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영화제 첫날, 레드 카펫에서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주인공은 배우도 감독도 아닌 머리카락으로 조각을 만드는 아티스트 ‘래티시아 키’였습니다.

칸 영화제 첫날, 유명 감독과 배우들 사이에서 에디터의 눈길을 사로잡은 인물이 있었습니다. 바로 코트디부아르(아이보리코스트) 출신 아티스트, 래티시아 키(Laetitia Ky)입니다. 레드 카펫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구조적인 브레이드 헤어스타일로 등장해 취재 열기에 불을 붙였죠.

래티시아 키는 머리카락을 활용한 조각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16살에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한 그는 자연 머리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아프리카 전통 여성 헤어스타일에 영감을 받아 조형적 스타일을 개발했습니다. 철사, 실, 드레드락, 가발 등을 이용해 자신의 머리 위에 조각을 구성하는 방식이죠. 그의 작품은 여성에 대한 성적 억업부터 아프리카인으로서의 정체성, 왕따, 낙태 반대 법안에 이르기까지 여러 사회적 이슈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래티시아 키가 이번 칸 영화제에 참석한 이유는 영화 <프로미즈드 스카이(PROMISED SKY)>에 출연했기 때문인데요.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오프닝 필름으로 상영된, 리지 세히리(Erige Sehiri) 감독이 연출한 이 작품는 4세대에 걸친 코트디부아르 출신 여성 이민자들의 삶을 조명합니다. 래이시아 키의 조각 작품처럼 사회적 불평등과 이민자의 정체성 문제, 여성의 삶은 섬세하게 다룬 영화죠. 머리카락으로 전하던 메시지를 스크린 위로 확장시킨 레이시아 키. 그의 메시지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