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와 발견의 설렘이 가득한 영화 <와일드 투어>를 만든 미야케 쇼 감독에게 영화 안에서 발견하고 싶은 것에 대해 물었습니다. 다정한 답으로 채워진 감독과의 인터뷰를 공개합니다.

영화 <와일드 투어>의 미야케 쇼 감독

하마구치 류스케, 후카다 코지와 함께 일본 영화의 새 시대를 여는 감독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미야케 쇼 감독의 영화 <와일드 투어>가 국내 정식 개봉을 했습니다. 국내에서 앞서 개봉한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 <새벽의 모든>보다 이전인 2019년에 완성된 이 영화는, 야마구치 아트센터(YCAM)에서 진행한 워크숍의 과정과 그 안에서 만나 함께 숲을 탐험하며 자연과 각자의 마음을 발견하는 대학생 ‘우메’와 중학생 ‘타케’와 ‘슌’의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와일드 투어>는 영화의 배경이 되는 야마구치 아트센터에서 진행되었던 영화 제작 워크숍 프로그램을 통해 만들어진 작품인데다, 이 워크숍에 참여한 학생들이 배우로 제작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실제와 픽션의 경계를 오가며 자연과 사람, 영화를 탐구하고 발견하며 작품을 완성한 미야케 쇼 감독에게 <와일드 투어>에 관한 몇 가지 흥미로운 질문을 보내고 답을 받았습니다.

한국에서의 정식 개봉은 2025년이지만, 사실 <와일드 투어>는 <새벽의 모든>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 이전인 2019년에 나온 영화입니다. 꽤 오래 전의 영화를 지금 시점에 한국 관객에게 선보이게 된 소감을 먼저 듣고 싶습니다. 물론 작년 한해 특별 상영으로 이미 많은 관객들을 만나기는 했지만요.

한국에서 정식 개봉을 하게 되었단 소식을 들었을 때, 무척 행복했어요. 제목에 ‘투어’가 들어가 있는 것처럼, 이 작품이 여행을 하면서 여러 관객들을 만나고 늠름하게 성장해 가는 걸 바라보며 즐거운 기분이 든 달까요. 돌아보면 <와일드 투어>라는 작품으로 제 나름대로 영화의 근본 같은 것을 찾을 수 있었고, 그것을 토대로 <너의 눈을 들여다 보면>과<새벽의 모든>이 탄생한 거라 생각해요.

영화엔 야마구치의 식물과 미생물을 채집하는 워크숍에 참여한 인턴 대학생과 중학생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실제 야마구치 아트센터(YCAM)에서 진행한 DNA 도감 워크숍을 영화 안에 그대로 담아내었다 들었는데요, 이 워크숍을 이야기의 바탕으로 설정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이 워크숍은 저도 체험을 했었는데요. 근처 공원이나 산을 걸으며 발 아래로 시선을 내리면 보이는 식물들을 찾아나가는 게 모험영화 같다고 느꼈고, PCR기법을 사용해서 식물을 검사하는 건 마치 SF영화 같다고도 느꼈어요. 그런 류의 설렘을 영화의 기저에 깔고 싶었고, 그래서 이야기의 바탕에 두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진행되는 워크숍에 각 인물들의 이야기가 더해져, 영화는 다큐멘터리와 극영화를 오가는 구성으로 꾸려졌습니다. 결과적으로 <와일드 투어>는 다큐멘터리와 픽션, 그 사이 어느 지점에 머무는 영화라 생각하나요?

다큐멘터리와 픽션의 차이점에 대해서 의도적으로 정리하고 구분 지으려 하지 않아요. 극영화 촬영은 촬영현장을 기록한 다큐멘터리고, 다큐멘터리 편집은 픽션을 만드는 것이기도 하니까요. 그런 부분이 이 영화의 재미로도 이어진다고 생각해요. 이 영화를 만드는 과정 또한 픽션과 다큐멘터리가 섞여 있었어요. ‘타케’와 ‘슌’, 두 학생이 ‘우메’를 좋아하게 된 순간이 나오잖아요. 촬영 전에 ‘정말로 사랑을 할 필요는 없어’라고 얘기하는 시간이 있었어요. 연기를 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마음이 혼란해지지 않기 위함이었죠. 그랬더니 한 학생이 “친구가 제 연기를 못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라는 거예요. 그럼 어떻게 하면 관객이 ‘사랑에 빠졌다’라고 볼 것인지를 함께 연구하기로 했고, 그 과정에서 미묘한 눈의 움직임으로 표현해보자는 방식을 얻게 되었어요. 그렇게 여러 방식으로 시도를 해보고 촬영을 해나가는 과정 또한 다큐멘터리이자 픽션이 아닐까 싶어요.

영화 제작에 관심이 있는 청소년들이 직접 출연하고, 또 제작 과정에도 참여했다 들었습니다. 전문 배우가 아닌 학생들과 함께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저는 15살 때 친구와 함께 처음으로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3분밖에 안 되는 분량의 영화였지만 일주일간 매일 촬영을 하며 정말 즐거웠어요. 제가 그랬듯, 지금 10대인 친구들에게도 영화를 만드는 것은 재미있어! 라고 알려주고 싶었어요. 직업으로 삼지 않아도 되니까 인생에서 한번쯤은 영화 만들기를 경험해도 좋다고요. 영화를 만들어 보면 분명 여러 종류의 예술을 접하는 법이나 타인과 함께 일한다는 것에 대해서 여러가지 자극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자연에 대한 탐구로 시작되는 이야기의 흐름은 곧 각 인물들의 감정에 대한 탐구로 이어집니다. 영화를 보면서 두 가지의 탐구 과정이 비슷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각자 무언가를 발견하고, 이렇게 저렇게 자꾸만 들여다 보게 되고, 그러다 예기치 못한 면을 발견한다는 점에서요. 탐구와 발견, 이것이 결국 이 영화를 설명하는 단어가 아닌가 싶습니다.

맞아요, 탐구와 발견의 순간을 담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 영화를 만들었어요. 또 누군가와 함께 탐구의 시간을 거친다는 것은 나와 그 사람의 차이점을 발견하게 되기도 하죠. 내가 놓쳤던 것을 친구가 발견하고 알려주는 것 같은 거죠. 그건 그 친구와 새롭게 다시 만나게 되는 경험이기도 해요. ‘너에게는 이런 감성이 있었구나’라는 놀람과 존경의 마음, 그리고 거기서 사랑을 느끼기도 하죠.    

그렇다면 관객들이 <와일드 투어> 안에서 발견하길 바라는 점은 무엇인가요?

부디 누군가와 함께 영화를 보고 이 영화에서 발견한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 보셨으면 좋겠어요. ‘저 장면에서 〇〇가 나왔는데!’ ‘응? 난 몰랐는데..’ 분명 그런 대화를 통해 이 영화를 더 깊게 체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앞으로 영화 안에서 발견하고 싶은 무언가가 있다면요?

영화를 만들면서 행복에 대해서 생각해 왔어요. 인생의 행복이나 기쁨을 발견하는 것, 그것은 앞으로도 계속 할 것 같아요. 그리고 분노라는 감정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아직 제 안에서 분노가 어떤 형태를 띄고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이런 제 개인적인 감정을 집단으로 제작하는 영화 예술을 결부시키는 것에 때때로 어려움을 느끼지만, 그 과정에서 어떤 과정을 모색할 수 있다면, 언젠가 그 또한 영화가 될 수도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