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름다움’에 관해서 얘기 좀 할까요. 레아 미렌은 바디 호러 영화 <어글리 시스터>의 주연을 맡아 이 대화로의 섬뜩한 초대장을 보냈다. 하지만 그와 실제로 마주 앉은 자리에는 한결같이 온기와 유머가 흘렀다. 그 순간이, 아름다웠다.

반갑습니다. 자기소개 부탁해요.
레아 미렌입니다.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온 24살 배우고요. 최근 <어글리 시스터>에서 엘비라를 연기했어요. 올해 부천판타스틱영화제의 초청을 받아 한국에 오게 되었고, 곧 극장에서도 저희 영화를 만나볼 수 있을 거예요. 정말 신나네요.
이번 작품에서 연기한 엘비라는 어떤 인물인가요?
엘비라는 큰 꿈을 품은 소녀예요. 왕자와의 결혼을 꿈꾸거든요.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그러니까 왕자에게 어울릴 만큼 예뻐지기 위해서, 정말 극단적인 방법까지 시도하는데요. 사실 밑바닥에는 ‘있는 그대로의 나’로서 사랑받고 싶다는 마음이 깔려 있어요. 결국 <어글리 시스터>는 여성들이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자신을 얼마나 고치려고 하는지, 자기 몸을 얼마나 불편하게 느끼는지, 사회가 정해 놓은 미의 기준에 도달하는 게 대부분의 사람에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얘기하는 영화예요. 좀 그로테스크한 방식으로 말이죠. 하지만 그 안에는 유머와 사랑도 가득해요.


엘비라를 떠올리면 어떤 마음이 드나요?
마음이 따뜻해지면서도, 살짝 슬퍼요. 제가 정말 그 애를 사랑하나 봐요.(웃음) 촬영을 준비하고, 실제로 진행하고, 그 뒤에 이어진 인터뷰 등에서도 계속 엘비라에 관해 얘기하면서 그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됐어요. 이 과정 자체가 저에게 사람으로서도, 배우로서도 정말 중요했고요. 엘비라는 제가 맡은 인물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줬어요. 결점마저도 진심으로 아끼게 해줬죠. ‘악하다’라고 할 만한 구석도 있지만, 그건 오히려 그가 순수하기 때문이거든요. 그게 제가 엘비라를 사랑하는 이유고요. 엘비라는 인간이란 완벽하지 않다는 것, 또 그런 존재를 연기하는 건 정말 복잡한 일이라는 걸 알려줬어요.
얼핏 나빠 보이더라도, 그에게는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다는 거죠. 이런 이해는 공감에서 출발한 걸까요?
저도 자라면서 미의 기준에 정말 많은 압박을 느꼈어요. 노르웨이에는 상대적으로 아주 뚜렷한 아름다움의 기준이 있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제모를 해야 한다거나, 화장할 때 이렇게 해야 한다거나… 그런 건 항상 있었죠. 이 자체가 바디 호러라고 느껴요. 제모나 화장을 잘 생각해 보면요. 어린 여자아이들이 실제로 자기 몸에 칼을 들이대잖아요. 자기가 갖고 태어난 신체 일부를 없애려고 하는 거죠.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자연스러운 것, 그 자리에 있어야 할 것인데도요. 엘비라도 마찬가지죠. 여성들은 살아남기 위해서 정말 극단적인 선택도 하게 돼요. 저희 영화가 불안을 다소 과장한 면이 있긴 하지만, 사실 그 안에는 현실이 담겨 있어요. 여성으로서 모두가 느꼈을 감정을 저도 깊이 경험해 왔어요. 지금도 그걸 직면하기 위해 애쓰고 있고요. 내 몸을 아프게 하지 않고, 나 자신을 해치지 않기 위해서요.


그렇다면 스스로 아름답다고 느끼는 건 무엇인가요?
저에게 아름다움이란 움직임, 그리고 느낌이에요. 외모와는 거의 관련이 없고, 어떻게 삶에 접근하는지나 다른 사람과 어떻게 관계 맺는지에 가까운 것 같아요. 사람의 몸이 움직이는 모습이 참 아름다워 보여요. 몸의 모양이 아니라 그 움직임 자체가요. 자연도 제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의 중요한 요소예요. 작은 순간들 속에서 우리가 왜 여기에 있는지 계속 다시 깨닫게 해주니까요. 구름을 바라 보고, 기차 안에서 만난 낯선 사람의 턱에 있는 점을 발견하고… 그런 삶의 작은 부분들이 정말 아름다워요.



그중에서도 가장 아름답다고 느낀 구체적인 순간이 있다면요?
특히 여러 번 경험했고 결코 잊을 수 없는 순간이 있어요. 바로 8시간 동안 등산해 마침내 산 정상에 올랐을 때죠.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을 보고, 내 몸으로 여기까지 올라왔다는 걸 느끼고,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마주하는 거예요. 세상에 나만 남겨진 듯한 기분을 만끽하면서요. 외로움이랑은 좀 달라요. 우리는 늘 다른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지만, 어떤 면에서는 늘 혼자잖아요. 마음 챙김을 하면서 혼자 있는 시간을 연습하는 것. 그게 충만함을 주는 것 같아요. 정확하게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나의 존재를 느끼는 동시에 그 무엇도 신경 쓰이지 않는 기분?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은 듯하면서도 모든 게 다 중요한 것 같은 순간이죠. 삶과 죽음 사이의 마법 같은 균형이랄까요.
반대로 어떤 것을 아름답지 않다고 생각하는 지도 묻고 싶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못생겼다’라고 여겨지는 것들을 정말 좋아해요. 패션의 측면에서도 좀 독특하고, 흔히 이상하다고 여겨지는 스타일을 즐기죠. 구멍난 옷이라든가, 조금 기묘한 디자인이라든가… 사람들이 조금 꺼리는 것들을 통해서 ‘무엇이 아름답고, 무엇이 추한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어요. 완벽하다고 여겨지는 것들은 사실 불완전하고, 또 반대로 완벽하지 않은 것들 속에도 완벽함이 있기 때문이죠. 저희 영화도 그래요. 제목은 <어글리 시스터>죠. 하지만 정말 엘비라는 ‘못생긴’ 아이인가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엘비라는 아름다워요. ‘못생겼다’라는 말은 사회가 만들어낸 거라고 봐요.



이번 인터뷰에서는 영상도 함께 촬영했는데요. 어떤 보정도 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어요.
제가 하는 인터뷰가 의미 있었으면 해요. 그 안에서 제 목소리를 내고, 최대한 ‘있는 그대로의 나’로 존재하고 싶어요. 절대 화장이나 성형수술을 하는 개개인을 손가락질하고 싶지는 않아요. 누구나 자유롭게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죠. 다만 저는 전체 구조를 보자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우리’가 변해야 한다는 거죠. 사람들에게 “우리는 있는 그대로 충분히 괜찮다”라고 말해줘야 한다고 봐요.
마지막으로 한국의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재밌게 보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주변 사람들과 나눠 주셨으면 해요. 친구들, 가족들, 딸, 아들, 심지어는 할머니까지도! 용기 내실 수 있다면요.(웃음) 웃고, 울고, 심지어는 토하실 수도 있지만, 그 모든 걸 느껴주셨으면 해요. 정말 감사합니다. 사랑과 빛을 보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