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과 배우, 각본가와 제작자로 만난 여성 영화인들은 서로의 목소리에 힘을 실으며 우정을 기록했고, 오늘날 영화계는 여성의 이야기에 주목한다. 여기, 작품 안팎을 오가며 연대를 이어온 여자들이 있다.

Callie Khouri & Geena Davis & Susan Sarandon

“제게 이 영화의 요점은, 델마와 루이스가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진다는 거예요.”

– 지나 데이비스

Cinema Daily US, Nobuhiro Hosoki, 30th Years Anniversary of Thelma & Louise / Q&A with Actress Geena Davis and Writer Callie Khouri, 2021.08

1991년 개봉한 <델마와 루이스>는 사회가 부여한 역할에서 벗어나 본연의 자신을 찾아가는 두 여성의 여정을 그린다. 당시 남성들의 우정을 그린 <내일을 향해 쏴라> <와일드 번치> 같은 작품은 수년 전부터 할리우드를 장악하고 있었지만, 이 이야기는 “차에 탄 두 계집애 이야기라니”라는 모욕적인 말과 함께 제작을 거절당했다. 각본이 완성되고 10여 년 후에 개봉한 <델마와 루이스>는 등장과 함께 큰 화제를 몰고 왔다. 제64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고, 영화사상 유례없는 캐릭터에 여성들은 열광했다.

<델마와 루이스>의 각본을 쓴 캘리 쿠리는 “여성으로서 여성을 소비하고 희생시키는 이야기를 더 이상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친구와 함께 있던 한밤중에 강도 사건을 당했을 때 공포와 분노 속에서도 단단한 결속을 느낀 경험을 계기로 여성들의 우정을 담은 각본을 쓰기 시작했다. <델마와 루이스>를 쓰는 동안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내면의 감정을 마주했다는 쿠리. 그중 하나는 이유를 알 수 없는 ‘분노’였고, 이는 열정과 스릴로 치환되어 델마와 루이스의 도주극을 이끌었다.

델마를 연기한 지나 데이비스와 루이스를 연기한 수전 서랜던은 대본을 읽자마자 열정에 사로잡혔다. 작품 안에서 서로의 불안과 강인함을 나누던 세 사람은 점차 해방감을 경험했다. 쿠리를 만난 후 인생이 바뀌었다고 고백하는 데이비스는 여성 재단을 설립해 미디어 속 성평등을 적극적으로 주장했고, 서랜던도 이에 동참하며 연대를 이어갔다. 세 여성이 작품 안팎으로 함께한 이야기가 더해지며, <델마와 루이스>는 한 편의 영화를 넘어 연대와 우정의 상징으로 각인 되었다.