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위의 이야기는 관객의 시선을 거쳐야 비로소 완성된다.
영화를 사랑하는 문화 예술계 인물 10인에게 영화에 관한 10개의 질문을 던졌다.
‘지금 떠오르는 영화의 한 장면’부터 ‘가장 큰 영향을 준 영화’까지.
10명의 관객이 전해온 답변 속에는 영화를 완성한, 그들 각자의 세계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연여인
미술 작가
인식되지 않은 본연의 감정에 관심을 가지며, 정의하기 힘든 순간을 초현실적 이미지로 담아낸다. 최근 개인전을 선보였고,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 포스터 작업으로 주목받았다.

하루 종일 영화 한 편을 반복 재생한다면
스릴러 장르를 좋아하는데, 종일 틀어 놓고 싶진 않다. 분위기가 경쾌하고, 화려한 스타일링을 보는 재미도 있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틀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야망 있는 캐릭터가 많이 등장해 작업할 때 동기부여도 될 듯하다.

지금 떠오르는 영화의 한 장면
최근 사랑에 대해 많이 생각해서인지, <오만과 편견> 속 미스터 다아시(매튜 맥퍼딘)가 마지막으로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이 떠오른다. 진실한 대사 뿐만 아니라, 매 장면이 윌리엄 터너의 페인팅처럼 아름답게 표현되어 더 기억에 남는다.
가장 좋아하는 사운드트랙
<클로저>의 오프닝과 엔딩 신에 나오는 데이미언 라이스의 ‘The Blower’s Daughter’. 주인공들이 처음 마주치는 오프닝 신에서는 그리 슬프게 들리지 않는데, 각자의 길을 선택한 후의 모습을 보여주는 엔딩 신에서는 참 외롭게 느껴진다.

가장 완벽한 영화 포스터
<더 랍스터>의 포스터. 영화의 씁쓸한 분위기와 전체적인 플롯을 간결하면서도 임팩트 있게 담아냈다.

‘이 영화 안에서 살고 싶다’고 느낀 작품
<존 말코비치 되기>. 존 말코비치(존 말코비치)의 뇌로 가는 통로를 지나 뇌 안에서 살아보고 싶다. 물론 계속 그 안에 살고 싶진 않다.
만나고 싶은 영화 속 인물
어릴 때부터 <찰리와 초콜릿 공장> 속 윌리 웡카(조니 뎁)를 만나 팩토리 투어를 해보고 싶었다. 초콜릿에 미친 자의 달콤한 세상을 엿보고 싶다. 무언가에 과하게 열정적인 사람을 만나는 건 언제나 재밌는 일이니까. 그 열정의 대상이 무엇이든 말이다.

한 명의 감독을 만날 수 있다면
아주 많지만, 지금은 <결혼 이야기>의 각본과 연출을 맡은 노아 바움백을 만나 이야기해보고 싶다. 그의 현실적이고 담백하면서도 지루하지 않은 각본을 좋아한다. 감독이자 배우인 그레타 거윅과의 러브 스토리도 궁금하다. 가능하다면… 예술가 입장에서 연애 상담도 받고 싶다!

가장 큰 영향을 준 영화
어릴 때 본 팀 버튼의 <빅 피쉬>. 결국 인생은 내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달렸다는 것을, 같은 걸 바라봐도 누군가는 이를 예술로 승화할 수 있음을 알려준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