운영을 시작했는데요. 이곳은 단순한 서점이라기보다 영감을 채우는 곳에 가깝습니다. 특히 평일에 한정해 시범 운영 중인 데일리 패스권 시스템이 흥미로운데요. 1만 원의 입장료(차 1잔 포함)를 내면 2시간 동안 엄선된 매거진과 서적들 사이에서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하는 밀도 높은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마치 프라이빗한 서재나 작업실을 대여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죠. 반면 주말에는 누구나 편하게 들를 수 있는 오픈 서점으로 변신해 동네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할 예정입니다. 복잡한 도심 속에서 우연한 영감과 차분한 휴식이 고픈 날 삼각지 골목의 파란 캐비닛을 열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