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미술 시장의 흐름을 이끄는 글로벌 아트페어, 올해는 무엇이 달라졌을까요? 아트바젤 홍콩에서 드러난 아시아의 시선과 디지털 아트의 확장, 그리고 한국 갤러리의 존재감까지 짚어봤습니다.

아시아 미술, 다시 홍콩으로
아시아 최대 규모의 아트페어, 아트바젤 홍콩이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2008년 ‘아트 HK’로 시작해 현재의 이름으로 자리 잡은 이 행사는 매년 약 8만 명이 방문하며 거래 규모만 약 1조 원에 달하는 글로벌 미술 시장의 핵심 이벤트로 꼽히죠.
3월 27일부터 29일까지 홍콩 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아트바젤 홍콩 2026’은 41개국 240개 갤러리가 참여하는데요.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이지만 구성의 결은 분명히 달라졌습니다. 참가 갤러리의 절반 이상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은 국제 아트마켓이 아시아 미술의 시선과 서사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주죠.
또한 이번 아트바젤 홍콩은 단순한 거래의 장을 넘어 글로벌 미술 시장의 회복 흐름을 가늠하는 지표로도 주목받고 있는데요.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상황 속에서도 컬렉터들의 움직임과 작품 거래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 작가와 갤러리의 존재감
한국에서도 다수의 화랑이 참여하며 존재감을 드러냈죠. 국제갤러리, 아라리오갤러리, 학고재, 조현화랑 등 총 18개 화랑이 참여해 다양한 세대와 장르를 아우르는 작품을 선보입니다.
하종현, 김윤신, 양혜규, 장파 등의 작업을 내건 국제갤러리는 단색화부터 설치, 동시대 미술까지 이어지는 흐름을 한 공간 안에 펼쳐 보입니다. 서로 다른 시기와 방식이 교차하며 한국 현대미술의 현재 좌표를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구성이죠.
아라리오갤러리 부스에서는 이진주를 중심으로 백정기, 박웅규의 작업이 함께 소개됩니다. 동양화 채색 기법을 기반으로 기억과 무의식, 현실과 허구가 교차하는 장면을 다루는 이진주의 회화부터 재료의 본질에 대한 연구와 탐구가 담긴 백정기의 작업까지, 서사와 감각이 맞물리는 구성이 특징입니다.
여러 세대의 작가를 한자리에 모은 학고재의 구성도 눈에 띕니다. 미디어 아트의 거장 백남준을 비롯해 윤석남, 송현숙, 정영주 등의 작업이 함께 배치되며, 국경과 시대를 넘나드는 흐름을 만들어냈죠.
조현화랑은 김창열, 박서보, 이배, 강강훈 등 서로 다른 세대의 작가들을 통해 폭넓은 스펙트럼을 제시하는데요. 각기 다른 조형 언어가 한 공간 안에서 교차하며 한국 현대미술이 지닌 다층적인 면을 보여줍니다.


이번 페어에서는 지난해 별세한 강서경 작가의 작업을 조명하는 흐름도 이어집니다. ‘인카운터스’와 ‘카비네트’ 섹션을 통해 평면, 설치, 퍼포먼스를 넘나들며 구축해 온 그의 작업 세계를 다시 살펴볼 수 있죠. 신진 작가를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디스커버리즈’ 섹터에서도 한국 작가들의 활약이 이어집니다. 유예림은 가상의 존재를 중심으로 한 회화와 조각 작업을 선보이고, 권현빈과 우정수 역시 각자의 서사를 담은 부스를 통해 새로운 감각을 제시합니다.
디지털 아트, 새로운 언어로 확장되다
올해 가장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는 아시아에서 처음 공개되는 ‘제로 10(Zero 10)’입니다. 디지털 아트에 집중하는 이 섹터는 알고리즘 기반 작업, 로보틱스, 몰입형 설치, AI 기반 작품 등 기술과 예술의 접점을 탐구하는 프로젝트로 구성됩니다. 물리적 공간과 디지털 환경이 교차하는 작업은 기존 전시 방식의 경계를 허물며, 동시대 예술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죠. 이는 트렌드를 넘어 예술의 창작과 감상 방식 자체가 변화하고 있음을 체감하게 하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또한 퍼시픽 플레이스 쇼핑몰에서 선보이는 크리스틴 선 킴의 디지털 애니메이션처럼 전시 공간을 벗어나 도시의 일상 속으로 스며드는 프로젝트 역시 주목할 만합니다. 예술이 특정 공간에 머무르지 않고 도시의 곳곳에서 대중들과 직접 호흡하며 연결되는 방식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죠.
더 세분화된 섹터, 더 입체적인 경험
아트바젤 홍콩은 올해 더욱 세분화된 섹터 구성을 통해 관람 경험을 확장했습니다. 대형 설치 작품을 중심으로 한 ‘인카운터스’, 신진 작가 개인전에 집중하는 ‘디스커버리즈’, 그리고 5년 이내 작업을 조명하는 신설 섹터 ‘에코즈’까지. 각각의 섹터는 서로 다른 지점을 강조하면서도 하나의 흐름을 구성합니다.
특히 ‘에코즈’는 중견 작가들의 최근 작업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지금 이 순간 미술 시장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지를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섹터로 주목받고 있죠.
하나의 전시장이 된 홍콩
아트바젤 홍콩은 매년 탄탄한 규모를 바탕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큐레이션 방식과 참여 작가 그리고 담론의 방향이 해마다 새로운 결을 더해가고 있습니다. 2026년 에디션은 특히 아시아 중심의 시선과 디지털 아트의 확장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재구성된 점이 인상적이죠. 글로벌 미술 시장의 흐름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중심에서 아시아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가장 확실하게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또한 홍콩은 페어 기간 동안 도시 전체가 하나의 전시장처럼 확장됩니다. 페어장 안팎에서 이어지는 전시와 이벤트는 아트바젤과 맞물리며, 도시의 문화적 흐름을 더욱 입체적으로 완성하게 되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