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 개봉을 앞둔 박찬욱 감독의 새 영화 <어쩔수가없다>. 원작은 미국 작가 도널드 웨스트레이크의 소설 <액스>로, 박찬욱 감독은 오래 전부터 ‘가장 영화화하고 싶은 이야기’로 이 책을 꼽아왔다. 영화 개봉을 기다리며, 이토록 매력적인 원작 소설을 읽을 때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 3.

CJ ENM/모호필름 제공

미국에서 한국으로,
1990년대에서 2020년대로

소설 <액스>의 배경은 1990년대 미국입니다. 주인공 버크 데보레는 23년간 한 제지회사에 몸담아 온 중산층 남성인데요. 어느 날 날벼락을 맞듯 정리해고 당하고 말죠. 곧 다시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지만, 그를 비웃듯 실직 상태는 2년 이상 이어집니다. 마침내 그는 자신과 가족을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하기로 합니다. 구직 시장에서 자신에게 위협이 될 만한 경쟁자들을 아예 제거해 버리기로 마음먹는 것이죠. 이때 버크는 범행 도구로 ‘루거 권총’을 선택하는데요. 이 총은 제2차 세계대전에 보병으로 참전했던 아버지가 전리품으로 가져온 것으로, 자연스레 ‘방어’와 ‘정의’를 내세운 미국 총기의 역사와 그에 얽힌 폭력을 떠올리게 합니다. 작가를 버크가 이 총으로 행하는 일을 통해 미국의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 그리고 폭력이라는 주제를 엮어내고요.

한편, 박찬욱 감독은 17여 년전부터 <액스>를 영화로 만들기 위한 각색 작업을 해왔다고 밝힌 적 있는데요. 이 이야기의 어떤 점이 지구 반대편의 그에게 이토록 매력적으로 다가갔을까요? 또 박찬욱 감독은 원작을 2020년대 한국 사회로 어떻게 옮겨 왔을까요? 영화가 어떤 장치를 유지하거나 변경했을지, 그에 따라 어떤 맥락이 새롭게 탄생했을지 상상해보면 더 풍성한 독서 경험이 될 것입니다.

어쩔 수가 없나?
어쩔 수가 없다!

<액스>는 1인칭 주인공 시점에서 전개되는데요. 소설 전체를 지배하는 주인공의 태도가 바로 ‘어쩔 수가 없다’입니다. 독자는 ‘어쩔 수 없이’ 취업 경쟁자를 제거하고, 그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추가로 몇 명을 더 살해하고, ‘어쩔 수 없이’ 아들의 죄를 덮어주는 버크의 뒤를 쫓아가며 이야기를 읽게 되죠. ‘그래도 살인은 아니지’ 하며 주인공과 거리를 두다가도 ‘어쩔 수가 없다’라는 그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때 내면에서 느껴지는 위화감이 이 소설의 백미고요. 박찬욱 감독의 영화도 이러한 부분에 주목할 것으로 기대되는데요. 원작을 직접 읽으며 영화 제목이 띄어쓰기도 없이 숨 가쁘게 <어쩔수가없다>고 외치는 이유를 느껴 보세요.

스크린에 구현될
치밀한 아름다움

박찬욱 감독의 영화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것. 탁월한 시각적 연출과 그 아름다움, 즉 미장센인데요. 원작 <액스>는 추적하고 감추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공간’이 큰 의미를 갖습니다. 주인공의 동선이 넓은 동시에 치밀한 소설이기도 하고요. 빠짐없이 탁월한 미장센을 선보여 온 박찬욱 감독이 이번에는 어떤 공간을 구현해 관객에게 아름다움과 서스펜스를 함께 선사할지 기대되는 대목입니다. 실제로 이번 영화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박찬욱 감독은 주인공 부부의 집을 하나의 중요한 캐릭터로 생각하고 만들었다고 언급하기도 했죠. “집과 정원, 뒷마당과 앞마당의 차이, 거기에 심은 나무와 꽃 하나하나를 신중하게 선택했다”라고 말할 정도로요. 또한 소설을 읽으며 ‘나만의 미장센’을 그려본 뒤, 극장에서 펼쳐지는 이미지를 그와 비교해 보는 것도 재밌는 경험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